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
제자 안연이 ‘인(仁:어짊)’에 대해 묻자, 공자는 “‘극기복례’가 곧 인을 ‘하는’ 길이니 사람마다 하루만이라도 ‘극기복례’ 한다면 천하가 다 인으로 귀결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극(克)’은 대개 ‘이길 극’이라고 훈독하는데 내면에 ‘능히 …할 수 있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 ‘자기 자신(self)’이란 뜻으로 사용되는 ‘기(己)’는 ‘사사로운 욕심’이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복(復)’은 ‘원래 상태를 회복한다’는 뜻이다. ‘예(禮)’는 ‘매너(manner)’나 ‘에티켓(etiquette)’만을 뜻하는 글자가 아니라, ‘하늘 이치의 인간 생활화’를 의미하는 글자이다. 즉 ‘스스로 그러하게’ 운행하는 자연의 이치에 맞춰 인간이 해야 할 바를 규범화하고 명문화한 것을 이르는 말이 ‘예’인 것이다. 그러므로, ‘극기복례’는 ‘능히 사사로운 욕심을 이겨내어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덕성을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공자는 그렇게 하는 것이 곧 ‘인’을 실천하는 요결이라고 생각했다.
克:이길 극, 復:회복할 복, 禮:예절 예, 歸:돌아갈 귀. 사욕을 극복하여 예를 회복하면 온 세상이 어짊으로 귀결되리라. 35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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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곧 ‘태초의 말씀’이다. 태초의 말씀은 ‘들으라’는 말씀이지, 우리더러 ‘하라’는 말씀이 아니다. 자연은 결코 사람 맘대로 정복할 대상이 아니다. 태초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자연의 말씀을 듣는 겸손이 곧 극기복례인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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