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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인터뷰] '베테랑2' 류승완 감독 "조태오, 해치의 차이…'딜레마'의 유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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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영화 '베테랑2' 류승완 감독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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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이 9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1편과 2편 사이 류승완 감독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범죄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이를 대하는 태도 역시 바뀐 것이다. 류 감독은 '재미'를 넘어 보다 깊이 있는 '화두'를 던지고자 했다. 이는 그대로 영화 '베테랑2'에 반영됐다.

영화 '베테랑2'는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가 강력범죄수사대 막내로 합류한 박선우(정해인 분)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류 감독은 대중영화로서 재미를 잃지 않으며 사회적 문제를 던지고 관객과 함께 고민을 나누려 노력했다.

"'베테랑' 1편을 찍으면서 자연스레 2편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스토리도 몇 개 가지고 있어서 (1편 촬영을 마치고) 의상을 바로 보관했죠. 속편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데 (1편이) 너무 큰 성공을 거두게 된 거예요.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류 감독은 영화 '베테랑' 1편을 찍을 때만 하더라도 큰 흥행을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예산을 쥐어짜며 찍은 영화"가 개봉이 밀리며 '여름 영화'가 된 것이다.

"당시 목표 스코어는 400만 명이었어요. 그런데 3배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으니. 2편 제작이 부담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류 감독은 고민 끝에 마음에 품고 있던 또 다른 영화를 제작하기로 했다. 주연 배우인 황정민도 다른 작품들을 연이어 찍었다.

"시간이 흐르다가 '범죄도시' 같은 재미있는 형사물이 나오게 됐어요. '베테랑'이 지금 나와서 어떤 걸 성취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1편을 그대로 반복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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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2' 류승완 감독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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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감독은 1편을 찍고 범죄 사건 혹은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섬뜩한 일'이라며 자신이 겪었던 혼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1편은 저를 분노하게 만든 사건들이 시발점이 되었고 달려 나가며 분노를 해소하는 힘으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2편을 만들기 전 섬뜩한 경험하게 됐어요. 어떤 사건에 관해 공분하다가 시간이 흐르고 보니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게 된 거예요. 그런데 빨리 잘못을 뉘우치기보다 (당시 가해자였던 피해자를) 비난한 자신을 변호하게 되더라고요."

그는 자신을 변호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섬뜩함을 느꼈고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내 감정에만 충실해 분노를 표출한 게 과연 정당할까? 분노의 기준은 뭘까? 정의란 뭘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흐르며 '베테랑' 속편은 공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어요.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공분이라는 게 과연 정당한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답이 없더라도 이야깃거리는 될 수 있겠구나!' 하여 지금의 구성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 거죠."

영화 '베테랑'의 1편과 2편에는 '시간의 흐름'이 그대로 담겼다. 극 중 서도철의 아들은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었고, 서도철과 얽힌 인물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저는 1편과 2편이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1편에 등장한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든 2편에 얼굴을 비추게 하고 변화를 짚어냈죠. 예컨대 오프닝 장면에 등장하는 시사 프로그램 남녀 패널은 1편에서 조태오를 변호하던 변호사, 경제 프로그램에서 조태오 측을 전망하면 전문가예요. 1편에서 기자로 등장한 신승환 씨도 2편에서 유튜버로 출연해 또 다른 뉴스 공급책을 맡죠. 정만식 씨도 1편은 얄밉게 등장했다면 2편은 보다 심각한 범죄로 합류해요. 반복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2편은 확장의 전략을 쓴 거예요. 1편과 2편 사이에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보여줬어요. 9년 만에 나오는 영화니까요. 그리고 그 안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큰 숙제였죠."

