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오면 네타냐후 자유와 안전 보장할 것"
이탈리아 총리 "G7, ICC 네타냐후 체포영장 다룰 예정"
오르반 헝가리 총리(왼쪽),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 |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그간 유럽연합(EU) 대열에 어깃장을 놓아온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초청하겠다며 ICC를 무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이날 "네타냐후 총리를 헝가리에 공식 초청했다"며 "헝가리가 그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ICC의 네타냐후 총리 체포 영장이 "뻔뻔하고 전혀 용납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도 ICC의 체포영장 발부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치적 결정이며 "국제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중동의 분쟁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네타냐후 총리)가 오면 ICC 결정은 헝가리에서 아무런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전날 ICC는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헝가리 등 ICC에 관한 로마규정 당사국은 네타냐후 총리나 갈란트 전 장관이 자국에 입국할 경우 체포영장 집행이 의무다.
그러나 로마규정 당사국이면서도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하며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헝가리는 유럽연합(EU) 국가 중 최초로 ICC 규정을 공개적으로 위반한 국가가 됐다.
유럽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으로 꼽히는 오르반 총리는 지난 7월 헝가리가 EU 하반기 의장국을 맡은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관련한 사안에서 EU의 정책과 다른 주장을 펼쳐 논란을 빚어왔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
EU와 영국을 포함한 상당수 유럽 국가는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이 ICC에 관한 로마규정에 서명한 124개 당사국의 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다만 헝가리 외 다른 유럽 국가들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ICC 체포영장 발부에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과거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부채 의식 때문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독일의 경우도 실제로 체포 영장을 집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슈테펜 헤베스트라이트 독일 연방정부 대변인은 "독일 역사의 결과로써 독일은 이스라엘과 독특한 관계를 맺고 큰 책임을 갖고 있다"라며 독일의 과거를 고려할 때 만약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독일 경찰이 체포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ICC의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네타냐후가 자국을 방문했을 때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주요 7개국(G7) 의장국을 맡은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ICC 체포영장 발부를 G7에서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dpa통신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오는 25~26일 이탈리아 피우지에서 열리는 G7 외교장관회의에서 "ICC의 동기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우리 정부는 이스라엘의 책임과 테러 조직 하마스 사이에는 등가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어서는 확고한 입장이다"라고 덧붙였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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