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용 CBDC 담보로한 ‘예금토큰’ 발행에 7개 시중은행 참여
서점·배달앱 등 예금토큰 사용처 및 이용자 모집방식 등 조율 중
서점·배달앱 등 예금토큰 사용처 및 이용자 모집방식 등 조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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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 최근 출산을 한 A씨는 정부에서 예금토큰 형태로 육아바우처를 지원받았다. 육아 바우처 예금토큰은 일부 매장에서 육아 관련 용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다. A씨는 가까운 마트에 방문해 육아용품을 구매한 뒤 은행 앱 QR코드로 결제했다.
# 식당을 운영중인 소상공인 B씨는 고객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예금토큰으로 돈을 받았다. 예전 같으면 카드사로부터 정산을 받기까지 수일이 걸리고 수수료도 부과됐겠지만, 예금토큰은 결제 즉시 정산이 완료되었고 수수료도 줄어들었다.
예금토큰이 정식적으로 자리 잡았을 때의 일상생활을 그린 가상의 장면이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중은행이 발행하는 예금토큰 사용성 테스트를 시행하게 되면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지급결제시장에 지각변동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은행권은 한국은행 주도의 협의체와 막판 조율에 나선 가운데, 전문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금토큰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 등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7개 국내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IBK기업, 부산은행)은 내년 초부터 예금토큰 발행 테스트를 시행을 앞두고 거래 약관을 비롯해 이용자 모집 방식, 사용처, 바우처 프로그램 등 테스트 관련 세부 사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으로 구성된 협의체와 조율 중이다.
예금토큰 테스트는 최대 10만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 지정된 7개 은행을 통해 은행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교환한 뒤, 거래처에서 QR코드 등 간편결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급받은 토큰은 은행 앱 내 전자지갑에 보관한다. 단, 은행에서 발행하는 예금토큰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하거나 가상자산 구매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르면 올해 말 새로운 화폐 ‘CBDC·예금토큰’ 실용화 테스트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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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화 테스트는 크게 두 개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행과 은행 간의 거래에서 활용되는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와 소비자들이 직접 이용 가능한 ‘예금토큰 ’ 테스트다. 이중 예금토큰은 지급결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고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주목받고 있다. 예금토큰은 기관용 CBDC를 담보로 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발행하는 민간 디지털 화폐로, 기존의 간편결제 시스템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예금토큰을 사용하면 지급결제시장에서 중개를 맡아오던 카드사 등을 대체할 수 있어 판매자의 결제 수수료가 낮아지고 별도의 정산 과정이 불필요해 즉각적인 대금 수령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추후 CBDC를 기반으로 민간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창출해 낼 가능성도 있다.
은행마다 다수의 예금토큰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목표 가입자 및 거래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처와 연계해 이용자에게 결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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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은 고객 이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사용처를 선정하는 등 조율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배달앱 요기요와 자체 운영 중인 ‘땡겨요’ 가맹점에서 예금토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은행앱 ‘쏠뱅킹’과 연동 작업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0월 기준 ‘땡겨요’ 앱 사용자는 376만명, 가맹점 18만개가 확보돼 예금토큰 도입 시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 “온라인(땡겨요), 오프라인 결제(세븐일레븐 편의점), 온라인 바우처(청년문화패스) 3가지 결제 시나리오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은행은 교보문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사용처로 논의 중이며, KB스타뱅킹 앱에서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KB스타뱅킹 내 ‘국민지갑’을 통해 CBDC 활용성 테스트를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국민지갑을 통해 제공해 금융 혁신을 선도하고 다양한 서비스 간의 시너지를 발휘해 혁신적이고 유익한 경험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지갑은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 서비스, 기차 예매, 여권 재발급, 스타포인트 등 금융과 비금융을 포함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테스트에 참여하는 하나은행, 농협은행, 부산은행도 올해 중 한국은행과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참여 고객 선정과 운용 방식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예금토큰 테스트를 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사업 확장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CBDC, 예금토큰과 관련해 자체 개발 역량을 확보해 시스템통합(SI, System Integration)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인력으로 직접 구현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확보된 기술 역량을 활용해, 향후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도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전자지갑 보급과 각종 데이터 및 스마트 계약을 활용한 신규 서비스 도입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볼 예정”이라고 했다.
테스트 이후 예금토큰과 관계된 부수사업 신청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증권(STO) 사업 참여를 위해 은행법 시행령상 토큰증권 겸영업무 추가 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 등 은행권 합의에 주력”…법 개정 필요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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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본격 시행 전까지 관련 기술과 보안성에 대한 검토가 해결과제로 남았다.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서비스 신규 지정을 발표한 지난달 30일 “아직 예금토큰의 법적 성격이 명확하지 않고, 분산원장기술 기반의 지급거래 효력 발생의 시기와 기준 등에 대한 법적 규율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이용자의 권리 보호 및 지급결제 안정성을 위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가조건을 명시했다.
전문가는 예금토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예금에 적용됐던 예금규제나 안전장치를 예금토큰에 동일하게 적용하면 예금토큰도 예금의 한 종류라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른 형태의 디지털 통화나 디지털 화폐보다 훨씬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민간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과 혼동하면서 발생하는 저항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식제고 노력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CBDC와 이를 기반으로 한 예금토큰은 높은 안전성을 기반으로 한다”면서 “민간에서 발행되는 스테이블 코인은 변동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를 혼동하지 않도록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행법 내에서 예금토큰은 샌드박스를 통해 예외적으로 테스트를 허용하는 단계”라면서 “이번 테스트를 계기로 이용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불편한 점을 비롯해 예금토큰의 필요성과 부작용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추후 어떻게 제도를 설계해 나갈지에 대한 논의를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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