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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문수 신부 "밥 먹고 힘내요. 좋은 때가 반드시 옵니다"[이수지의 종교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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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청년밥상문간 슬로우(대학로)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11.23.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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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밥 먹고 힘내요. 그렇게 밥 먹고 힘내서 견디다 보면 혹은 기다리다 보면 좋은 때가 반드시 옵니다."

서울 종로구 '청년밥상문간' 슬로우(대학로)점을 운영하는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문수 신부는 최근 어려워진 경기가 걱정된다.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은 식당 '청년밥상문간'을 토대로 글라렛선교수도회가 설립한 비영리 기관이다. 다양한 문화 사업과 사회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의 잠재력을 키우고, 청년들이 희망을 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핵심사업 '청년밥상문간'은 지난 2015년 한 고시원에서 굶주림 끝에 삶을 달리한 한 청년의 이야기가 계기가 되어 2017년 12월 세워진 식당으로 김치찌개를 3000원에 팔아 지역 주민들과 청년들에게 밥 한 끼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과 단체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이 사업은 대학로에 있는 슬로우점을 비롯해 정릉점, 이화여대점, 낙성대점, 제주점 등 5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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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청년밥상문간 슬로우(대학로)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11.23.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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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청년밥상문간'을 찾는 손님은 배로 늘었다. 당시 물가가 올라 식당이 원자잿값을 감당하지 못해 식사비를 매달 1000원씩 올려 받기 시작했다.

정릉점의 경우 하루 평균 100명이었던 손님이 지난 2022년 9월부터 현재까지 하루 평균 200명 넘게 찾아오고 있다.

"김치도 쌀도 많이 후원을 받으니까 3000원이지 정상적으로 가격을 다 적용하면 우리 김치찌개 원가는 5920원이예요. 일반 식당의 경우 원가 6000원이면 직원 월급도 줘야하고 관리비도 내야 하니 9000원 또는 1만 원은 받아도 얼마 안 남거든요 3000원은 손님들에게 이젠 훨씬 더 저렴하게 느껴지니 손님들이 여전히 많이 옵니다."

최근 청년문간은 청년들의 밥 한 끼 지원뿐 아니라 경계선지능인 청년 일자리 지원에도 나섰다. 경계선지능인은 지능지수(IQ)가 71~84 정도로 지적 장애인(IQ 70 이하)과 비지적 장애인 사이 경계에 있는 이를 이르는 말로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평균보다 학습력·어휘력·인지능력·이해력·사회적응력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어 '느린학습자'라고도 불린다.

지난 3월 문을 연 슬로우점에는 현재 경계선지능인 청년 10명이 일하고 있다. 슬로우점 입구에 들어가면 벽면에 걸린 메모판에는 '느리지만 천천히 가도 괜찮을 거야 하루하루 힘내세요', '느린학습자 청년 일자리 너무 멋집니다. 파이팅!!!', '청년분들,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등 청년 직원들을 응원하는 글들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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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 종로구 청년밥상문간 슬로우(대학로)점 응원 메시지. 2024.11.23.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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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지능인 청년 채용은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경계선지능인 청년들에게 단순한 손 씻기, 테이블 닦기부터 어려운 업무인 주문받기, 음식 만들기까지 일의 내용, 방법, 절차에 관한 상세설명과 반복학습은 필수다.

이 신부는 "보통 사람들은 그냥 몇 번 해보면 될 것도 이들은 수십 번 수백 번을 해봐야 배울 수 있다"며 "이들은 대학 진학도 거의 불가능하고 당연히 취업도 어렵다"고 경계선지능인에 대해 설명했다.

이 신부의 경계선지능인 채용은 경계선지능인 자녀를 둔 부모들과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부터 대학로점 개점을 준비하고 있던 이 신부에게 지난해 초 경계선지능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찾아왔다.

"한 어머니와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마지막에 '우리가 이 사회에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봉사활동이라도 하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씀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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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청년밥상문간 슬로우(대학로)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11.23.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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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종합복지관에서 면접을 통해 선발된 경계선지능인 청년들은 실습을 거쳐 지난 4월부터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이 신부는 경계선지능인 청년 채용에 만족하고 있다. 특히 경계선지능인 청년들의 성실성을 높이 평가했다.

"경계선지능인 청년들의 특성이 학습이 느리고 어렵고 복잡한 건 배울 수 없어서 단순한 일을 익히는 데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해야 하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이 청년들은 꾀도 부리지 않고 배운 대로 성실히 일합니다."

이 신부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경계선지능인 청년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 손님들이 적은 제주점은 올해 연말 문을 닫고 새로 여는 안산점은 슬로우점처럼 경계선지능인 청년이 일할 수 있는 식당으로 만들어진다.

"처음에는 경계선지능인이 일하는 작업장이란 취지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는데 청년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있는 경제선지능인 청년을 알게 되면서 우리 사회의 경제선지능인에 대한 인식 제고에 조금이라도 기여해 보자, 이 청년들과 함께 일하는 상생 일터를 만들면 좋겠다 생각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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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청년밥상문간 슬로우(대학로)점에서 이지혜(오른쪽) 점장, 임예찬 청년 직원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4.11.23.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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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부는 슬로우점을 통해 경제선ㅇ지능인을 배려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중고등학교는 경계선지능인에게 감옥 같지 않을까요? 왜냐면 40분, 50분 동안 앉아서 이해되지도 않는 말을 들으며 가만히 있어야 하잖아요. '우리 주변에 이런 이들이 있고 이런 이들의 이러한 특성이 있으니 적어도 사회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제일 중요합니다. 경계선지능인에 맞는 교육이 있어야 하고요."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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