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 5팀 김인 경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 5팀 모습. /사진=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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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얼굴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녀요."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위치한 서울경찰청에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여성은 자신의 얼굴이 타인의 나체 사진과 합성이 돼 온라인 상에 떠돌아다닌다고 했다. 이 여성은 주변 지인을 통해 자신의 사진이 유출된 것을 알았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 5팀 소속 김인 경위는 팀원 6명과 2개월간 집중 수사에 나섰다. 범인은 30대 남성으로, 피해자와 직장 동료였다. 평소 조용했던 그가 이런 엄청난 일을 꾸몄다는 사실에 피해자들은 깜짝 놀랐다.
3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24명의 지인 얼굴을 나체 사진과 합성해 허위 영상물 128개를 만들었다. 이중에는 미성년자 1명도 있었다. 그는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 교환방도 운영했다. 직접 만든 허위영상물 3개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151개를 유포했다.
A씨는 참여자들과 돈 거래도 따로 하지 않았다.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텔레그램 인공지능(AI) 합성 봇으로 가짜 영상물을 만들었다. 경찰은 지난 9월 A씨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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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와 진짜 사이…경찰, 어떻게 범인 찾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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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 5팀 소속 김인 경위. /사진=본인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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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은 지난 8월 허위영상물 집중대응 TF(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빠르게 진화하면서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폭력 범죄를 엄정 대응하기 위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딥페이크 범죄 신고는 2021년 156건에서 지난해 180건으로 증가했다.
사이버수사2대 5팀은 디지털 수사 분야 소위 '능력자'들이 7명 모여있다. 사이버 성폭력 수사 전문가부터 코딩·엑셀 기술자까지 다양하다. 김 경위는 형사과에서만 12년 넘게 근무한 주짓수 검정 벨트 소유자이기도 하다.
팀원들이 온라인 상에서 범인 흔적을 찾아간다면 김 경위는 현실 속에서 발로 뛰며 범인을 검거했다. 이번 사건은 피의자 활동 시간대를 매번 확인하며 새벽 내내 잠복했다. 김 경위는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에 피의자도 순순히 인정했다"고 말했다.
딥페이크 영상물은 영상만으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그 때 가장 필요한 것이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다. 수사관들은 피해자들에게 매번 전화를 걸고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피해자 대다수는 자신의 얼굴이 도용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당황한다.
경찰들은 조심스럽게 협조를 구하며 피해자들의 SNS(소셜미디어), 사진첩 자료 등을 확보한다. 영상 속에 나온 모습을 수천개의 원본 사진과 비교하며 진위 여부를 판단한다. 김 경위는 "예전에는 피해자들이 위축된 모습이었지만 요즘은 사회 인식이 바뀌면서 적극적으로 돕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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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진화하는 딥페이크 영상물…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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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모습 /사진=김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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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성폭력처벌법 개정에 따라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배포할 경우 최고 징역 7년에 처할 수 있다. 성적 허위영상물을 소지하거나 구입, 시청하는 행위 역시 최고 징역 3년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김 경위는 딥페이크 피해를 당했을 때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즉시 영상을 캡처하고 피의자 아이디, 사이트 링크 등을 저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피해자는 겁이 나서 모두 삭제하고 신고하러 오는 경우가 있다"며 "사전에 채증된 증거들은 불법 영상물이 추가로 유포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9년차인 김 경위는 사명감 있는 경찰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직원들이 피나는 노력으로 추적 기술을 개발하고 피의자를 검거할 때 희열을 느낀다"며 "주어진 사건을 최선을 다해 처리하고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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