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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유럽 뒤흔든 극우 열풍, 오스트리아 총선으로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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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사 1위’ 극우 정당 자유당, 선거 승리 가능성 높아

자유당 정치인, 선거 이틀 전 나치 친위대 노래 불러

경향신문

오스트리아 선거를 하루 앞둔 28일 오스트리아 빈의 한 거리에 카를 네함머 총리 얼굴이 인쇄된 선거 포스터가 붙어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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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휩쓸고 있는 극우 열풍이 오스트리아 총선까지 삼킬 수 있을까. 총선 전 여론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오스트리아 극우 정당인 자유당이 선거에서 승리할지 이목이 쏠린다.

2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현지 매체인 ‘데어 슈탄다르트’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만 16세 이상의 유권자 635만명이 참여하는 총선이 9889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투표는 오후 5시에 마무리되고 1차 개표 결과는 이르면 이날 밤에 발표된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극우 성향의 자유당이 선두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 여론조사기관 OGM의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서 자유당이 27%로 총리를 배출한 중도 보수 성향의 국민당(24%)을 앞섰다.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각각 21%, 9%로 뒤를 이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자유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19년 총선에서 자유당은 득표율 16.2%로 제3당에 불과했다. 37.4%로 제1당이었던 국민당은 여론조사에서 2위로 밀렸다.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로 이어진다면 자유당은 5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하게 된다. 2019년 5월 당시 자유당 대표이자 부총리였던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가 스페인 이비사섬에서 러시아 측에게 정부 사업권을 뒷거래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큰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자유당은 이민자 증가에 따른 불안감과 높은 인플레이션 등 경제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교묘하게 활용해 지지도를 높여왔다. 영세중립국인 오스트리아가 대러 제재 동참하면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여론 악화의 주요 원인인데 자유당 당수인 헤르베르트 키클은 이민자에 대한 복지 축소, 범죄 저지른 이민자 즉각 추방, 대러 제재 해제 등을 내세워 민심을 파고들었다. 그는 “오스트리아가 2015년 이래 이슬람화되고 있으며 무슬림이 기독교인 인구를 대체할 것”이라며 이들의 ‘재이주’를 주장하고 있다. 키클은 지난 8월 빈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슬람 테러 위협으로 취소된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를 난민 범죄와 연결해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자유당은 친나치 성향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선거를 이틀 앞둔 27일에는 극우 정치인 발터 수처의 장례식에 참석한 자유당 소속 후보 3명이 나치 노래를 부른 것으로 확인됐다. 데어 슈탄다르트가 공개한 영상에서 자유당 유력 정치인인 하랄트 슈테판, 노르베르트 네메트, 마르틴 그라프는 ‘모든 사람이 불성실해질 때 우리는 충성을 다한다’는 노래를 불렀다. 이 곡은 나치 군사조직 슈츠슈타펠(친위대)가 ‘충성의 노래’로 사용했다.

오스트리아 유대인 학생연합은 이 사건을 검찰에 신고하고 “오스트리아에 경종을 울리는 신호”라며 자유당의 극우 행보를 경고했다. 녹색당 소속의 알마 자디치 법무부 장관은 “자유당이 우익 극단주의자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했다. 국민당도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또 급진적인 얼굴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자유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이런 성향이 표면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다만 오스트리아의 선거 계산법을 고려할 때, 자유당이 제1당이 되더라고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연정이 필수적이다.

독일 매체인 ‘도이체 벨레’는 자유당이 가장 많은 표를 얻는다고 해도 키클이 자동으로 총리가 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총리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녹색당 소속인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대통령은 키클과 연정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도했다. 카를 네함머 총리도 최근 TV토론에서 키클을 향해 “급진화됐다”,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다만 이민 제한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당과 자유당이 같은 방향을 보여 득표율에 따라 깜짝 협력 가능성도 열려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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