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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술의 세계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감정들…리처드 알드리치 韓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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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
회화·조각 10여 점 펼쳐


매일경제

리처드 알드리치 ‘A Mass of Vibrating Forms’(2023-2024). 글래드스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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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색면들이 콜라주하듯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모양과 색깔이 다른 서로가 서로의 경계를 만들고, 그렇게 완성된 알록달록한 화면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빨강, 노랑, 파랑과 검정, 흰색 등 5가지 물감만을 혼합해 회화 작업을 하는 미국작가 리처드 알드리치(49)가 다른 작업에서 남은 물감들을 사용해 완성한 ‘A Mass of Vibrating Forms’(2023-2024)다. 그는 “작품에 담긴 아이디어는 종종 엉뚱한 방식으로 주의를 환기하거나 분산시키는데, 이는 일종의 ‘겉치레’다.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불과하다”고 했다. 일단 눈길을 끈 뒤 관객이 이면의 이야기를 마주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리처드 알드리치의 한국 첫 개인전 ‘더블 제미니(Double Gemini·두 쌍둥이자리)’가 오는 12월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부 신작을 포함해 알드리치가 지난 10년 간 제작한 회화, 조각 10여 점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미술사는 물론 대중문화, 비디오 게임, SF(공상과학소설)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런스에서 영향을 받은 알드리치의 작품들은 변화무쌍한 시각적 요소로 관객을 압도한다. 일례로 ‘Without Going Outside of My Door’(2023-2024)는 미국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 걸려 있는 차일드 하삼의 ‘Avenue in the Rain’(1917)의 깃발과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Grey’ 연작에 등장하는 무지개, 비디오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텐트 등을 재해석했다. ‘Ffantasy’(2023-2024)는 프랭크 프라제타가 그린 소설책 ‘The Amsirs and the Iron Thorn’의 표지 일러스트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전시 제목인 ‘두 쌍둥이자리’는 화려한 겉모습에 내면의 어두운 감정이 종종 가려지는 것과 같은 삶의 이중성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1층 전시장에는 밝고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회화 두 점과 피상적인 조형물을 배치하고, 이어진 지하 1층에는 상대적으로 어둡고 단조로운 색감의 회화 작품들과 내면의 감정을 조각으로 표현한 작품을 전시한 이유다. 알드리치는 “갤러리의 두 개 층을 상반되게 연출해 인격의 두 가지 측면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하 전시장에만 카펫을 깔아 더욱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되도록 연출했다.

‘두 쌍둥이자리’는 알드리치 자신과 글래드스톤 갤러리의 창립자인 고(故) 바바라 글래드스톤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고 10년 넘게 함께 해왔던 알드리치는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바바라 글래드스톤에게 이번 전시를 헌정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알드리치는 “내 별자리가 쌍둥이자리이고, 바바라 글래드스톤도 마찬가지였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사실 우리는 같은 날 태어났다”고 말했다.

알드리치는 미국에서 가장 큰 현대미술관인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지난 2011년 개최한 개인전을 비롯해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일본, 홍콩 등 세계 곳곳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미국의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휘트니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댈러스 미술관, 스미소니언 미술관을 비롯해 영국 휘트워스 아트 갤러리, 일본 오사카 국립미술관 등 공공 컬렉션에 소장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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