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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슬금슬금 송파 넘어 강남 집값 육박한 과천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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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 성공에 원도심도 들썩


서울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2번 출구로 나와 별양상가3로를 따라 1~2분 정도 걸으면 조그만 사거리가 나온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신축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띈다. 과천위버필드다. 과천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단지로 과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단지 중 하나로 꼽힌다.

과천위버필드 맞은편에는 흰색 펜스로 둘러친 거대한 부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4월 철거를 마치고 7월 착공에 들어간 과천주공4단지다. 인상적인 것은 부지 모양이다. 동남쪽 별양로, 서남쪽 별양상가3로를 경계로 직사각형 반듯한 모양으로 구성됐다.

과천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과천프레스티어자이가 요즘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는다.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과천 원도심 분양 가격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공급 부족, 과천 내 갈아타기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본다.

매경이코노미

과천시 별양동 ‘프레스티어자이’ 공사 현장.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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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보다 비싼 분양가에도

흥행에 성공한 과천 구도심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0월 8일 과천 ‘프레스티어자이’ 1순위 172가구 모집에 1만93명이 청약을 접수했다. 평균 경쟁률은 58.7 대 1이다.

과천프레스티어자이는 지하 3층, 지상 최고 35층, 11개동, 1445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과 인접했으며 과천대로와 제2경인고속도로, 과천봉담도시고속화도로 등에 진입하기 수월하다. 주변 기반시설은 좋은 편이다. 과천시민회관, 정부과천종합청사, 과천시청이 가까우며 단지 인근에 중앙공원, 청사앞소공원 등을 비롯해 관문체육공원, 원더파크, 서울대공원,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과천과학관, 과천식물원 등이 있다.

입지만 보면 당연히 과천 내에서도 최상위권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문제는 과한 분양가였다.

지금까지 과천에 새 아파트가 공급되면 늘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 하지만 대부분 과천지식정보타운 내에 위치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단지가 상당수였다. 대표적인 곳이 ‘과천디에트르퍼스티지’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인 이 단지는 특별공급 287가구 모집에 3만6522명이 몰려 12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전용면적 59㎡ 기준 분양가는 8억7000만원으로 주변 시세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과천프레스티어자이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단지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무려 6275만원에 책정됐다. 2019년 분양 이후 경기도 최고 분양가에 이름을 올렸던 ‘과천푸르지오써밋’보다 평균 분양가가 2000만원 이상 비싸다. 하물며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래미안원베일리(3.3㎡당 5668만원)’와도 차이가 난다. 비슷한 시기 분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용 59㎡ 기준으로는 16억~17억원대, 전용 84㎡ 기준으로는 20억~24억원대다. 과천프레스티어자이는 그동안 공급된 서울 어떤 지역보다 비싸게 책정됐지만 모든 타입이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청약 접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만 하더라도 프레스티어자이를 두고 여러 말이 오갔다. 한쪽에서는 “아무리 과천이라고 해도 서울 강남보다 비싼 분양가는 말이 안 되는 만큼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프레스티어자이는 지식정보타운과 다르다. 과천 내 핵심 입지이니 이 정도 분양가가 나오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고분양가 전략은 신의 한 수가 됐다.

프레스티어자이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앞으로 계속 분양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수도권 분양 시장을 살펴보면 일부 분양가상한제 지역을 제외하면 분양가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공사비, 인건비 등 물가 상승과 함께 집값이 오른 영향이다.

과천 원도심 내 공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인근 지역 주민들은 과천 원도심과 지식정보타운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격차’가 있다고 본다. 직선거리로는 1㎞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생활기반시설이나 사람들의 전반적인 인식, 거주민 소득 수준 등에서 차이가 난다는 주장이다.

지식정보타운 내 아파트의 경우 주변 시세 반값으로 분양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 그나마 4호선 과천정보타운역이 예정돼 있지만 언제 개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과천주공아파트가 주를 이루는 원도심은 지하철은 물론 일반적인 생활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프레스티어자이 청약 이후 과천 원도심에서 분양을 앞둔 단지는 과천주공5단지, 8단지, 9단지, 10단지 등이다. 이 중 사업 속도는 8, 9단지가 가장 빠르다. 다만 이주 시기는 내년, 예상 분양 시점은 2026년 무렵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공급량이다. 과천에는 주암지구나 과천지구 등 상당한 공공주택 물량이 대기 중이다. 다만 과천 시민들이 원하는 원도심 내 아파트 공급 물량은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과천 내에서 갈아타기 수요로 과천프레스티어자이 청약이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도 비교적 설득력 있다. 과천 원도심에서 입주 10년이 넘어간 단지가 여럿 있다. 원문동 ‘래미안슈르(2008년 입주)’, 중앙동 ‘래미안에코팰리스(2007년 입주)’ 등이 대표적이다.

과천 원도심의 질주

청약 흥행에 기존 단지도 각광

결과적으로 프레스티어자이 고분양가 전략이 성공하면서 주변 신축 아파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올 들어 과천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과천 집값은 올 들어 10월 초까지 누적 약 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상승률(3.89%)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특히 과천 원도심 신축 아파트가 잇따라 신고가를 기록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과천시 원문, 별양동에 걸쳐 위치한 ‘과천위버필드(2021년 입주)’ 전용 99㎡는 올해 9월 23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1년 전 같은 면적 매물이 22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년 만에 1억2000만원 올랐다.

전용 84㎡ 역시 올해 7월 2년 만에 21억원대를 회복하며 최고가(21억9000만원)에 근접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과천 원도심에서 대장주로 꼽히는 중앙동 ‘과천푸르지오써밋(2020년 입주)’은 전용 84㎡에서 잇따라 신고가를 쓰고 있다. 올해 8월 전용 84㎡가 22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또 다른 매물 역시 22억1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이미 전용 84㎡ 기준으로 22억원을 넘어섰다. 이 단지는 올해 초만 해도 같은 면적이 20억원 미만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하반기 이후 가파른 상승세다. 현재 나온 매물은 1층을 제외하면 대부분 23억~24억원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과천 원도심 또 다른 랜드마크 단지로 꼽히는 과천자이 또한 신고가가 이어진다. 과천자이 전용 84㎡는 올해 8월 2차례에 걸쳐 2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급등기였던 2022년 7월 거래된 최고가(20억5000만원)와 동일한 가격이다. 현재 나온 매물은 저층이 20억5000만원, 중고층은 21억~22억원에 호가가 형성된 만큼 신고가 거래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매매뿐 아니라 전세 가격 역시 급등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과천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과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과천시 원문동 과천위버필드는 올해 10월 전용 84㎡가 12억원(9층)에 전세로 거래됐다. 올해 초만 해도 10억원 전후로 시세가 형성됐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2억원 가까이 올랐다. 무엇보다 전세 자체가 없거나 턱없이 높은 호가만 제시한 매물만 있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매경이코노미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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