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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현금서비스 44.7조 사상최대…서민, 급전창구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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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마지막 ‘급전 창구’인 카드 대출이 약 45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권 대출 문턱을 높이자, 상대적으로 돈 빌리기가 쉬운 카드 대출로 ‘풍선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 부진 여파에 생활비가 부족한 경제 취약층이 늘어난 것도 카드빚을 키웠다.

29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받은 ‘국내 카드 대출 및 연체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체 카드 대출 규모(전업 카드사 8곳 합산)는 44조6650억원(1170만900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다. 특히 카드 대출 중 장기 대출인 카드론은 총 38조7880억원, 단기 대출인 현금서비스는 5조8760억원이었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는 은행이나 제2금융권에서 돈을 더 빌릴 수 없을 때 쓰는 마지막 수단이다. 대출 한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데다 이자율도 높아 주로 자영업자가 ‘급전’이 필요할 때 찾는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과 제2금융권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돈 빌리기가 어려운 경제 취약층이 카드 대출에 더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카드론의 경우 금융기관들이 대출 태도를 강화함에 따라 중·저신용자 단기자금 수요가 몰리면서 올해 2분기 중에만 1조3000억원 늘어나는 등 최근 들어 증가세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카드 대출의 규모가 커지면서 연체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카드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기준)은 3.1%로 지난해 말(2.4%)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특히 연체 금액은 지난달까지 총 1조3720억원(31만2000건)으로 지난해 말(9830억원)과 비교해 3890억원이 급증했다. 연체 금액은 카드 사태가 있었던 2003년(6조600억원)과 2004년(1조9880억원)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카드 대출의 연체 지표는 경기 둔화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꼽힌다는 점이다. 최근 내수 부진 여파에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이러한 카드 대출 연체가 급증한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카드 대출은 제1·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고도 부족한 사람들이 추가로 쓰는 다중 채무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한 번 연체가 쌓이면 이를 해결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빚을 못 갚아 채무 조정(신용 회복)을 신청한 사람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9일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채무조정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채무 조정을 신청해 확정받은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11만5721명이었다. 이는 2020~2022년 연간 채무조정 확정자 수(11만~12만명 수준)에 이미 근접한 것이다. 또 지난해 전체 채무조정 확정자 수(16만7370명)의 약 70% 수준에 이른다.

상당수 전문가는 장기간 이어진 고물가·고금리에 ‘빚내서 빚으로’ 버틴 자영업자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점도 채무조정이 늘어난 원인으로 꼽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 당시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위한 대출 연장 등 금융 지원이 최근 연체율이 뛰고, 채무 조정도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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