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서울역에서 지하철이 ‘준법 운행’으로 연착되자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양세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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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나왔는데 강남역에서 청량리역까지 1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화가 나네요.”
지난 20일 이 모씨(28)는 서울 청량리역에서 오후 7시 20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예매했지만 놓쳤다. 그는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강원 원주의 세브란스기독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오후 6시 30분께 강남역에서 출발해 무난히 기차 시간에 맞춰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산이었다. 평소였으면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그날은 1시간 넘게 걸렸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와 수도권 전철 1·3·4호선 일부·수인분당선·경의중앙선 등을 운행하는 한국철도공사 노조의 태업이 겹친 탓에 시민들의 ‘발’이 묶였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람이 가득 찬 열차를 타면서 하나같이 “불편하다” “열차 지연이 심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운행 중인 열차는 승객 과밀화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였다.
서울교통공사는 태업 전날인 19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대책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실제로 동시 태업 첫날 서울지하철 1~8호선 열차 125대가, 한국철도공사 열차 23대가 20분 이상 지연되며 시민들이 편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빼앗겼다.
태업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철도공사는 다음달 5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21일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도 사측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시 다음달 6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의 태업으로 시민들의 불편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묻고 싶다. 서울교통공사와 한국철도공사는 각각 서울특별시와 국토교통부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3년째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몰랐다는 식의 변명은 먹히지 않는다. 다음달 초 파업이 이행되기 전까지 정부가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양세호 사회부 yang.seih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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