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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설, 왜 읽어야 할까…'소설이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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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시인이 짚어보는 11월 '물끄러미'

연합뉴스

[사람i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소설이 하는 일 = 조지프 앱스타인 지음. 권진희 옮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문학, 특히 소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지금, 허구의 이야기인 소설을 대체 왜 읽어야 하는지 궁금한 이들이 있다면 안성맞춤인 책이다.

미국의 저명한 문학 연구자인 저자에 따르면 소설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지식과 지혜는 역사나 전기, 과학, 비평, 학문에 관한 책을 읽을 때 얻는 것과는 종류가 다르다.

소설에서 얻는 지식은 덜 정확하고 바깥세상에서는 일견 쓸모없어 보일 수도 있다. 또 최고의 소설이 자랑하듯 열거할 수 있는 지식이나 시험에 유용한 정보도 아니다. 소설의 주제는 무한히 넓고 깊은 인간 존재와 삶의 신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설이 그 어떤 다른 문학 형식보다도 "인생이 선사하는 디테일의 복잡성을 잘 수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핵심은 바로 독자들이 소설 속 인물에 깊이 감정이입을 하는 '동일시' 경험이다.

소설 속 인물과 자기를 동일시하는 사람들은 허구의 인물에게 행운을 빌고 소설 속 이야기로의 복귀를 갈망하며, 그들의 슬픔과 역경에 깊이 공감한다. 그런가하면 독자들은 등장인물이 위선적이거나 어리석어서, 또는 너무 나쁘거나 나약해서 그들을 혐오하기도 한다. 이런 '동일시'는 다른 장르의 책들이 제공하기 어려운 소설 읽기만의 강력한 매력이다.

"어떠한 문학 형식도 소설처럼 독자의 정서적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동일시라는 개념, 소설의 구성과 행위에 대한 이러한 참여야말로 틀림없이 많은 독자, 특히나 젊은 층이 소설에서 깊은 즐거움을 찾는 이유다."

사람in. 220쪽.

연합뉴스

[난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물끄러미 = 이원 지음.

이원 시인에게 11월은 "모든 것을 소란스럽지 않게 잠재우는 환함과 어둠을 갖고 있는" 달이다. 이런 사려 깊은 11월이 다가오면 시인은 저절로 자신과 대화를 하게 되고, 또다시 대화하는 법을 배우곤 한다.

그리고 이때에도 변하지 않는 마음이 하나 있다면 "더 듣는 귀여야 했다는 것, 말과 말 사이 침묵을 더 놓고 싶었다는 것"이다.

책은 문학동네 계열 출판사 난다가 매월 한 명의 시인을 정해 시·에세이·메모·편지 등 자유로운 형식의 글을 엮어내는 '시의적절' 시리즈의 11월 편이다.

이원 시인은 시, 문학, 창작, 그리고 삶과 예술에 대한 상념과 사유를 다양한 형식으로 담아냈다.

시 쓰는 것이 본업인 그이기에, 아래와 같은 구절은 예사롭지 않게 읽힌다. 서울예대에서 시 창작을 가르치는 그에게 학생들이 영상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 시가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물은 데 대한 답이다.

"심장이 있는 한 시가 있죠. 의미 이전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중략) 모든 것이 휘발돼도 휘발될 수 없는 맨 안쪽의 장면, 목소리, 시라고 부르는 것이죠."

난다. 192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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