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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모인의 게임의 법칙] 넷플릭스와 그리고 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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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
더게임스데일리

세계 최대의 OTT(Over The Top)업체인 넷플릭스가 게임시장 진출을 타진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됐다. 그러나 게임업계에선 넷플릭스가 언젠간 발을 내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넷플릭스가 세계 유명 게임전시회 가운데 하나인 E3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9년 봄의 일이다. 이 회사는 이 전시회에서 자신들이 제작한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기묘한 이야기 3 :더 게임'이란 게임과 판타지 인형극 '다크 크리스탈 에이지 오브 레지스탕스 택틱스'란 작품을 SRPG 형태로 제작한 게임을 선보였다.

넷플릭스는 그 이후, 가릴 것이 없다는 듯 일사천리로 게임사업을 진행했다. 유럽 최대의 게임업체로 불리는 유비소프트와 협업을 진행하는 가 하면,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 등 잘 나간다는 스타트 업들을 대거 패밀리로 끌어 들였다. 그러면서 2022년 10월 트리플 A급 대작 게임 개발을 위한 게임 스튜디오 '팀 블루'를 출범시켰다. 여기에 '오버워치'의 총괄 프로듀서였던 차코 소니와 화제작 '헤일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조셉 스테이튼까지 불러 들였다.

또 지난해 5월에는 소니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에서 아트 디렉터를 담당해 온 라프 그라세티를 스카웃트 했다. 그는 '갓오브 워' 시리즈에서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아 한창 줏가를 올리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렇게 쟁쟁한 멤버로 짜여진 넷플릭스의 '팀 블루'가 스튜디오 출범 불과 2년 만에 전격적으로 폐쇄됐다. 개발자들은 모두 해산했고, 현재는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는 넷플릭스가 게임시장에서 철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과 그렇게 무모하게 패퇴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혼재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넷플릭스가 강력한 게임 드라이브 정책에서 선회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확실하다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견해를 같이 하는 듯 하다.

그렇다면 세계 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월트디즈니와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넷플릭스가 갑자기 꼬리를 내린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그중 한 가지는 영화 사업보다 게임 사업이 더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영화제작 시스템은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배역진이 정해지면 대충 흥행 가능성 여부가 드러난다. 조금은 크기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 윤곽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게임은 그렇지 않다는 게 치명적이다. 빼어난 작품을 배경으로 좋은 PD를 데려다 써도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수익성에 있어서도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과거엔 게임 타이틀 자체가 회사 재정에 도움을 줬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게임시장의 수요 역시 정체 내지는 답보 상태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큐에이 사업부문 등 일부를 전격 분사해 자회사로 편입키로 한 데 이어 올 연말에는 몇몇 게임개발 부문을 스튜디오 또는 자회사로 독립시키기로 한 것이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그간 전략적인 사업 모델로 투자를 집중해 온 인공지능(AI) 연구개발 조직까지 떼내 별도의 회사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엔씨소프트는 본부격인 경영 부문과 소싱 및 퍼블리싱을 전담하게 되는 비즈니스 사업 부문만 남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날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더 소프트하게, 더 슬림화할 수 있다면 그 길을 가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최근의 모습이다.

엔씨소프트의 이같은 방침은 표면적으로는 MMORPG 장르에 주력하면서, 평이해진 매출실적에 반해 방만해 진 기업 경영으로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데 따른 결정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시장에서 회사 가치를 측정해 볼 수 있는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겨우 2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이같은 주가가 더 주저 앉을 수 있다는 비관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이같은 강력한 구조조정의 실질적인 배경은 따로 있다. 김 택진 사장은 지금 1980년대 미국의 영화산업을 다시 되돌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무섭게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당시 미국영화계는 컬러 TV의 바람으로 사실상 공황 단계에 빠질 만큼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기업인수 합병(M&A)시장엔 메이저급 영화사가 헐값에 쏟아져 나오기도 했으나 이를 인수하겠다는 곳이 없었다. 이는 결국 일본 대기업들이 메이저 영화사 사냥에 나서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스튜디오들은 뿔뿔히 흩어졌다.하지만 사전 구조조정과 슬림화를 단행한 기업은 살아 남았다. 월트디즈니는 국민 영화사란 이름으로 미국인들의 열화같은 성원으로 구제됐다.

게임산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안팎의 규제 속에서도 그래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유저들의 강력한 지지 덕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 게임 유저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유튜브 틱톡 등 이른바 동영상 플랫폼에 대거 수요를 빼앗기고 있고, 웹튠 및 숏폼 콘텐츠의 도전에도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또 과거처럼 여가시간에 게임을 찾는 일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긴 했지만, 경쟁 플랫폼이 게임시장 수요를 이처럼 빠르게 잠식해 들어올지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몰랐다.

넷플릭스와 엔씨소프트의 결정은 그런 측면에서 아주 자명한 조치라고 해야 옳다 하겠다. 지금 거품을 거둬내지 않으면 어떤 위기가 몰아 닥칠지 아무도 예측키 어렵다 할 것이다. 덩치의 큰 공룡이 인류의 역사 속에서 가장 빨리 멸종한 것은 덩치가 곧 강건함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설의 방증이다.

게임업계의 슬림화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기 싫어도 살기 위해서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넷플릭스처럼, 체면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은 살아 끔틀 대는 것이 사회의 보답이다. 김 택진 사장의 결단의 결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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