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레바논에서 발사된 드론의 표적이 된 이스라엘 해안도시 카이사레아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자택 인근에 경찰들이 서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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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 모두 무력 대결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신와르의 죽음을 계기로 휴전을 이끌려던 미국의 기대와는 딴판이다. 이스라엘 총리의 자택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고, 가자지구와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이어지는 등 중동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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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전쟁 계속, 막지 못할 것”
19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스라엘 해안 도시 카이사레아에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자택이 레바논에서 날아온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당시 총리 부부는 이곳에 없었고,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드론 3대가 날아왔는데 2대는 격추했고 1대가 카이사레아 건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카이사레아는 레바논 국경에서 약 70km 떨어져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곳과 예루살렘에 있는 개인 주택 두 곳을 써왔다. 예루살렘의 베이트 아기온의 공식 거주지는 현재 개조중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후 “오늘 나와 내 아내를 암살하려 한 이란의 대리 세력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이란과 악의 축 파트너들에게 이스라엘인을 해치려는 자는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 “나나 이스라엘이 전쟁을 적들과 계속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이란 테헤란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오른쪽)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간부이던 야히야 신와르(왼쪽)를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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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하마스 계속 살아남을 것”
하마스·헤즈볼라 등을 지원해온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이날 ‘저항의 축’이 계속될 것이란 메시지를 냈다. 그는 성명에서 “그(신와르)의 죽음은 저항의 축에 분명 고통스럽다”면서도 “그의 죽음이 저항의 축을 멈추게 하지는 않을 것이고 하마스는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도 항전 의지를 밝혔다. 하마스 가자지구 2인자 칼릴 알하이야는 전날 방송 연설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에서 철수하고 교도소에 갇힌 우리 죄수들을 석방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인 인질들은 석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와르의 죽음은 (하마스를) 강화하는 데만 기여하고 ‘점령자들’은 곧 그를 죽인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헤즈볼라 소탕을 명분으로 가자지구와 레바논 공습을 계속해 가자지구에선 최소 87명 이상이 숨졌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180발이 넘는 로켓을 발사해 1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20일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의 헤즈볼라 정보사령부와 지하 무기 시설을 공습했다. 또 성명을 통해 자국 전투기가 헤즈볼라 남부 사령부 고위 인사인 알하지 압바스 살라메, 통신 전문가 라자 압바스 아와체, 전략 책임자 아마드 알리 후세인 등 헤즈볼라 사령관 3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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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열린 집회에서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 일원인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사망한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의 사진을 들고 이스라엘에 항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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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장관, 22일 이스라엘 방문 예정”
이 같은 상황은 미국 정부가 기대하던 휴전 시나리오와는 다르다. 신와르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기회”라고 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전쟁을 끝낼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동 해법을 찾기 위해 22일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현지매체가 보도했다. CNN은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신와르의 시신을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신와르 살해에 대한 복수로 인질에게 해를 끼쳐 휴전 협상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휴전 협상의 파트너가 될 새 하마스의 수장이 아직 모호한 것도 문제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하마스에게 끌려간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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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와르 후계자, 온건파 아닌 친이란 강경파?
한때 신와르의 후계자로 협상파이자 해외 조직 책임자인 칼레드 마샤알이 거론됐으나 정작 신와르 사망 애도 연설은 가자지구 2인자 칼릴 알하이야가 맡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하이야는 마샤알보다 친이란 성향이 강한 강경파다. 그는 연설에서 신와르가 이끌어온 하마스의 진로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와르의 동생이자 강경파인 무함마드 신와르도 수장 물망에 올라 있다.
미국 대선(11월 5일) 전 중동질서 재편을 노리는 이스라엘의 행보도 변수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은 미국의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최대한 피해를 입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완충 지대’를 마련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1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이 준비해온 보복 공격도 중동 확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하마스 수장의 제거가 보복 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네타냐후로선 미 대선 전 이란에 최대한 타격을 주고 싶겠지만 (하마스 수장이 사망한) 지금이야말로 빨리 휴전협상을 해서 인질을 데려와야 한다는 이스라엘 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인질을 데려오기 위해 이란에 대한 보복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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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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