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마리코파카운티 선거 개표 센터 앞에서 경비요원이 주변을 살피고 있다. 피닉스/AFP 연합뉴스 |
5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일에 폭력 행위가 발생할 것을 대비하는 정부 당국의 조처가 강화되고 있다. 2020년 대선 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쪽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1·6 의사당 난동’을 벌여 국가적 혼란이 극에 달한 바 있고, 이번 선거 또한 초박빙 양상으로 진영 간 극단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긴장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4일 “긴장된 미국 사회에서 잠재적인 정치 폭력에 대한 우려로 선거일 전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처가 취해지고 있다”며 네바다와 오리건, 워싱턴 등 최소 3개 주 당국이 치안 유지를 위해 국가방위군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주요 개표 집계 본부를 보호하기 위해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하고, 관계자를 위한 ‘비상 버튼’(패닉 버튼)을 설치하고, 감시 드론을 띄우는” 계획이 마련됐다고 보도했다.
삼엄한 분위기는 경합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개표소에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보안 울타리가 세워졌다. 선벨트 경합주인 이 지역에서는 2020년 대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동조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조 롬바르도 네바다 주지사는 “60명으로 구성된 ‘특별 파견대’를 꾸려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시간주는 개표소를 드나드는 이들에게 금속탐지기를 통과하도록 하고, 순찰 병력을 배치했다. 디트로이트 부재자투표·특별프로젝트 운영 책임자인 다니엘 벡스터는 로이터 통신에 “경찰이 옥상과 건물 주변에 배치됐다”며 “8일간 진행된 우편투표 사전 처리 과정은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했다. 워싱턴 백악관 인근 상점들도 유리 창문을 나무판자로 막는 등 대선 전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폭력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 거리의 소매점으로 한 시민이 걸어 들어가고 있다. 백악관 인근 상점들은 5일 대통령 선거 전후로 발생할 수 있는 폭력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유리창을 나무판자로 막았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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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음모론’의 중심지였던 애리조나주 피닉스 마리코파카운티의 개표센터를 조명했다. 이 센터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1만1천표 차이로 패배한 뒤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고, 무장한 시위대가 건물에 몰려든 전례가 있는 곳이다.
올해 선거를 앞두고 마리코파 개표센터의 보안은 한층 강화됐다. 1년 이상 준비해 레이저와이어와 철제 울타리, 금속탐지기, 폭발물 탐지장비 등으로 둘러싸인 ‘감옥’ 같은 모습으로 꾸려졌고, 드론과 기마 경찰, 저격수 등 배치해 보안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센터는 전했다.
개표 ‘투명성’에도 초점을 맞췄다. 개표기 테스트 과정을 실시간 중계하고, 건물 공개 행사를 수십 차례 제공하면서 각종 의혹을 불식시키려 했다. 온라인상에 등장하는 루머나 음모론에 대처할 직원도 고용했다고 한다. 러스 스키너 보안관은 비비시에 “우리는 이번 선거를 슈퍼볼 같은 중요 이벤트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 드론과 저격수 등 강화된 보안 조처가 ) 필요한 수준의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
피터 시미 채프먼대(사회학) 교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패배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여러 지역에 걸쳐 분산되고 확산되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보안당국이 해결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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