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벼락 스타’ 신상 털기… 한방에 떴다, 한방에 나락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단기간에 연예인급 부·명성 누리다가 사생활 논란으로 인기 추락

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copilot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기 예능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트리플스타(33·본명 강승원)의 사생활 논란이 최근 연예 매체 폭로로 제기된 데 이어, 같은 예능에 출연했던 비빔대왕 유비빔(60)씨가 지난 1일 과거 식당을 불법 영업해 구속됐던 전력이 있다고 스스로 공개했다. 시청자들은 “유씨가 유명해지면서 과거 범죄 전력에 대한 폭로 협박이나 언론 취재 압박감에 시달렸던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단기간에 연예인급 부와 명성을 누리게 된 벼락 스타들이 과거 사생활 논란으로 인기가 급전직하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치 유명해지기를 기다렸다는 듯, 뜨기만 하면 집단적으로 저격해 추락시키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200만명이 구독하는 ‘곽튜브’의 곽준빈(32)씨는 지난 9월 집단 따돌림 논란을 일으킨 한 걸그룹 출신 20대 배우와 로마 여행을 떠났다가 ‘학폭 옹호’ 논란에 구독자 수십 만 명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과거 곽튜브의 학창 시절을 증언하는 글이 올라왔지만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스캠 코인 논란에 휩싸인 회사 위너즈에 이사로 등재돼 비판을 받은 유튜버 오킹(31·본명 오병민)씨는 200만 구독자였다가 순식간에 40만명이 이탈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혈당 급등·급락을 가리키는 ‘혈당 스파이크’에 빗댄 ‘인기 스파이크’라고 불리기도 한다. 디지털 문화가 세계 최고로 발달한 한국에서 이런 ‘인기 스파이크’가 두드러진다는 해석도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 근거 없는 소문으로 입에서 입으로 떠돌던 내용이 이제는 디지털 세상에서 삽시간에 공유된다”며 “’나와 별다를 것도 없는 사람이 이렇게 잘난 척을 하고 있었나’라는 집단 심리도 그만큼 손쉽게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했다.

유명인의 범죄나 비리를 폭로하는 것은 분명 사회 정화의 순기능이 있다. 2018년 ‘버닝썬 게이트’는 클럽에서 폭행당한 피해자가 소셜미디어에서 이 사실을 폭로하면서 연예인들의 상습 범죄나 마약·성범죄를 적발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최근의 ‘인기 스파이크’는 정제되지 않은 거짓 정보(disinformation)를 무분별하게 살포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우 전종서(30)씨는 지난 4월 과거 ‘학폭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후 사실로 확인된 내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선 관심이 조회수가 되고 조회수가 곧 돈이 되는 세계인데, 일단 기초적인 사실 검증이 되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들이 벼락 스타 등의 인기에 편승해 마구잡이로 소비된 뒤 ‘아니면 말고’ 하는 식으로 지나가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사실이 명확하게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일단 여론의 심판대에 올려 ‘마녀 사냥’을 하는 풍조는 한국이 그만큼 ‘극단 분노 사회’가 된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벌금형 이상 전과자 숫자는 2007년에 이미 공식적으로 1000만명을 넘었다. 2020년대 이후엔 전 국민의 30%가량이 전과자라는 통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처분이 완료된 전과까지 문제 삼는 건 일종의 ‘집단적 병리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벼락 스타들을 ‘멍석말이’ 하며 쾌감을 느끼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건수를 하나 찾으면 바로 도덕적으로 단죄하며 심판하는 피폐한 문화 현상”이라고 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자신이 주류에서 소외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익명의 디지털 세계에서 불완전한 과거의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면 자신의 권력과 효용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 쾌감이 상대를 파멸시키고야 말겠다는 병리적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사나 대형 기업이 콘텐츠를 제작하며 출연자의 윤리·도덕성을 검증하는 일에 지나치게 소홀한 것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영세한 유튜버도 조금만 인기를 얻어도 각종 폭로가 나오면서 검증 순기능이 작동한다고 볼 수도 있다”며 “그런 유튜버나 신인들을 방송에 출연시키면서 최소한의 검증도 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구아모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