앞서 언급한 대로 영화의 변화는 서도철을 통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서도철의 아들이 '학교 폭력'에 연루되고 그의 딜레마를 효과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1편에 서도철의 아내 주연(진경 분)이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를 때렸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당시 서도철은 '당신 아드님이 학교에서 애 팼단다'는 말에 '때려서 깽값 무는 건 참아도 쥐어 터져서 병원비 내는 건 못 참는다'고 답해요.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게 잘못된 생각과 태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걸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장면 중 하나가 서도철이 아들과 마주 앉아 '아빠가 미안하다. 생각이 짧았다'고 말하는 거예요. 1편의 잘못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장면을 통해 '베테랑'이라는 영화와 서도철이라는 캐릭터를 특징지을 수 있는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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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2' 스틸컷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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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류 감독은 '베테랑' 시리즈의 악인들을 언급, 전사를 생략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박선우 캐릭터에는 전사가 생략되어 있는데 이는 의도된 거예요. '해치'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보았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공포스러운 건 '실체가 없는 것'이거든요. '올여름은 왜 이렇게 더워?'라고 물었을 때 다양하게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겠지만 해결책이 마땅히 없고 실체가 없다는 게 공포잖아요. 이 근원을 알 수 없는 형태로 '악'으로부터 발생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에서 '빌런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랬다면 처음부터 그의 정체를 까발리지 않았겠죠. 중요한 건 어떻게 사건이 이뤄지고 어떤 형태로 가느냐 에요."

1편의 악인 조태오와 2편의 악인 박선우가 다른 점은 '딜레마'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라고 부연했다.

"저는 박선우라는 인물이 혼란스러운 상태이기를 바랐어요. 정해인씨에게도 캐릭터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상태기를 바랐거든요. 1편의 악당과 2편의 악당이 다른 점은 이런 지점이에요. 조태오는 스스로 저지른 추악한 행동을 '악행'이라 여기지 않아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아니고 상대에게 큰돈을 지불했으니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딜레마는 없는 캐릭터죠. 하지만 '해치'는 딜레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정 부분 명확하게 신념을 가지고 있고 그걸 정의라고 생각하고 있어서죠. '투이'에게 저지른 행동은 올바르지 않지만,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해요. '해치'의 목적은 공분하는 대상에 대한 실체를 까발리고 대중의 혼란을 즐기려던 거예요. 그런데 서도철이 등장하며 예상대로 풀리지 않게 된 거죠."

류 감독은 이 모든 걸 설명하지 않은 이유는 "영화의 주인공이 '해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해치'의 실체가 또렷하기보다 혼란스럽기를 바랐고 '서도철'이 '해치'에게 수갑을 채우는 행위를 응원하려고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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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2' 류승완 감독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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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에게 화제를 모았던 액션신에 관한 비하인드도 밝혔다.

"어려운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영화적 체험을 하고 즐기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잊지 못하는 게 1편에서 서도철이 소화전에 찍히는 장면을 보고 일반 관객, 해외 영화제 관객들이 열렬하게 반응하더라고요. 어떤 영화제에서는 박수도 터져 나오고 그랬어요. '서도철이 아플수록 좋은 거구나?' 이걸 시그니처로 만들어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베테랑'의 액션 신들은 무성영화 시절 코미디에 대한 선사이자, 관객들이 진입하기 수월하게끔 내미는 제스처라고 보시면 돼요. 1편을 좋아하셨던 관객들이 수월하게 즐길 수 있도록 셋업하고, 강도를 높여가는 거죠."

영화 말미 등장하는 쿠키 영상에 관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류 감독은 칸 영화제 상영 당시에는 쿠키영상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3편에 대한 가능성을 남겨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칸 영화제 버전은 독립된 이야기로 전달하려고 했어요. '시리즈'는 한국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거니까요. 제목도 '베테랑2'라고 내놓지 않았고, 쿠키 영상도 빠지게 된 거죠. 국내 개봉 버전은 한국 관객이 보는 거니까요. 1편을 아우르면서 3편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놓은 거예요. 3편은 손익분기점을 넘은 뒤에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지만요. 하하. 현재 3편에 대한 기초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해치'에 대한 스크립트를 쥐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아주경제=최송희 기자 alfie3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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