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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사설] ‘풍전등화’ 급전 창구, 불 꺼지지 않게 세심 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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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대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9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 카드대출 및 연체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카드 대출 규모(전업카드사 8곳 기준)는 총 44조665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출 비중은 카드론(장기)이 38조7880억 원(86.8%)으로 현금서비스(단기)를 압도했다.

카드 대출은 돈줄이 막힌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일종의 ‘급전 창구’다. 이 창구의 최근 기류는 서민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웅변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의 8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8310억 원으로 올해 들어 매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건전성 지표도 비상이다. 지난달 기준 8개 카드사의 연체액은 1372억 원으로 지난해 말 983억 원보다 1.4배 커졌다. 연체율은 2.4%에서 3.1%로 0.7%포인트(p) 상승했다.

카드 대출은 통상 금리가 높다. 9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4% 내외 수준에서 형성돼 있지만, 대다수 이용자인 저신용자(신용점수 700점 이하)는 17%의 고율이 적용된다. 부실이 금융권 전반으로 전이되기 전에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한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풍선효과가 어찌 나타날지 알 수 없다. 국가적 질환인 가계부채, 집값 거품 등에 대응하기 위한 DSR 규제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취약계층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경계를 요하는 징후가 한둘 아니다. 지난달 말 2금융권 가계대출이 2022년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3년 전 ‘영끌’·‘빚투’ 당시 학습했던 카드론 증가 사례도 잊지 말아야 한다.

팬데믹 때보다 더 어렵다는 자영업자 대책도 필요하다. 특히 카드론 급증은 자영업 부실화와 연관이 깊다. 코로나19 당시 급증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연체율은 치솟고 있다. 금융업권별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9∼10년 새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고 저축은행 연체율은 10%에 가깝다.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는 안전한 출구 마련이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포퓰리즘 처방은 금물이지만 국가 배려가 없어서는 안 될 보호 대상자들에 한해서는 채무 조정을 비롯한 구제 카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도권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 시장도 점검해야 한다. 대부 업체들은 돈을 빌려줄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 탓에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다. ‘빚내서 빚 갚은 악순환’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조차 끊기면 무엇이 남을지 돌아볼 일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부 업체의 개인신용 대출 원가금리는 조달원가 7.8%, 업무원가 3.1%, 자본원가 3.2%, 신용원가 8.0∼9.0%를 합한 22.2∼23.1%다. 법정최고금리 20%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불법 사금융을 키우는 불합리한 구조다. 최고금리 제한을 시장금리에 연동할 수 있게라도 해야 불법 추심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벼랑 끝에 선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섬세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급전 창구마저 불 꺼지게 내버려 둬선 안 되지 않나.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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