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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수년 간 추적→네타냐후 긴급 승인→폭탄 100개 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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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8일 레바논 베이루트 민영 방송국 NBN이 헤즈볼라의 지도자 고 하산 나스랄라 사진에 검은 띠를 달았다. 한 남성이 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베이루트/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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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64)를 암살하기 위해 오랫동안 그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습에 참여한 조종사 등도 직전에야 목표 대상을 알게 됐을 정도로 작전은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됐다. 21일간의 잠정 휴전 협정이 임박했다고 믿고 있던 미국은 작전 개시 뒤에야 이를 통보받고 분노했다고 한다.



2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방송 채널 12에 따르면 해당 작전이 본격 논의 테이블에 오른 건 지난 23일이다. 25일 저녁 내각 회의에서 장관들에게 보고되며 공식 논의가 시작됐고, 26일 내각의 조건부 승인이 떨어졌다. 27일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 방위군(IDF) 참모총장과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은 유엔 총회 연설을 앞두고 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나스랄라가 벙커에 있다. 드문 기회가 열렸다’며 총리의 승인을 받아냈다. 연설 1시간 전이었다. 네타냐후 총리의 유엔 연설은 작전 승인 직후에 이뤄졌다.



총리의 유엔 총회 연설 이후 2시간가량이 지나고 이스라엘 제69비행대대의 F-15I 전투기 편대가 공습을 시작했다. 편대는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야(다히예) 지역에 있는 주거용 아파트 건물에 있는 나스랄라의 벙커에 폭탄 투하를 시작했다. 고성능 벙커버스터인 BLU-109 등 폭탄 약 100개가 사용됐다. 하나당 2천파운드(약 907㎏)에 달한다. 나스랄라가 머물던 7층 이상의 아파트 건물 최소 4채가 완전히 파괴됐다.



제69 비행대대의 지휘관은 작전 성공 뒤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정보부대와의 긴밀한 협력 덕분에 매우 정확한 타격을 할 수 있었다”라며 “작전 몇 시간 전까지도 목표에 대해 알지 못했고, 마지막 순간에만 작전 세부 사항이 공개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나트는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공습 직전에 알렸다”며 “미국인들은 매우 놀랐고 일부 미국 관리들은 휴전을 시도하던 중 이스라엘이 자신들을 속였다고 생각해 분노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도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미 비행 중일 때 미국이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한겨레

나스랄라 암살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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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암살 작전은 2006년 헤즈볼라와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정보전을 강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의 추적을 피해 은밀한 생활을 해왔다. 헤즈볼라 내부에서도 ‘추적할 수 없는 유령'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번 암살 작전을 ‘새 질서(New Order)'로 이름 붙이고 몇 년간 그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뉴욕타임스는 “2006년 이후 이스라엘은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헤즈볼라의 통신을 가로채고 지도자들을 추적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며 “레바논 상공에 드론과 위성을 띄워 헤즈볼라 거점을 지속해서 촬영하고 감시했다. 건물의 작은 변화까지 문서화하는 지난한 작업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레바논 경제 위기로 헤즈볼라 내부 스파이가 늘어나는 점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베이루트 아메리칸대학의 카샨은 “레바논의 빈곤이 이스라엘 스파이를 낳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단순히 (헤즈볼라 내부에) 침투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완전히 침식당했는지(를 걱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원래 작은 단위로 긴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었지만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에 참전한 뒤 조직이 커졌고, 이후 이스라엘 정보원이 침투할 공간이 생겼다고도 진단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0월7일 가자전쟁 발발 직후에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공격을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스랄라 암살을 계획했다고 전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계획을 무산시켰다고 한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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