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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김건희 철벽방어’ 감사원, 유병호 주도 ‘탈원전 감사’와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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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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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부실·허위 감사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감사에 적용했던 감사 기준이 김건희 여사 개입 의혹이 불거진 사안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도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야당은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이 주도했던 이번 감사의 불법성과 이중잣대 등을 확인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27일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관저 이전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한 감사가 누락됐다는 이날 한겨레 보도에 대해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 감사실시 의결 취지에 따라 감사를 했다. 감사위원회의에서도 충분한 논의와 의결을 거쳤다”는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그러나 감사원은 감사를 실시하지 않은 근거로 들었던 감사원 규칙(정부 중요 정책 결정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한다)을 김 여사 개입 의혹이 불거진 관저 이전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것은 감사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해명도 하지 않았다. 감사 업무 경험이 많은 인사는 29일 한겨레에 “해명이 불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 관련 감사와 비교하면 감사원의 이중잣대는 명확해진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7년 10월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수립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따라 전력수급·에너지기본계획을 짰다. 이후 2018년 6월 탈원전 로드맵 일환으로 월성1호기 조기폐쇄가 결정됐다. 그러자 2019년 6월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시민 547명 동의를 받아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같은 해 10월 국회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주도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감사를 감사원에 요구했다.



감사원은 2020년 10월(월성1호기)과 2021년 3월(탈원전 로드맵)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탈원전 로드맵에 대해서는 “감사원 규칙에 따라 에너지전환이라는 정부 ‘정책 결정’은 감사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국무회의 심의·의결 등을 거쳤기 때문에 위법성은 없다”고 했다. 반면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에 대해서는 “조기폐쇄 정책 집행”이라며 의사결정 및 경제성 평가 감사를 진행해 위법성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월성1호기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수사·기소한 검찰이 “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닌 정책 집행 과정의 위법성을 보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감사원 기준에 따른 것이었다.



대통령실과 관저를 청와대에서 이전하는 결정은 에너지전환 로드맵처럼 ‘정책 결정’에 해당해 감사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이후 관저를 외교장관 공관으로 결정하는 과정은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처럼 ‘정책 집행’에 해당해 감사 대상이 됐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관저 부지 선정은 정책적 결정 사안이라 애초에 감사 대상으로 고려를 안 했다”는 입장이다. 감사 관련 사건 경험이 많은 법조인은 “탈원전 로드맵은 ‘정책 결정’, 이에 따라 가동 중인 원전의 경제성을 평가해 언제 폐쇄할지 시기를 정하는 것은 ‘정책 집행’이다.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의혹 감사 역시 이를 달리 적용할 이유가 없다. 김건희 여사가 드러나게 될 것을 우려한 이중잣대 아니겠느냐”고 했다.



당시 월성1호기 감사는 유병호 현 감사위원이 주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좌천 논란을 겪은 뒤 윤석열 정부에서 이 감사 결과를 디딤돌 삼아 감사원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지난해 4월 유 사무총장이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감사범위를 두고 감사담당 과장과 충돌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월성1호기 감사방해 혐의로 기소됐던 산업부 공무원 3명은 지난 5월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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