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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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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도 탐지도 안 되는… 스마트폰은 어쩌다 '광고판' 됐나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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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기 기자]

요즘 들어 스마트폰 광고가 부쩍 늘었습니다. 수많은 앱에 무수히 많은 광고가 붙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는 참을 만합니다. 보기 싫으면 해당 앱을 안 쓰면 그만이니까요. 문제는 스마트폰 자체에서 나오는 광고입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소비자 모르게 불법 앱이 설치돼 시도 때도 없이 광고가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광고로 오염된 스마트폰,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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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기본앱에 설치된 광고는 삭제할 수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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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마트폰을 바꾼 A씨. 제품 수령 후 기대하는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써보던 A씨는 자기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습니다. 스마트폰에 계속해서 광고가 떴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광고에 시달려 지칠 대로 지친 A씨는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비싼 돈 주고 산 스마트폰에서 시도 때도 없이 광고를 봐야 하는 걸까?"

스마트폰은 현대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자기기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초 발간한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이용률은 94.8%에 달했습니다. 1인당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일평균 3시간이나 됐죠(와이즈앱). 이런 맥락에서 스마트폰이 '작지만 큰 광고판'으로 변한 건 당연한 일입니다. 대다수의 국민이 매일같이 상당한 시간을 스마트폰을 보는 데 할애하고 있으니까요.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 결과도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온라인 광고는 2018년 5조7172억원에서 지난해 9조216억원으로 5년간 57.7% 증가했습니다. TV·라디오 등 방송 광고가 2022년 4조212억원에서 지난해 3조3076억원으로 17.7%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전체 온라인 광고 시장의 79.5%는 모바일 광고(7조1747억원)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모바일 광고가 온라인 광고 시장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쯤 되면 손바닥 크기만 한 광고판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이 될 겁니다.

■손안의 광고세상❶ 내장형 = 그렇다면 스마트폰에서 '광고'는 얼마만큼 노출될까요? 스마트폰마다 다르긴 합니다만, 몇몇 스마트폰은 이용자가 광고를 볼 수밖에 없게끔 UI(사용자 환경)를 만들어 놨습니다. 샤오미의 최신 제품 '포코X6 프로(30만~40만원대 저가폰)'가 대표적입니다. '포코X6'에서 배경화면, 앱 아이콘 이미지 등 스마트폰 디자인의 테마를 바꾸려면 수많은 광고를 거쳐야 합니다.

가령, 연관 설정을 터치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700~1000원을 들여야 쓸 수 있는 사진·벨소리 등 유료 테마들입니다. 내 사진을 고르고 싶어도 몇번을 터치해야 할 정도로 유료 테마가 많습니다. 벨소리 하나를 바꿀 때도 유료 콘텐츠를 지나쳐야 하니, 두말하면 잔소리겠네요. 노출 빈도를 늘려 이용자가 돈을 주고 테마 콘텐츠를 구매하게끔 샤오미의 UI가 유도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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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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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포코X6 프로 같은 저가폰을 쓰니까 그런 경험을 하는 거다"면서 "고가 스마트폰 브랜드를 쓰면 광고로 불편을 겪을 일이 없다"고 말할지 모릅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애플처럼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도 드물지만 광고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다만,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애플은 '기본앱'을 통해 광고를 늘리고 있습니다.

■ 손안의 광고세상❷ 기본앱형 = 애플은 지난 7월 미국 광고업체 '타불라'와 아이폰 기본앱인 '뉴스'와 '주식'에 콘텐츠 형식의 광고를 게재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애플이 기본앱에 싣기로 한 건 '네이티브 광고'로, 배너나 이미지 형태가 아닌 기사와 같은 형식으로 제공합니다.

이쯤 되면 '내장형'보다 '기본앱'에 광고를 싣는 게 차라리 낫다는 반응이 나올 법하지만 이 또한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앱에 깔려 있는 광고 역시 '내장형'만큼이나 불편합니다. 가령, 어떤 기본앱은 실행하면 특정 앱을 홍보하는 광고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데, 5초 이상 시청해야 이 광고를 끌 수 있습니다. 삭제가 쉽지도 않습니다.

기본앱은 일반적인 방법으론 삭제가 불가능합니다.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 스마트폰의 보안 시스템을 우회하면 삭제할 수 있습니다만, 평범한 소비자가 곧장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삭제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언급했듯 기본앱은 배경화면·벨소리 변경, 파일 탐색 등 스마트폰에서 자주 쓰이는 기능들을 담고 있어서 삭제해버리면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용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광고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손안의 광고세상❸ 불법 광고앱 = 심각한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저가폰이든 고가폰이든 가리지 않고 파고드는 '불법 광고앱'은 괴롭힘의 극단을 보여줍니다. 개중엔 '창닫기 표시'가 없는 광고까지 있습니다. 광고를 건너뛸 수 있을 때까지 무작정 봐야만 하는 '악질 광고'입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에는 불법 광고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 모델을 쓰는 소비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을 보실까요?

"7살 아들이 게임을 한다고 스마트폰을 빌려 갔는데, 그 뒤로 게임 광고가 계속 풀화면으로 뜨더라고요. 2~3분 간격으로 광고가 나오는데, 건너뛸 수도 없어 답답했습니다. 갤럭시 자가 진단 앱을 돌려봐도 '안전하다'는 결과만 나오더군요. 몇시간 동안 인터넷 자료를 검색한 끝에 스마트폰에 악성 앱이 설치돼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불법앱이 문제가 되는 건 광고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오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불법앱은 앱마켓의 심의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성인·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는 광고가 청소년 등 취약계층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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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스마트폰이 이런 악성앱을 분간하지 못하는 건 왜일까요? 보안업체의 한 관계자는 "유료 앱은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을 입력하는 사용자 허락이 필요하지만, 무료 앱은 그냥 설치되기 때문에 악성 앱이 이용자도 모르게 깔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앱은 바이러스가 아니어서 보안 프로그램이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떤가요. 아직도 '내 스마트폰은 고가여서 광고로부터 안전하다'고 자부할 수 있나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은 합법이든 불법이든 악질이든 광고천국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삭제를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탐지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광고는 '불법'의 경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불편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데도 소비자로선 광고를 걸러낼 수도 없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어디 있나 싶습니다. 작지만 큰 광고판이 돼버린 스마트폰, 이대로 괜찮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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