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윤석열 정권이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와 '명태균 녹취록' 파장,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난 국정지지도 저조 현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제1야당 지도부는 아직 신중한 자세이지만, 일부 시민·사회단체나 소수정당,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몇몇 의원들까지 '탄핵'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의 탄핵 국면에 비교한다면 어떨까. 분명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평가는 혹독하지만, 연인원 1700만 명이 광장으로 나서 촛불을 들었던 8년 전의 열기에 비하면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민주당 전략가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선임 정치참모였던 이철희 전 의원(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그런 지금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근간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메디치미디어 펴냄)에서다.
"민심은 진퇴양난이다. 딜레마에 빠져있다. 탄핵으로 나아가기도 부담스럽고, 탄핵을 접고 물러서기도 마땅찮다." (6쪽)
"레드카드를 내밀고 싶지만 그렇게 하자니 걸리는게 적지 않다. 우선 남은 임기가 너무 길다. 촛불을 들고 다시 광장으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먹고살기도 힘든 마당에 또 그래야 하나 싶다. 게다가 아직 딱부러지는 사유가 없다. 이런저런 잘못과 의혹이 있긴 하지만 아직 탄핵감은 아니다. 탄핵 효능감, 즉 탄핵 후에 뭐가 달라질지에 대한 그림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4~5쪽)
"이른바 '반윤 정서'는 크고 강하지만 이 정서가 탄핵 합의로 진화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273쪽)
여야 양당의 적극적 지지층을 제외한 다수 유권자의 마음을 얄미울 정도로 잘 집어내 표현한 문장이다. "탄핵정치는 이미 시작됐다"는 진단과 함께 그는 "특정 성향, 특정 정당 지지를 넘어서는 광범위한 대중적동의가 확보되지 않은 탄핵은 실패한다. 노무현 탄핵과 박근혜 탄핵의 성패도 여기서 갈렸다"면서 "대중의 분노를 자극해야 광범위한 국민적 동의, 이른바 탄핵 합의가 형성될 수 있다. 지금은 그 분노를 자극할 스캔들이 없다고 할 수도 없고, 있다고 할 수도 없는 묘한 상황"(273쪽)이라고 지적한다.
<프레시안>은 책 발간과 관련, 지난 20일 서울 서교동의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이 전 수석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전 수석은 현 상황에서 바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전하며, 탄핵을 현실화하고 싶다면 이를 추진하는 세력이 2가지를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 탄핵에 걸린 부담을 낮춰 보수진영의 일부를 '탄핵 합의'에 포섭할 것, 둘째, 탄핵이 특정 정당·정치인의 파당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시민사회 전체의 광범위한 합의를 섣부른 탄핵 주장보다 우선시하라는 것이다.
반면 현 정권과 여당 측이 탄핵을 저지하고 싶다면 대대적 쇄신을 통해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정부에는 개각이나 대통령실 참모 교체는 물론 야당에 총리 추천권을 주거나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등 획기적 국정방향 전환을, 여당에는 정부와의 과감한 차별화를 주문했다.
그는 이번 책의 부제가 '탄핵의 정치학'이기는 하지만 탄핵의 일상화 역시 경계해야 할 현상으로 들며, 자신이 책을 쓴 원 의도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사례를 통해 "어떻게 해야 탄핵이 성공하더라, 어떻게 하니까 막을 수 있더라"라는 선례를 학습함으로써 "국민·국가·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지혜롭게 이 국면을 헤쳐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책은 노무현·박근혜 탄핵 사례를 다룬 이 수석의 박사논문(2020년)을 주 내용으로 하고, 거기에 최근 상황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보론처럼 덧붙이는 형식으로 쓰여지기도 했다.
다음은 이 전 수석과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 채널 '프레시안TV'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프레시안TV 유튜브 : 이철희 전 수석 인터뷰 바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ddLvNHYAI3Q&t=2s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20일 서울 서교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권호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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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탄핵은 너무 하이-스태이크(high-stake), 낮춰야 한다"
프레시안 : 먼저 책을 보면 "지금 시점에서 탄핵은 시기상조다. 중대한 위반이 눈에 띄지 않는다"(273쪽), "아직 딱부러지는 사유가 없다. 이런저런 잘못과 의혹이 있긴 하지만 아직 탄핵감은 아니다"(4쪽), "각종 의혹이 난무하고 일부가 사실로 확인되는 중이지만 증거를 통해 명쾌하게 증명된 상태는 아니다"(270쪽)라고 판단한 부분이 가장 눈에 띄는데요. 책을 낸 시점에서 약 보름 정도가 지났는데, 이 판단은 유지되고 있나요?
