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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르포] "딸기씨까지 걸러 만든다"...교촌 소스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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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뉴스핌] 전미옥 기자 ="교촌 레드소스에 들어가는 딸기잼의 딸기씨까지 걸러냅니다."

김태윤 비에이치앤바이오 진천공장장(상품품질혁신본부 상무)는 "모든 소스의 품질을 철저하게 관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스 레시피와 제조 공정이 세심하게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비에이치앤바이오는 교촌에프앤비의 자회사로 교촌치킨의 소스를 담당한다. 치킨 소스 전용 생산역량을 갖춘 치킨업체는 국내에서 교촌이 유일하다. 지난 26일 충북 진천에 위치한 비에이치앤바이오의 생산공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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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4.09.27 romeo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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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 덕산읍 1만5375㎡의 부지에 연면적 9392㎡ 규모로 조성된 비에치앤바이오 진천공장은 톱다운(Top-Down) 구조로 설계됐다. 4층에서 재료 전처리와 배합 작업을 진행하고 2층 포장실에서 제품 포장을 진행해 1층에서 완제품을 적재·보관하는 방식이다.

공장 4층에 들어서자 마늘과 고추의 매운 냄새가 물씬 풍겼다. 교촌의 시그니처소스 3종은 비가열공법으로 만들어진다. 원물의 영양손실을 최소화하고 신선한 맛을 살리기 위해서다.

가열공정이 없기 때문에 주 원료인 마늘을 전처리 살균한다. 껍질과 꼭지가 제거된 마늘을 설비에 투입하면 평평한 벨트 부분에서 중량을 확인 후 1차 세척(버블세척)을 진행하고 2차로는 마늘 겉면을 약 70℃ 온도에 살균한다. 이후 마지막 냉각작업을 거친 뒤 분쇄해 사용한다.

마늘 뿐 아니라 고추, 꿀 등 모든 소스 재료는 철저히 관리된다. '레드 소스'에 사용되 청양 홍고추도 가열하지 않고 직접 짜내 매운맛을 낸다. 부재료인 딸기잼에 들어가는 딸기씨까지 걸러낼 정도다.

전처리된 재료는 배합실로 이동해 소스로 만들어진다. 배합된 소스는 품질검사를 통해 '적합'여부를 확인한 뒤 2층 포장실로 옮겨지는데 특히 배관으로 이동하도록 설계됐다. 위생적인 공장을 구현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쓴 부분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배관은 수평 구조가 아닌 경사진 형태로 소스가 잘 흘러내릴 수 있도록 설계가 됐다. 각 포장기로 분배된 소스는 컵과 파우치 등에 담겨 완제품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또한 제품을 포장하는 공간은 청결구역으로 박스에서 발생하는 분진이 포장실에 유입되지 않도록 공기를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양압'으로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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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4.09.27 romeo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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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진천공장장은 "공장 설계단계에서 '위생'을 주안점으로 두고 '물없는 공장'을 구현하려고 노력했다"며 "물기가 있으면 세균번식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모든 액체류는 배관을 통해 이동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유수 식품기업들이 우리 소스 공장을 둘러보고 자체 공장 설립에 참고할 정도로 세심하게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2017년 준공된 이곳 공장에는 연간 최대 1만2465톤의 소스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설비됐다. 현재 40~50%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매달 500톤가량의 소스를 만든다. 교촌치킨의 시그니처 소스인 레드소스, 간장소스, 허니소스가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또한 국내 주요 식품업체에 납품하는 OEM·ODM 소스 2000여종의 레시피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간장, 레드 등 교촌치킨 소스의 '핵심 레시피'는 극소수의 인원만 알고 있는 극비사항이다. 마치 130여년간 제조비법이 비밀로 지켜져 온 유명 콜라의 사례와 유사하다.

이 같은 비밀 레시피가 유지될 수 있는 비결 역시 비에이치앤바이오 진천 생산시설의 자동화 설비에 있다. 안전사고 예방과 위생에 특화된 '물 없는 공장'으로 국내에 드문 글로벌 수준의 '스마트팩토리' 제조시설을 갖춰, 원료 투입부터 포장까지 최첨단 자동화 로봇 설비 라인을 보유했다.

김 공장장은 "소스 생산의 모든 공정을 관리하고 있지만 핵심비법은 저도 알지 못한다"며 "흉내는 낼 수 있지만 특유의 향과 맛을 그대로 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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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4.09.27 romeo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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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비에이치앤바이오는 교촌치킨 전용 소스를 넘어 K소스의 대표주자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치킨에 이어 K소스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교촌치킨 외 B2B, B2C 제품 물량을 늘려 현재 70% 가량인 교촌치킨 소스 비중을 줄여나가겠다는 목표도 내비쳤다. 성장 속도로 빠른 편이다. 지난해 B2B 소스 매출액이 50억원 수준이었다면 올해에는 350억원 달성을 내다보고 있다. 더불어 해외 수출 확대에도 주력한다. 전체 생산시설에 할랄인증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는 "3년 전만해도 교촌 소스를 주로 생산했지만 최근에는 B2B, B2C제품도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코스트코에 공급사 입점 권한을 획득했다"며 "지난 33년간 사랑받은 교촌의 소스가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 한국을 대표하는 소스로 우뚝 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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