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의료법 20조 2항은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별을 임신부, 임신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의료인에게 자격정지 및 벌칙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복지위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이수진·김원이·서영교·박희승·유영하·백종헌·전진숙 의원이 발의한 9건의 법안을 통합 조정한 대안이다.
복지위는 “남아선호사상이 쇠퇴하고 성비불균형이 해결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해당 조항은 부모가 태아의 성별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도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점을 고려할 때 이를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 2월 “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를 태아 생명을 박탈하는 낙태의 전 단계로 취급해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당시 헌재는 “인공 임신 중절의 90% 이상은 태아의 성별을 모른 채 이뤄져 태아 성별과 낙태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미리 알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이며 태아의 성별을 비롯 모든 정보에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는 부모로서 당연히 누리는 권리”라고 밝혔다. 이날 복지위를 통과한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태아 성별 공개 금지 조항은 남아 선호 사상이 강하던 1980년대 초음파 기기가 도입되면서 태아 성 감별과 여아에 대한 선별 낙태가 성행하자 이를 막기 위해 1987년 처음 제정됐다. 헌재는 2008년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라고 봤고 2009년 의료법을 개정해 임신 32주가 지나면 성별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초저출산 추세 속에 남아 선호 사상이 자취를 감췄고,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재차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출생아의 성비(출생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105.1명으로 자연 상태의 성비(104~106명) 수준이다. 30년 전인 1993년 전체 출생아 성비는 115.3명이었다. 특히 첫 아이 성비는 106.3명이지만, 둘째에서 114.8명, 셋째 이상에서는 209.7명으로 성비 불균형이 심각했다. 전문가들은 성별에 따른 낙태가 극심했던 결과로 본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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