이철희 : 아니, 책을 어떻게 기사처럼 읽어요? 그 좋은 내용 중에 하필이면…(웃음). 이 책의 요지는 어떻게 하면 탄핵이 성공이 되는가, 탄핵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탄핵이 성공하더라, 탄핵을 막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하니까 탄핵을 막을 수 있더라, 이것에 대한 답을 주는 거예요. 지금 상황이 탄핵이냐 아니냐는 제가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고, 제 감을 말씀드린다고 하면 '아직은 좀 이르다', '아직은 좀 덜 익었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상황은 어떠냐? 2016년과 단순 비교를 해봐도, 그때는 연인원 1700만 명이 광장에 나와서 촛불을 들었고 탄핵을 외쳤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잖아요? 그때는 처음이라서 그렇기도 했지만, '최순실 게이트'라는 게 워낙 엄청난 파급을 미쳤고 사람들이 화가 많이 났잖아요? 그런 것에 비춰보면 아직 그때까지의 상황으로 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정작 제가 더 하고 싶은 얘기는 사실 '탄핵만이 답이냐', '탄핵하면 대한민국이 그날로 완전히 달라지느냐,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노무현 탄핵이 실패한 원인을 탄핵 사유에서 찾으면 탄핵 제도의 정치적 성격을 놓치게 된다. 탄핵 사유가 부적절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패한 핵심적 이유는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무리한 탄핵이라도 국민적 동의를 얻었으면 성공했을 것이다. (중략) 박근혜 탄핵의 성공도 정치적 맥락에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 대중 봉기가 박 대통령 축출의 추동력이었다. (책 244쪽)
프레시안 : 왜 대중의 분노는 박근혜 정부 때만큼 크지 않을까요?
이철희 : 처음에는 모르고 했지만 두 번째니까. '해보니까 어떻게 되더라'라는 학습 효과가 있잖아요.그게 너무 크게 와닿는 거죠. 그리고 '탄핵 효능감'이 과연 있었느냐, 이 얘기는 지난 정부가 잘했나 못했나와도 연결되는데, 저도 거기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이죠. (웃음) 탄핵 효능감, 탄핵을 해보니까 많이 달라졌느냐, 많은 분들이 '많이 안 달라진 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보고 지난 정부의 책임도 있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민심은 (정권이) 하는 꼬라지를 보면 '야, 그만해. 나와!'라고 하고싶은데, 하자니 하고 난 뒤에 대한 걱정도 은근히 생기는 거예요.그러니까 진퇴양난이라는 거죠.
프레시안 : 그러면 '어떻게 하면 탄핵이 성공하는가'에 대한 답은 뭔가요?
이철희 : 지금 탄핵은 너무 하이-스태이크(high-stake)예요. 너무 많은 게 걸려 있어요. 지난 번에(2016년) 탄핵을 할 때는 지금 여당보다 그 당시 여당이 의석이 훨씬 많았는데도 그 당이 깨졌고, 그래서 탄핵이 됐단 말이에요. 그런데 지난번에 탄핵을 해보니 문제가, (탄핵된 대통령이 소속됐던 정당은) 대선에서도 지더라, '탄핵 이퀄( = ) 대선 패배', 당하는 쪽 입장은 이렇고, 또 하나 덧붙은 게 뭐냐면 그 당의 수많은 정치인들을 다 감옥에 보내야 되더라는 거예요. 검찰이 나서서 당을 초토화시켜 버리더라.
그러니까 지금 보수 성향이지만 국민의힘이 하는 게 못마땅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사람도 주저하게 되는 게 뭐냐, '탄핵하면 다음 대선은 보나마나네?', '그럼 5년 정권을 내줘야 되는 거네?' 거기에 더해서 '검찰이 또 신나서 달려들겠네?', '수많은 사람들 다 감옥 가겠네? 그 꼴을 또 당해야 된다고?' 그래서 우리 편이 잘못하기는 하지만 주저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탄핵을 진짜 하고 싶으면 이 스태이크(stake. 판돈·부담)을 낮춰라, 그래서 대선은 해볼 만한 구도가 될 것처럼 여당이나 여당 지지층에 그 (차기 대선 승리의) 기회를 주고, 대신에 지금 있는 나쁜 권력을 정리하는 정도로만 그림을 그려주면 훨씬 탄핵이 수월할 거다, 즉 여권 지지층한테 너무 많은 걸 잃어버리게 만들면 (탄핵에 동참을) 안 하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이 정도는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설득하려면 어떻게 할 건지 고민을 현실적으로 해야죠.
지금 여권 지지층들은, 제 생각이랑은 다릅니다만, 이들은 '사법 리스크가 있는 사람이 이대로 가면 대선 못 나올 것 같으니까 탄핵해서 권력을 뺏으려고 하는 거 아니냐'라는 서사, 내러티브를 갖고 있다는 말이죠. 그럼 거기다 아무리 두드려 봤자 108석은 동요 안 해요. 그런데 108석을 깨지 않는 이상 탄핵은 한 걸음도 못 나가잖아요.
