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카드 단종 등 비용 감축 한계
신용판매 역마진 구조 고착화 우려
기준금리 인하로 카드사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에도 업계는 좌불안석이다. 금융당국이 연내 가맹점 수수료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업계에서는 카드 사용이 늘어도 수익이 감소하는 구조적 문제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연말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할 예정이다.
적격비용은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 마케팅 비용, 위험관리 비용 등을 포함한 일종의 결제원가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2년 이후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정해 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있다. 최근 네 차례 연속 인하되면서 2012년 1.5~2.12% 수준이던 가맹점 수수료율이 0.5~1.5%까지 내려온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가맹점 수수료의 인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가맹점 수수료 등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 카드론 등 대출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가맹점 수수료가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용에서 발생한 손해를 대출에서 벌충하는 구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 들어 금리인하 기대감이 채권시장에 선반영되면서 카드사가 자금조달에 이용하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여왔다.
여기에 카드사들은 이른바 '알짜카드'를 중심으로 신용카드를 단종하면서 비용을 줄였다. 국내 8개 카드사가 올해 상반기(1~6월) 단종한 신용카드는 모두 282개다. 지난해 전체 단종 건수(405개)의 70%에 육박하는 수치다.
금융당국이 자금조달 비용 감소와 판관비 축소 등을 들어 가맹점 수수료를 추가로 내릴 여지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0.5%로 고정돼 있다. 판관비를 제외하면 적자다. 이런 영세가맹점이 전체의 90%를 넘는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더 이상 내릴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적격비용제도 도입 이후 가맹점 수수료율 감소에 따른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는 세전이익의 최대 55%(2019년) 수준"이라며 "2012년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연간 3300억원, 2015년 인하 이후에는 연간 6700억원, 2018년 이후에는 연간 1조4000억원이 각각 축소됐다"고 짚었다.
서 교수는 "카드사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서는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성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며 "적격비용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불가피한 경우 재산정 주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적격비용 재산정 기간이 연장되면 바뀐 가맹점 수수료 등 영업환경에 적응하고, 대안을 찾을 시간이라도 생긴다"며 "3년의 시간에서는 알짜카드 단종 등 비용을 줄이는 방법 이외에 대안이 없다. 알짜카드가 없어지면 결국 소비자에게 손해"라고 강조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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