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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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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이대로 괜찮은가, 매 시즌 亞선수 인종차별 사태 증가...토트넘, 벤탕쿠르 징계 항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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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벤탕쿠르에 7경기 출장정지·10만 파운드 벌금
토트넘 "징계 기간에 대해 이의신청"
한국일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캡틴' 손흥민.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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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축구리그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매 시즌마다 아시아인 선수에 대한 인종차별 사건이 증가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EPL은 'No room for racism(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각 구단들은 여전히 문제의식이 결여된 모습이다. EPL의 대표적인 구단인 토트넘은 최근 '캡틴'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이 된 로드리고 벤탕쿠르(우루과이)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중징계를 받자, 항소하며 감싸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 도마에 올랐다.

영국 BBC방송은 21일(한국시간) "축구계에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계 선수에 대한 인종차별이 증가하고 있다"며 "벤탕쿠르가 팀 동료인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7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것을 계기로 이러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BBC는 반인종차별 자선단체 킥잇아웃(KIO) 보고서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KIO는 1993년 축구계의 인종차별에 맞서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현재 EPL과 FA,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운영되고 있다. KIO에 따르면 2023~24시즌 경기장과 온라인상에서 선수를 표적으로 삼은 인종차별 관련 신고가 395건 접수됐으며, 이는 2022~23시즌 277건보다 42.6% 증가한 수치다.

특히 KIO는 "지난 시즌 특정 선수를 겨냥한 인종차별 신고의 55%는 동아시아 출신 선수를 겨냥한 것"이라며 "지난 5시즌 동안 KIO에 접수된 선수 관련 학대 신고 937건 중 327건(35%)이 단 7명의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선수를 상대로 접수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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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햄프턴에서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황희찬.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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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의 공격수이자 일본 출신 미토마 가오루(오른쪽).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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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에서 주목받는 아시아인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의 손흥민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을 비롯해 일본 출신의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 가마다 다이치(크리스털 팰리스), 스가와라 유키나리(사우샘프턴) 등이 활약하고 있다. 지난 2015년 EPL에 입성한 손흥민은 현재 EPL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지만, 10여 년간 상대하는 팀의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하는 불행을 겪었다. 황희찬의 경우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직접 나서 인종차별 징계를 내린 일도 있다. 지난 10월 FIFA는 울버햄프턴과 친선경기를 했던 코모1907(이탈리아)의 마르코 쿠르토가 황희찬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며 10경기 출장정지(5경기 집행유예)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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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로드리고 벤탕쿠르.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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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EPL 구단들의 문제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를 수도 없이 겪었던 토트넘이 정작 벤탕쿠르 사태엔 침묵해서다. 지난 6월 자국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벤탕쿠르는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과 그의 사촌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토트넘은 구단 자체적인 조사는 고사하고 그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아 현지 언론과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FA는 지난 9월 벤탕쿠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두 달 만인 지난 18일 FA는 사안이 심각하다며 벤탕쿠르에게 7경기 출장정지 및 벌금 10만 파운드(약 1억8,000만 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당초 BBC 등 언론들은 "최대 12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오히려 그보다 수위가 낮은 징계가 나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이날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FA의 벤탕쿠르 징계 기간에 대해 이의신청했다"면서 "FA의 독립규제위원회가 내린 유죄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에 따른 제재는 엄중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징계 수위가 높다는 황당한 입장 표명인 셈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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