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어 왈츠 보좌관 강조…'해양패권 뺏길라' 韓에 협력 요청
'존스법'으로 美조선업 쇠퇴 여파
한때 세계 최고의 조선 기술력을 갖췄던 미국은 '존스법' 여파로 자국 조선산업이 크게 퇴보하자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 해양 패권을 내줘야 하는 위기감에 세계 1위 조선 경쟁력을 가진 한국에 계속해서 'SOS'를 치는 모습이다.
특히 동맹국의 도움으로 단기간에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선박 및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이 주요 협력 분야로 거론되면서 국내 대표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998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조선소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 '中에 해양패권 뺏기나' 우려가 韓에 'SOS'로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왈츠 하원의원이 해군력 강화를 위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국내 조선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왈츠 보좌관의 이런 언급 뒤에는 세계 선박 건조물량을 휩쓸고 있는 중국에 해양 패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미국은 실제로 육해공군을 아우르는 국방을 위해 연간 1천2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하는 군사 대국이다.
하지만 한때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해군이 미국 조선업 쇠퇴에 맞물려 퇴보하면서 조선업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정계 내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한때 글로벌 조선 시장을 지배했던 미국은 자국 조선업 보호와 육성을 위해 1920년 제정된 '존스법' 여파로, 조선업이 오히려 쇠퇴하는 아이러니를 맞는다.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
존스법은 미국에서 만든 선박만이 미국 항구에서 다른 항구로 물품과 승객을 운송할 수 있다는 강제 규정인데 경쟁 없이 자국 내 선박 건조를 독점할 수 있게 되자 결국 미국 조선업체들의 기술과 생산능력은 퇴보하게 된다.
여기에다 1980년대 이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한국과 일본이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자 미국 조선업의 입지는 급속도로 좁아졌다.
1950년대 140척이 넘었던 미국의 대형 상선 인도량은 2015년 20척 아래로 떨어졌고,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선박 건조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13%에 불과했다.
이 여파로 1970년 130척에 이르던 미국 군함 건조량은 2015년 30척까지 급감했다.
문제는 미국의 가장 큰 경쟁국인 중국이 압도적인 선박 건조량을 기반으로 해군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글로벌 선박 수주 비중은 2021년 50%, 2022년, 49%, 2023년 60% 등으로, 수주물량 면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해상패권을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이 한국에게 계속해서 협력 요청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또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한 건조 분야보다는 동맹국과의 협력으로 단기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MRO가 양국의 협력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선박 및 군함의 MRO란 중고차 판매 전 정비작업과 유사한 프로세스로, 운용 기간이 수십 년에 달하는 선박은 주기적으로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특히 최대 40년간 운용할 수 있는 군함의 경우 발주국이 MRO에 겸해 무기체계의 업그레이드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소요 기간은 평균 5∼6개월 정도로, 잠수함의 경우는 1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MRO는 여러 독(건조공간)을 보유한 대형 조선사들이 수주하는 사례가 대부분인데 선박이나 군함은 사업을 수주한 업체의 조선소에 입항해 수리 작업 후 다시 선주사나 발주국으로 돌려보내진다.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
◇ MRO, 韓조선업체 '블루오션'으로…HD현대중·한화오션 경쟁 치열
트럼프 당선인과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의 잇따른 MRO 협력 요청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정보 분석 기관 비즈윗에 따르면 전 세계 함정 MRO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566억달러에서 2030년 705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연간 예산 가운데 함정 MRO 예산도 총 139억달러(20조원)에 달한다
국내 '빅3'이자 세계 '톱5'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이 분야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두 업체는 미국 함정 MRO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을 획득하는 함정정비협약(MSRA)을 올해 미국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잇달아 체결하며 해당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RO 수주 실적은 누가 앞선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막상막하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국내 최초로 필리핀 해군으로부터 MRO 사업을 수주했고, 지난 10월 폴란드 그단스크의 '레몬토와 조선소'와 공동 MRO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미국 MRO 사업 수주는 한화오션이 앞서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미국 4만t급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함 창정비 사업에 이어 이달 미국 해군 7함대에 속한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했다. 미국 군함 MRO 사업을 수주한 것은 한화오션이 처음으로, 회사는 올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기도 했다.
정기선 부회장(오른쪽)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방문한 델토로 미 해군성 장관 |
미국 해군 관계자들의 국내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했다.
지난달에는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인 스티븐 쾰러 제독(대장)이 한화오션이 수주한 월리쉬라함의 정비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특히 해군 관계자 방문 시에는 각 조선업체가 속한 그룹의 후계자로 불리는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과 HD현대 정기선 부회장이 동행해 관심을 끌었다.
스티븐 쾰러 제독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방문한 김동관 부회장(오른쪽) |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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