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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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금리 인하를 안 했는데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었던 걸 예상했는지 그분들에게 물어봐 달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실기론을 반박했다. 한은의 금리 결정이 옳았는지에 대한 판단은 1년 뒤 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수준을 보고 판단해달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연 3.25%로 0.25%p(포인트) 인하한 뒤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8월 금리 (동결을) 결정했을 때 한은이 실기한 것 아니냐는 여러 기관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한은이 실기 했느냐, 안했느냐는 내수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하는지, 아니면 금융안정을 같이 고려하면서 하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판단이 어렵고 1년 뒤 경제상황과 금융안정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8월에는 주택 관련 심리를 추가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와 얘기해 거시 안전성 정책을 강화한 다음에 금리를 인하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실기하지 않았냐는 분들이 있는데, 8월에 금리 인하를 안 했는데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었던 걸 예상했는지 그분들에게 물어봐 달라"고도 했다.
이어 "(반대로) 한은이 좌고우면하면서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해 이런 현 상황이 초래됐다는 견해도 있다"며 "그런 비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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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의 가장 큰 이유로 2% 아래로 떨어진 물가를 꼽았다. 특히 지난 8월 금리 동결의 근거로 제시했던 가계대출과 관련해선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은 2~3개월 전에 있었던 주택 거래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9월 아파트 거래량이 7월의 2분의 1,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률이 8월의 3분의 1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다만 이번 금리인하와 관련,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인하'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중립금리 수준이 실제 기준금리보다 높은 만큼 중장기적으로 금리 수준이 낮아지겠지만 미국 등과 같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내릴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10% 이상 올랐고 금리도 500bp(1bp=0.01%p) 높였다"며 "그러니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른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금리를 300bp 올렸고 최고 인플레이션율도 6% 수준이었다"며 "우리도 미국처럼 0.5%p씩 금리가 떨어지겠구나, 돈 빌려도 문제없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끌족'을 향해 "갭투자를 하고 싶으면 금융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대해 "중장기적으로는 확대돼야 한다"며 "어떤 대출이든 자기 능력에 맞게 돈을 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이 대출 금리 인상으로 주담대를 억제하는 데 대해선 "엇박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은행 포트폴리오의 70~80%가 부동산과 관련된 대출인데 이렇게 과도하게 부동산쪽으로 쏠려 있는 대출 규모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 편입이 확정된 것과 관련해선 '감개무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 구조 변화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원화 시장을 개방한 덕분"이라며 "한은도 여기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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