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출시된 아이폰11 퍼플 색상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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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직장인 한모(31) 씨는 최근 휴대폰을 바꿀지, 수리할지 고민했다. 2020년 1월에 구입해 줄곧 사용하던 아이폰11의 통화 소리가 부쩍 작아져서다.
관건은 비용인데 교체와 수리 비용을 좀처럼 비교하기 어려웠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상 수리 가격을 안내하고 있었지만 한씨의 스마트폰은 해당사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리 유형이 전면 및 후면 파손, 배터리, 카메라, 기타 등 6가지로만 구분돼 있었다.
‘기타’로 조회해본 예상 수리 가격은 무려 58만9000원.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새 휴대폰 값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4년 넘게 쓴 휴대폰 수리에 들이기엔 부담되는 금액이었다.
아이폰11의 디스플레이를 탈거한 모습 [유튜브 공대뚝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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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은 수리 비용은 고작 2만원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공식수리점에 맡긴 가격이다. 수리 후 검색해보니 스피커 교체에 6만원 가량 들었다는 후기도 있었다. 한씨는 “간단하고 수리로도 통화 품질이 되돌아와서 기분이 좋았다”면서도 “‘수리비 폭탄’을 받을 까봐 불안해 하고, 새 휴대폰 구입까지 알아봤던 시간이 아깝다”고 말했다.
한씨와 비슷하게 수리 관련 정보가 부족하거나 비용이 비싸 휴대폰 등 전자제품 수리를 주저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환경단체들은 전자제품 쓰레기를 줄이려면 정책적으로 전자제품 수리 편의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럴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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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세계 전자폐기물 없는 날’을 맞이해 발표한 전기·전자제품 수리 경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기·전자제품의 수리 관련 정보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는 응답은 1000명 중 17.8%에 그쳤다. 반면 부족한 편이라는 응답은 41.8%로,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가장 알고 싶은 수리 정보는, 단연 비용이었다. 같은 설문에서 ‘수리 서비스 정보를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다면 가장 중요하게 제공돼야 할 정보는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응답자의 절반이 가격(50.8%)을 지목했다. 뒤이어 수리의 질(25.7%), 수리 업체 정보(15.6%), 수리 기간(7.5%), 기타(0.4%) 등이 꼽혔다.
[녹색연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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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전자제품을 수리할 때에 비용을 비롯한 수리 관련 정보보다 더 중시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무상으로 수리 받을 수 있는 ‘보증기간’ 자체가 짧다는 점이다.
같은 설문에서 ‘전자제품 수리 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 ‘공식 보증기간이 짧아 수리비용이 발생한다’(22%), ‘비용이 비싸 수리를 포기한다’(21%), ‘수리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14.7%)는 응답이 나왔다.
마찬가지로 쉬운 전자제품 수리를 위해 시급하게 보완되어야 하는 부분으로도 ‘공식 보증기간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26.3%로 가장 높았다. 여기에 더해 ‘한 번 수리한 제품에 대해 추가적으로 보증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응답자는 83.2%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제품의 공식 보증기간을 연장해 적극적으로 수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폐기보다는 수리를 선택하도록 수리 제품에 대해서 보증기간을 연장해 최대한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자폐기물 [123r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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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의 수리는 최근 전세계 환경단체들이 가장 주목하는 의제 중 하나다. 전자제품을 많이 구입하고, 자주 교체하면서 전자제품 쓰레기가 쌓이고 있어서다.
유엔이 발표한 ‘세계 전자폐기물 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발생한 전자폐기물은 6200만톤에 이른다. 줄지어 늘어놓으면 지구를 한바퀴 감싸고도 남는 양이다. 늘어나는 속도도 가파르다. 2010년 약 3400만톤에서 2022년 6200만톤으로 증가했고, 2030년에는 8200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국제전기·전자제품폐기물(WEEE)포럼은 지난 2018년부터 매년 10월 14일을 전자폐기물 없는날로 지정하고 쓰레기를 줄이려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전자제품 쓰레기를 줄이려면 버리지 않아야 하고, 버리지 않으려면 쓰던 전자제품을 수리해 오래오래 쓰면 된다는 간단한 주장이다.
[수리상점곰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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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자원순환기본법이 순환경제사회법으로 전부 개정되면서 수리에 관한 법률적 기반(제20조·지속가능한 제품의 사용)이 마련됐다. 당장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개정 법으로는 전자폐기물을 줄이려는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지적이다. 수리에 필요한 부품의 확보와 배송 기한 외의 사항은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는데, 시행령조차 권고에 그치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천연자원의 사용, 수리용이성, 전자폐기물 발생 등을 고려해 환경적 부하를 낮출 수 있는 제품에 수리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며 “생산자의 수리 책임과 소비자의 수리권이 여러 법에 파편화돼 있다. 이를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담을 법률로 제·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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