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3 (수)

[르포]美대선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 가보니…우편투표·젊은층에 달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20년 대선, 우편투표 집계후 결과 뒤바뀌어

선거인단 19명 달려있어…해리스-트럼프, 초접전

트럼프 나온 와튼스쿨 학생 대다수 해리스 지지

여전히 안갯속…해리스·트럼프 선거 자금 쏟아부어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지난달 27일(현시지간) 찾은 미 대선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의 가장 큰 도시인 필라델피아. 선거를 5주가량 남겨두고 있었지만, 시청 내 필라델피아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이미 사전 투표를 진행되고 있었다. 통상 우편투표는 집으로 투표용지를 받지만, 유권자들은 이곳에서 우편투표 용지를 직접 받아 곧바로 사전 투표를 할 수 있었다. 투표를 마치고 만난 사라 매튜스 씨는 “우편으로 투표용지를 발송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도착할지 확신이 없어 직접 투표하러 왔다”면서 “소중한 한표가 미국 민주주의를 위해 행사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데일리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 시청 앞에서 해리스 캠페인 직원이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김상윤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주는 우편 투표로 곤욕을 치렀던 지역이기도 하다. 개표 당시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보였고 조기 승리 선언을 했지만, 이후 우편투표가 합산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역전됐다. 바이든은 50.0%의 지지율을, 트럼프는 48.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초접전이었다. 트럼프는 이후 ‘부정선거’가 일어났다고 주장했고 트럼프 지지층은 개표소에 살해위협 전화까지 하기도 했다.

올해 선거도 우편투표가 승자를 가를 주요 투표수단이 될 전망이다. 2020년 못지 않게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분석업체 파이브써티에잇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47.9%의 지지율을, 트럼프는 47.3%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이번 대선 경합주 가운데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돼 있다. 단 0.1%포인트 차이에도 19명의 선거인단 전부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양 후보가 예민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자칫 부정선거를 의심할 정황이 나온다면 대선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를 반영한 듯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장에서 우편투표 용지를 가져가는 유권자들을 이중삼중 체크하며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선거관리를 담당하는 필라델피아시 수석 부위원인 빈센트 고완스는 “우편투표 용지를 수령하려면 신분증을 제시해야하고, 집 주소가 맞는지 수차례 체크를 한다”면서 “음모론은 계속 나왔지만, 투표가 조작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데일리

필라델피아 시청 내 선거관리위원회에 마련된 투표소 (사진=김상윤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필라델피아 시청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카멀라 해리스 캠페인 직원들이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사진=김상윤 특파원)


존재감 커지는 젊은층…트럼프 나온 와튼스쿨 학생 대다수 해리스 지지

박빙의 선거에선 젊은 유권자들의 표가 결정적일 수 있다. Z세대로 불리는 18∼27세 미국 유권자는 4200만명에 달한다. 미국의 총유권자수는 2억3000만명 정도인데 약 18.2% 정도를 차지한다. Z세대 유권자층은 과거 투표집단으로서의 영향력이 미미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었던 2020년 미국 대선에서는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론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대선의 경우 18~29세 젊은층의 투표율은 55%였다. 2016년(44%)에 비해 11%포인트 증가했다.

웨스트 체스터 대학교의 정치학 교수인 존 케네디는 CBS에 “이번처럼 박빙의 선거에서 젊은 유권자들이 극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펜실베이니아주는 이번 대선의 핵심 격전지로 꼽히는 주이고, 젊은 유권자들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젊은 유권자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아이브리그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유펜)를 찾았다. 유펜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온 와튼스쿨(경영대)이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자신이 유펜 경영대인 와튼스쿨을 다녔다며 자신은 “엄청난 천재(super genius)”라고 자랑해 왔다.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온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2024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물어보자 대다수 학생들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진=김상윤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교의 도움을 받아 와튼스쿨의 한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15명의 학생 중 13명은 해리스를, 1명은 트럼프를 지지했고, 나머지는 부동층이었다. 트럼프가 선배임에도 불구 이들은 해리스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A학생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오랜 기간 글로벌경제를 지탱했던 자유무역시스템을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며 “관세를 지렛대 삼아 미국에 유리한 무역협상을 만들겠다는 취지에도 불구, 거래가 줄고 수입 물가가 올라가면서 미국 경제에 보다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B학생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독립성이 중요한 연방준비제도를 대통령 통제하에 두려고 한다”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경제시스템과 어긋난 발언을 많이 하고 있고, 실제 당선이 된다면 상당한 혼란을 끼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펜실베이니아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 추이 (그래픽=파이브써티에잇)


반면 트럼프를 지지한 C학생은 “현재 불법이민자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범죄가 늘고, 이들이 저임금 일자리를 차지함으로써 미국 시민이 직업을 잃거나 임금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보편적 관세부과는 다른 나라한테는 불리하겠지만, 미국의 경제는 관세수입이 늘고 왜곡된 무역이 해소되면서 더 나아질 것”이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또 “해리스가 내건 가격 통제 공약(바가지 요금 금지)은 경제를 왜곡시킬 것”이라며 “기업들은 이윤이 없으면 물건을 덜 만들 것이고, 공급이 부족해지면 오히려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리스는 당선시 식료품 가격 인상을 연방차원에서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을 예정인데, 대다수 경제학자는 이 공약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유펜 와튼 대학생처럼 최근 나온 조사 결과에는 Z세대 표심이 해리스에게 기울고 있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하버드대 조사에서는 18∼29세 유권자 64%가 해리스, 32%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가 거셀 경우 해리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필라델피아 시청 앞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독려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브라이언 리나드 씨는 “이번 선거는 젊은층 투표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투표를 해 미국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젊은 층의 열망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펜실베이니아주의 가장 큰 도시 필라델피아의 한 건물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캠페인 광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김상윤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갯속 펜실베이니아…해리스·트럼프 선거 자금 쏟아부어

다만 젊은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 얼마나 참여할지는 미지수인 만큼 펜실베이니아주의 표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게 대체적은 분석이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의 주요 도시인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는 민주당 성향이 좀 더 강하지만 이를 제외한 중부지역은 공화당 성향이 강한 편이다. 총 67개 카운티마다 정당 지지가 다른 만큼 선거 캠페인을 펼치기에 까다로운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해리스와 트럼프 캠프 모두 시간과 돈을 펜실베이니아에 가장 많이 쏟아붓고 있다. 이날 필라델피아 곳곳에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 광고를 볼 수 있었다. 시내에서 만난 크리스 크래머 씨는 “격전지이 다보니 양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조금은 피곤하기도 하다”면서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 아마도 최선보다는 차선을 택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