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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윤이나 천적’ 마다솜, 최종일 생애 최저타 11언더 폭발 ‘2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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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챔피언십 19언더 우승

윤이나 2위, 리디아 고 9위

조선일보

프로골퍼 마다솜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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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솜(25)이 29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정상에 오르며 보여준 경기력은 완전한 몰입에 가까웠다. 7~11m의 긴 거리 퍼팅도 전혀 어렵지 않게 홀로 빨려들었고, 77야드 거리에서 웨지 샷 이글까지 뽑아냈다. 혼자 다른 코스에서 경기하듯 거침없이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에 3만8000여명(나흘 합계 7만2000여명)의 구름 갤러리가 환호했다. 마다솜은 “초반 긴 퍼팅이 들어가면서 오늘 좀 괜찮나 싶을 때 샷 이글이 떨어졌다”며 “스윙의 한 두 가지 키 포인트만 생각했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어마어마한 경쟁자들이 있었지만 덜 신경 쓰고 제 경기에 집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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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마다솜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후 동료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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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 듯한 경기를 할 때 골퍼들은 “그분이 오셨다”고 한다. 내가 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국내에서만 그런 표현을 쓰는 게 아니다. 2016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꿈의 타수인 한 라운드 58타를 친 짐 퓨릭(54)은 “내 몸 안에 다른 누군가가 들어와 경기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영어권에선 이런 상태를 두고 ‘존(zone)에 들어갔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마다솜은 이날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9개로 11언더파 61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적어낸 마다솜은 2위(10언더파) 윤이나(21)를 9타 차이로 제쳤다. 2022년 1부 투어에 입성한 마다솜은 지난해 9월 OK금융그룹 읏맨오픈에서 데뷔 첫 승리를 올린 이후 1년 만에 2승째를 올렸다. 1999년 9월 27일생인 마다솜은 자신의 2승을 모두 9월에 달성했다.

우승 상금 2억7000만원을 받은 마다솜은 상금 랭킹 48위에서 17위(4억3362만원)로 31계단 뛰어 올랐다. 마다솜은 “아마추어 시절 홀인원과 샷 이글을 함께 한 날 10언더파를 친 적이 있다”며 “오늘 스코어가 생애 최고 스코어다”라고 했다. KLPGA투어 역대 18홀 최소타수 기록은 60타(12언더파)로 이정은(2017년)과 전예성(2024년)이 기록했다.

9타차 우승은 2000년대 이후 최다 타수 차 우승 타이기록이다. 1982년 KLPGA 선수권의 20타 차 우승이 최고 기록이다. 2012년 김효주(롯데 마트 레이디스 오픈)와 2017년 이승현(하이트 진로 챔피언십)이 각각 9타차 우승을 했다. 역대 최다 타수 차 우승은 1982년 고(故) 구옥희 전 KLPGA 회장이 KLPGA챔피언십에서 기록한 20타 차이다. 구옥희 전 회장은 14타차(1982년)와 13타차(1981년) 우승을 기록한 적도 있다.

마다솜은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지만, 못 하는 것도 없는 스타일이지만 롱런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마다솜은 캐나다 유학 3년째(5학년) 방학기간 한국에 놀러 왔다가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대부분 선수가 만 18세가 되는 고교 시절부터 프로 데뷔를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달리 마다솜은 한국체대에 입학해 2020년 아마추어 국가대표를 지내고 나서 프로에 입문했다. “꼭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뛰어보고 싶었다”며 “앞으로는 LPGA투어에서도 뛰고 싶다”고 했다.

정상급 선수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해 경기가 열리기 전만 해도 혼전이 예상됐다. 마다솜은 윤이나, 김수지와 4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 올해 3승을 거둔 박지영과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 이다연이 1타차 공동 4위로 추격전을 펼쳤다.

하지만 마다솜은 초반부터 2번 홀(파4) 8.3m 버디 퍼트와 3번(파4) 홀 7.4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치고 나갔다. 이어 4번 홀(파5)에서는 77야드 거리에서 웨지 샷 이글을 잡아냈다. 초반 3개 홀에서 4타를 줄인 마다솜의 독주는 후반에도 이어졌다. 10~13번 홀에서 4연속 버디를 잡았고, 16번~18번 홀에서 3연속 버디로 경기를 마쳤다. 11번 홀(파4)에서는 10m 버디 퍼트를, 12번 홀(파4)에서는 8m 버디 퍼트를 넣었다.

사흘간 선두 자리를 지키며 시즌 2승에 도전한 윤이나는 4번 홀 버디 이후 계속 파 행진을 하다가 마지막 18번 홀(파4)에 가서야 두 번째 버디를 잡을 정도로 마다솜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윤이나는 2년전 오구플레이(남의 공으로 경기)로 징계를 받았던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마다솜과 같은 조에서 경기한 적이 있다. 당시 마다솜이 윤이나의 스코어를 확인하는 역할(마커)이었다. 네 살 차이인 둘은 한국체대 5년 선후배 사이(마다솜 2018학번, 윤이나 2023학번)지만 국가대표는 윤이나(2019~2020년)가 먼저 했다. 2020년에는 나란히 국가대표 활동을 했다.

윤이나는 마지막 홀 버디로 이민지(호주)와 빳차라쭈딴 콩끄라판(태국)을 공동 3위(9언더파)로 밀어내고 시즌 4번째 2위에 올랐다. 시즌 상금 10억 386만원을 기록한 윤이나는 박지영(10억 602만원)과 박현경(10억 429만원)에 이어 상금 3위를 지켰다. KLPGA 투어에서 3명이 한 시즌 상금 10억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주 LPGA 투어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이날 5타를 줄이며 10위(6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리디아 고는 “마지막 라운드에 그린 스피드가 빨라지면서 퍼팅이 잘됐다”며 “미국으로 건너가 휴식을 하고 10월17일부터 파주 서원힐스에서 열리는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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