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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어른도 어린이와 함께 성장하니까[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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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

김소영 지음|사계절328쪽|1만8000원

경향신문

김소영 작가라고 하면 자동으로 어린이가 떠오른다.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만난 어린이들의 고유한 세계를 다정한 시선으로 그렸던 <어린이라는 세계>는 20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가 4년 만에 새롭게 에세이집을 냈다니, 이번에는 어떤 어린이의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책의 제목은 <어떤 어른>이다. 어린이의 곁에 선 어른, 어린이가 보고 있는 어른, 어린이와 함께 성장하는 어른의 모습과 자리를 탐색하고 그려보인다. ‘어린이라는 세계’를 들여다본 다음 이어지는 질문은 자연스레 ‘그렇다면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이기 때문이다.

‘어른’ 이야기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는 언제나 어린이와 함께하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30년 후를 그려볼 때, 자신의 30년 뒤의 모습도 함께 그려본다. 어린이들이 싫거나 속상할 일을 말할 때, 자신의 성장기 중 어두운 기억을 떠올려본다. 그럴 때 어린이와 어른이라는 구분이 허물어지고 울퉁불퉁하고 푹 꺼질지라도 서로 연결돼 점점 커지는 동심원이 보인다.

동네 세탁소나 식당과 같은 일상 공간, 학교, 박물관 등 공공장소에서 어린이와 어른이 마주치는 다양한 순간들이 등장한다. 강아지를 맡기려고 갑자기 들이닥친 아이들을 내치지 않고 받아주는 세탁소 사장님, 마스크를 제대로 써달란 어린이의 부탁을 무시하는 어른 등 다양한 어른의 모습이 책에 등장한다.

박물관, 학교 등이 어린이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지 살피는 작가의 시선도 눈여겨볼 만하다. ‘어린이 박물관’이나 ‘키즈 카페’ 대신 어린이와 어른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혜택을 누리며 ‘동등한 시민’임을 경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에 있는 동안만큼은 가정의 그늘을, 폭력을, 냉담함을, 긴장과 불안을 잊을 수 있던 아이들”이 있다며 학교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어린이 곁에서 눈 맞추며 조심스레 귀기울여온 작가만이 발견한 ‘어린이라는 세계’를 보는 기쁨도 여전하다. “말수가 적은 어린이는 ‘말하기’가 아닌 ‘듣기’로 대화한다”는 것과 같은 발견 말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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