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송민우 “작가가 주시한 삶은 불안에 시달리며,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기차”
2017년 계간 ‘웹북’ 신인상과 2018년 ‘불교문예’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한 광주 출신 김미용 소설가가 첫 창작집(문학들)을 펴냈다./문학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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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2017년 계간 ‘웹북’ 신인상과 2018년 ‘불교문예’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김미용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 ‘모텔, 파라다이스’(문학들)가 출간됐다. .
이번 소설집에는 표제작 ‘모텔 파라다이스’ 등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소설들에서 작가가 다루고 있는 주제의 공통점은 작중 화자들이 모두 ‘불안’에 시달리며 나름의 파라다이스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여자 노인들의 로드 스토리라 할 수 있는 표제작 ‘모텔, 파라다이스’에서 화자는 친구들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천국을 찾아 떠난다. 들고나는 사람이 많았던 다방에 적막이 찾아오자 덜컥 겁이 난 화자는 다방을 지배했던 적막이 집까지 따라붙자 ’겁나게 좋은 데'라고 소문 난 천국을 친구들과 함께 찾아 나선다.
‘그 여름, 매미’의 화자인 상규는 '온통 매미 때문에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없을 정도'라고 영은사 노스님에게 하소연할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다. 아들 민재는 미국에서 유학 중이고, 아내 정은은 딱 1년만 어학연수를 하겠다던 아들을 10년째 뒷바라지하고 있다. 둘이 없는 동안 잘되고 있었던 예식장 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돈도 없어졌다. 그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홀로 적막을 견뎌야 하는 밤과 함께 매미 울음이 찾아온 것이다.
또 다른 작품 ‘새는 없다’에서 화자는 폭력적이었던 전 남편과 이혼한 후 재혼을 했는데, 지금의 남편은 휠체어가 없으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몸이다. 그녀는 신체적으로 남편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근거 삼아 자신이 선택한 두 번째 결혼에 당당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두 번째 남편은 물건을 던지고 욕설을 내뱉는 것으로 분노를 표현한다. 그것을 치우는 건 온전히 화자의 몫이다. 폭력적인 전 남편을 떠났으나 또다시 폭력적인 환경 속에 놓인 것이다.
김미용 소설가는 1972년 광주에서 태어나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7년 계간 ‘웹북’ 신인상과 2018년 ‘불교문예’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했으며, 2021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예작가로 선정되었다./문학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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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가 챙기지 않는다면 새는 곧 죽을 것이다. 작은 새장을 지키는 새와 삼십 평이 조금 넘는 아파트를 지키는 남편, 주인 행세를 하지만 둘은 내 보호 아래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속인다. 그녀는 결코 새를 죽일 수 없다. 오히려 두 번째로 선택한 새장이 부서질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문순태 소설가는 "이 소설집을 읽으며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를 떠올렸다"고 밝히며 "작가는 소설 속에서 인생은 불안이라는 열차를 타고 고통이라는 터널을 지나 죽음이라는 종착역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평했다.
정지아 소설가는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천박하거나 외롭게. 그렇게 살아낸 사람들은 마침내 끝을 맺는 것이 인생"이라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송민우 평론가는 소설집 해설에서 "김미용은 서사의 끝 지점에 거의 언제나 죽음을 기입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얼핏 죽음과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소설 ‘폭설’ 속에서 나타난 아내의 실종은 죽음과 동일하게 여겨질 수 있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 아내의 자발적이고 갑작스러운 실종은 해결되지 않으며, 온갖 식물들로 치장된 안온한 아내의 방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김미용 소설가의 눈에 비치는 삶은 늘 불안에 시달리며,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기차와 같은 것이다"고 작가가 주시한 실존적 불안의 실체를 해석했다.
김미용 소설가는 1972년 광주에서 태어나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21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예작가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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