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합창하고 있는 아이들. LG아트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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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극히 인간 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사실은 언어 사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햇님이 인사한다"처럼 사물을 사람처럼 취급하는 의인법은 인간이 어떤 식으로든 세계에 인격을 부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연출가 조엘 폼므라의 연극 '이야기와 전설'은 인공지능 로봇이 일반화된 세상의 이야기를 그린다. 인간과 구별하기 힘들 만큼 닮은 존재들이 인간과 생활하고 특히 청소년들의 학습과 성장을 돕는다. 아이들은 로봇과 부대끼며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들에게 감정을 이입하지만 한편으론 그들이 인공적 피조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적 교류가 가능한 존재는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가진다. 필연적 한계는 물론 도구적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 5년간 붙어 지내며 서로의 모든 것을 공유해 온 로봇 로비를 팔면서 아이는 말한다. "잊지 마세요. 저게 다 가짜라는 걸요. 로비의 내면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그냥 그렇게 말하도록 설정돼 있는 것뿐." 다만 이들이 보여주는 가능성은 다양한 존재 방식이다. '이야기와 전설'의 아이들은 부모, 친구, 연인과 갈등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인 로봇들과 진실한 교류(로봇에게는 프로그래밍 결과에 불과할지라도)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돌 로봇 에디는 자신이 만난 팬 14억명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고, 팬레터와 전화에 전부 답신을 한다. 4년째 투병 중인 아이 기욤은 에디를 동경하며 꿈을 키우고 생일에 마침내 그를 만나 삶의 의지를 다진다. 인간이 아닌 존재와도 진실된 소통이 가능하다면 나와 다른 인간들과 더불어 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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