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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샌프란시스코의 로보택시 [뉴노멀-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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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인 자율주행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로보택시’. 웨이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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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 더밀크 대표



“온다. 로보택시가 온다.”



이렇게 택시가 오기를 흥분하며 기다렸던 적은 없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 앱인 ‘웨이모 원’을 열어서 택시를 부르니, 우버 기사를 부른 것처럼, 자동차 상부에 둔탁한 라이다(LiDar)가 달린 하얀색 재규어 소형 스포츠실용차(SUV)가 다가오고 있었다.



예정된 시간에 차가 도착하니 스마트폰 ‘웨이모 원’ 앱에는 잠금해제(Unlock) 버튼이 생겼다. 이 버튼을 누르니 자동차 손잡이가 튀어나왔고 차량에 탑승했다. 차량 뒷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니 자동차 뒷자리 디스플레이에 ‘재권님 안녕하세요’(Hello JaeKwon)란 문구 밑에 ‘운행 시작’(Start Ride)이란 버튼이 있었고 이 버튼을 누르니 차가 운행을 시작했다.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고 목적지로 설정한 ‘골든게이트브리지 비지터센터’까지 차가 스스로 운행을 했다. 차량 탑승 뒤 처음엔 살짝 긴장했으나 로보택시가 자연스럽게 운행을 하니 안심하면서 승차를 즐길 수 있었다.



운전 실력은 뛰어났다. 제한속도를 지키는 것은 물론, 일방통행에 비보호 좌회전이 많아 복잡하기로 악명이 높은 샌프란시스코 시내 주행을 무리 없이 했다. 운행 20분이 지나니 예정대로 차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으며, 하차하고 문을 닫고 운행을 종료하니 알아서 다음 목적지로 떠났다. 로보택시 첫 승차를 마치니 1분 내로 영수증이 이메일함에 도착했다. 5.7마일(약 9.17㎞)에 30분 주행을 했는데 22.22달러(약 3만500원)가 청구됐다.



웨이모 첫 시승을 마친 뒤 지금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10번 정도 로보택시를 타봤다. 지난 10번의 탑승 경험 중 사고는 없었으며 자동차가 알아서 사람을 피해 가고 교통체증을 우회하고 중간에 끼어들기도 잘하며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움직이는 경험을 했다. 다만 우버는 목적지에 바로 도착하는데 웨이모 로보택시는 승하차 지점이 따로 있어서 약간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한번은 웨이모를 불러서 차가 오는데 중간에 다른 차로 바뀌어서 탑승 대기 시간이 갑자기 더 길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따로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로보택시가 지나가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보택시는 도시의 일부가 된 것이다. 웨이모는 778대의 로보택시를 운행 중이며 그동안 웨이모 직원이나 샌프란시스코 주민 중 일부만 탑승할 수 있게 하다가 지난 6월부터 주 7일 24시간 서비스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지난 10번의 탑승 경험으로, 자율주행차로 알려진 로보택시 서비스는 이미 티핑포인트가 지났으며,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 15년간 3218만㎞의 누적 자율주행 ‘실험’을 마치고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웨이모 쪽은 주당 10만건의 유료 탑승 실적을 돌파했다고 지난 8월 공개했는데, 3분기 실적발표가 있는 오는 10월엔 이보다 두배 많은 유료 탑승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웨이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도시로 확장하고 있으며 고속도로에서도 운전자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오갈 수 있도록 교통당국에 허가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구글은 웨이모에 50억달러(약 6조58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웨이모의 수익성에 대한 의심이 크다. 로보택시 한대당 10만달러(약 1억3160만원)나 들고 보관·충전 시설은 물론 주차를 위한 부동산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수요에 따라 기업들은 경쟁할 것이고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테슬라도 오는 10월10일 로보택시 서비스 시작 이벤트를 개최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렇게 삶 깊숙이 파고들고 있으며 세상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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