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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신민영의 마켓 나우] 언제까지 원화 약세가 바람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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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민영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초빙교수


환율은 성장성과 안정성 등 국가 경제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금융변수다. 한국은 수출입 비중이 높은 데다 IMF 외환위기를 비롯한 경제위기 당시 환율이 급등한 바 있어 환율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특히 수출주도 경제의 특성상, 위기에 따른 것이 아닌 원화 약세는 선(善)으로 인식됐다. 수출물량을 늘려 경기 개선 효과가 있는 데다 원화로 표시한 기업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제구조와 비즈니스 행태가 바뀌었음을 고려해 환율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중앙일보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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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경제 전반에 대한 수출기업 호실적의 긍정적 낙수효과가 약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투자 부진으로 연관 산업의 실적을 이끄는 효과가 약화했고 그나마 투자의 상당 부분이 국내 투자에서 해외 투자로 전환됐다. 투자가 이뤄져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위주의 산업구조 특성상 고용 효과도 미미하다.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공급사슬로 인해 원화 약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예전만 못하다.

반면, 원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올려 가계의 실질임금을 낮추는 부정적인 효과는 분명하다. 팬데믹에 따른 전 세계적 고물가에 달러당 1400원이 넘는 환율 때문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를 넘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의 부(富)를 일반 가계에서 수출기업으로 이전한다.

동일한 현상이 장기간 통화 약세를 경험한 일본 사례에서도 잘 나타난다. 일본의 1인당 GDP가 2012년 5만 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3만4000 달러 이하로 하락한 것은 일본 경제의 저성장과 엔화 약세를 주요 축으로 하는 아베노믹스 효과가 합쳐진 결과다. 이 기간 거시경제적으로 디플레이션이 완화되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은 특히 해외투자소득 확대 등 수익증대 혜택을 입었다. 그렇지만 가계는 구매력 약화를 겪을 수밖에 없어 엔화 약세는 일반 국민에게 인기가 없었다.

때마침 지난주 금요일 아베의 정적이었던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총리로 선출됐다. 금리 인상 필요성을 주장해 온 그는 향후 엔화 강세를 유도 내지는 용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금리 차 축소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향후 엔화 강세를 전망한다. 미국의 강력한 금리 인상이 초래한 달러 강세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원화 강세가 나타난다면 금리 인하와 더불어 가계 구매력을 높이고 주식시장을 부양해 내수확대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지난주 최상목 부총리는 “경제의 최우선 과제는 내수 회복”임을 재확인했다. 원화 약세가 선이라는 지나간 시대의 도그마에서 벗어나 가계의 어려움 완화와 내수 회복을 위해 변화하는 시장환경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신민영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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