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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영화 보러 안 가요···우린 반값 영화 봐요”[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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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작은영화관 전북 장수 ‘한누리영화관’ 가보니

경향신문

전북 장수군 란누리영화관을 찾은 주민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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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쉽게 영화를 볼 수 있는 도시와 달리 농촌 지역 주민들은 영화 한 편을 보려면 인근 도시로 원정 관람을 감행해야 한다. 하지만 작은영화관 덕분에 원정 가는 불편이 사라졌다.

지난 8일 전북 장수군 장수읍에 있는 ‘한누리영화관’ 로비는 영화를 보러 온 주민 발걸음이 드문드문하긴 해도 멎지 않고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 30분에 상영되는 ‘청설’ 상영을 20여 분 앞두고, 관람객들은 영화 시작 전 간식을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관람객들은 오래된 친구 사이인 것처럼 직원과 대화를 하거나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구매를 마친 이들은 팝콘 상자와 음료수를 팔 한쪽에 품곤 바로 옆에 있는 상영관으로 향했다.

장수한누리영화관은 장수군이 예산을 지원해 2010년 11월 전국 처음으로 문을 연 ‘작은영화관’이다. 크기 1243㎡(376평)인 이 영화관은 1관(36석)과 2관(54석) 총 두 상영관을 갖췄다. 하루 한 번만이 아니라 월요일과 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각 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코로나19로 잠시 휴관하다 지난해 8월 재개관했다.

요금은 2D 7000원, 3D 9000원이다. 주중과 주말이 같다. 도시의 대형 영화관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요금을 세 차례 인상했다. 현재 주말 관람료는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가량이다. 한누리영화관 요금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절반인 셈이다.

장수 한누리영화관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노해진 점장(30)은 “주말 등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100여명이 온다. 평일에는 어린이집이나 노인회관 등 단체관람이 아니면 관람객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 영화관을 찾은 김원강씨(32)는 “영화관이 없었을 땐 차를 타고 1시간 넘게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야 했는데, 가까운 곳에 영화관 있고 반값에 영화를 볼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이런 곳이 전국 각지에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도시처럼 다양한 먹거리나 즐길 거리가 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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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 한 주민이 한누리영화관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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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만명밖에 되지 않는 장수군에 만들어진 작은 영화관은 개장 초기부터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최신 개봉영화를 보려고 왕복 3시간이 걸리는 전주나 익산을 오갈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전북의 다른 시군에서도 앞다퉈 작은 영화관을 마련했다. 한누리 시네마가 지어진 지 3년 만에 작은 영화관은 전국 시·군으로 퍼졌다. 전북에서는 김제와 완주, 진안, 무주, 임실, 순창, 고창, 부안 등 9곳으로 늘어났다. 지난 10월까지, 전국의 작은 영화관은 모두 71곳에 이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20년 발간한 ‘작은 영화관 조성과 운영 매뉴얼’을 보면, 작은 영화관의 운영 목표는 지역 간 영화 향유권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있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람료도 보통 7000~8000원으로 일반 멀티플렉스 영화관보다 저렴한 편이다.

작은영화관 덕분에 영화관람 기회가 적었던 시골 주민들의 문화생활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민들은 마실 가듯 편안한 복장으로 신작 영화를 감상할 뿐 아니라 영화관을 문화행사 등 각종 정보를 교류하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장수한누리영화관은 수익성이 높지 않아 아직 흑자를 기록한 적은 없다.

이예슬 장수군 주무관은 “작은 영화관 설립으로 문화 소외지역이었던 장수군이 다른 지역과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문화사랑방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농어촌지역 주민들이 영상 문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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