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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제2의 통영' 꿈꾸는 지역 클래식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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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해 포항음악제 중 '찾아가는 음악회'. 목관오중주 연주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포항국제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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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를 꿈꾸는 지역자치단체들이 새로운 클래식 음악축제를 속속 선보인다. 통영국제음악제와 윤이상국제콩쿠르의 주 무대인 경남 통영시, 전용 공연장을 갖추고 다양한 오페라·뮤지컬을 기획하는 대구 등의 명맥을 잇겠다는 포부다. 스타 음악가를 기용하거나 지역 후원·상생을 앞세워 지속가능한 축제를 만들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먼저 포항국제음악제가 11월 1~8일 경북 포항시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4회를 맞아 '바다의 노래'를 주제로 세계적 연주자들을 한데 모은다. 3년 연속 '포항음악제'로 열리다가 올해는 '국제'라는 명칭을 붙여 정체성을 강화했다. 프랑스의 주목받는 현악사중주팀 아로드 콰르텟, 올해 게자 안다 콩쿠르 우승자인 러시아 피아니스트 일리야 슈무클러 등이 내한한다. 개막 연주에선 지난해 한국인 최초 카라얀 젊은 지휘자 상을 거머쥔 윤한결이 포항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수석으로 발탁된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라이네케 협주곡을 함께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의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포항시향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연주자들의 무대도 풍성하다.

이 축제는 포항 출신 첼리스트 박유신이 예술감독을 맡아 첫 회부터 기획해왔다. 박유신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포항이 산업도시로 알려져 있듯이 제가 자랄 땐 딱딱한 느낌이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문화 축제가 많아졌고, 음악과 어우러질 수 있는 도서관·미술관 등 장소도 많다. 무엇보다 음식도 맛있어 음악 축제가 열리기에 제격"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올해는 경상북도의 지원을 받아 지역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포항 출신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아티스트 포항', 도서관·공원·미술관 등에서 시민과 만나는 '찾아가는 음악회' 등이 열린다.

지휘자 윤한결은 "이렇게 국제음악제가 생기는 건 한국 문화계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포항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도 다양하게 시도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서 지난 8월 데뷔 무대를 치르고 왔는데 "포항국제음악제의 공연장을 보니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생각나더라"고도 말했다. "여러 장소에서 하루 종일 공연하는 게 포항에서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도서관에서도 연주하는 건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11월 6~10일 대전에선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이 첫선을 보인다. 세계적 첼리스트 출신으로 지금은 독일 함부르크심포니 수석 객원지휘자 등으로 활약 중인 장한나가 예술감독을 맡아 페스티벌을 연례화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예술의전당과 함께 국내외 39세 이하 청년 연주자 중심으로 구성하며, 'Be Yourself(너 자신이 돼라)'라는 주제로 매일 공연과 부대 행사를 연다.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리는 개·폐막 공연에선 장한나가 대전아트필하모닉을 지휘하고, 각각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와 첼리스트 최하영이 협연자로 오른다. 장한나는 "열한 살에 국제무대에서 첼리스트로 데뷔한 이래로 올해 30주년을 맞기까지 훌륭한 스승과 멘토들을 만났다"며 "소중한 가르침과 세계 무대 경험을 후배·관객들과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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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하슬라국제예술제에서 연주하는 지휘자 정민과 강릉시립교향악단. 하슬라국제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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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장을 연 축제는 강원 강릉시에도 있었다. 지난 13~20일 열린 제1회 하슬라국제예술제다. '하슬라'는 강릉의 옛 지명이었던 순우리말이다. 강릉아트센터가 주최·주관하고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예술감독을 맡아 지역색을 곳곳에 녹였다. 주 무대인 강릉아트센터뿐 아니라 1965년 개원한 아시아 최초의 호스피스 갈바리의원, '커피 도시'의 정체성을 담은 유럽풍 카페에서도 실내악 공연을 열었다. 이밖에 10~11월 사이 전남 여수음악제(10월 20~26일), 경남 창원국제실내악축제(11월 1~6일) 등도 지역민에게 문화 혜택을 제공했다.

다만 대부분 예산을 기업이나 지자체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건 한계로 꼽힌다. 가령 2004년 첫 회 이래 국내 대표 음악제로 성장해온 평창대관령음악제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취임한 후 지난해부터 도 예산이 삭감되면서 규모를 줄여야 했다. 한 관계자는 "지원받고 축제를 유지하는 건 어렵지만 없어지는 건 한순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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