저는 해법이 여러 가지라고 생각해요. (먼저) 우리 국민들이나 야당·언론이 요구했던 해법은 윤석열 대통령보고 바뀌라는 거였잖아요? 근데 본인이 바뀔 생각이 없으니까 그 해법은 이미 무망하다는 걸로 끝났어요.
그 다음 해법은 '여당이 나서라'. 왜냐하면 여당이 108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당이 '아니다' 하면 대통령도 사실 거역하기 어렵거든요. 근데 여당도, 한동훈 쪽에서 뭘 해보려고 하는 것 같더니 다시 주저앉았잖아요? 이재명 대표 판결을 빌미로. 그럼 여당이 저렇게 주저앉을 거냐, 저는 여당에서 일부가 다시 일어날 거라고 봐요. 이대로 가서는 다음 대선이 어렵거든요.
그러면 마냥 당하고 있겠나, 여당 또는 그 여당의 다음 대권을 노리는 사람들이 그냥 멍청하게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거기서 뭔가 변화의 계기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韓, '배신자 프레임' 무섭겠지만…尹이 지명하면 대통령 되나? 오히려 데스노트"
프레시안 : 자연스럽게 여당 얘기로 가서, 그 변화의 계기를 이끄는 사람은 한동훈 대표가 될까요?
이철희 : 한동훈 대표든 아니든 다음 대권 주자, 유력한 사람이 시도를 하겠죠. 근데 지금은 한동훈으로 나타나 있죠.
프레시안 : 한 대표나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담화 후에 오히려 '변화' 주장을 멈춘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재명 대표 선거법 사건 1심 판결에 고무된 듯도 합니다.
이철희 : 그 분들이 착각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설사 최악의 경우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 못 나온다고 쳐요. 그럼 국민의힘이 대선 이깁니까? 못 이겨요. 저는 그건 볼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대표와 싸우는 게 여권으로서는 그나마 해볼 만한 구도일 걸요? 다른 사람이 나오면 더 이기기 어렵죠.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 ⓒ프레시안(권호근) |
여당, 여권의 문제는 그 자체로 해결하지 않으면 그게 이재명 대표 판결로 덮이지 않아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야당 대표는 수사받고 재판받고 있는데 너희들은?' 이런 얘기가 안 나올까요? 그러면 우리 국민들이 다음 대선은 더 험하게 심판할 걸요? 다음 대선주자라고 하면 그 정서를 모르지 않을 거예요. 누구라도 그걸 의식 안 할 수는 없어요. 그냥 '나 대선 나가서 지고 돌아올게' 이럴 사람이 있겠어요? 그럼 결국 윤석열 대통령 부부 문제에 손을 대겠죠.
예컨대 (현재 친윤에 가까운) 홍준표 대구시장도 마냥 저렇게 대통령 '실드'(방어막)를 쳐주지 않을 거라고 저는 봐요. 그게 무슨 실익이 있겠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점지해 주면 다음 대통령 됩니까? 후계자 지목이 아니고 그건 '데스 노트'죠. 같이 죽자는. 홍 시장도 어느 순간이 되면 실드 안 칠 거예요. 지금이야 한동훈을 제껴야 하니까 그렇지만. 또 오세훈 서울시장도 있고 기타 등등도 있고….
프레시안 :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 담화와 후속조치를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높이 평가한다고 하고 여권 내부 비판을 멈췄지 않습니까?
이철희 : 정치인으로의 행보이니까 저는 그럴 수 있다고 봐요. 상식적으로 야당에 큰 리스크가 왔기 때문에 이걸 반전 카드로 쓰자, 만약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윤 대통령한테 공세를 한다? 그러면 '배신자 프레임'이 씌어졌을 거란 말이죠. 정치인에게 배신자 프레임은 무서워요.
지금 야당도 마찬가지예요.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게, 적들이 이렇게 침탈해 들어왔는데, 우리 장수를 지금 죽이겠다고 달려드는데 딴소리를 한다? 최민희 의원이 말이 극단적이긴 했지만 그 정서는 딱 대변해 주고 있는 거거든요. 양쪽 다 배신자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놨단 말이에요.
한동훈 대표도 영리한 사람이니 그것(배신자 프레임)은 피하고 싶겠죠. 그런데 이대로 가면 대선이 되겠냐, 저는 아닐 거라고 봐요. 한 대표도 의도는 있고, 시도를 할 거라고 봅니다. 의리 때문에 참는 스타일은 아닌 걸로 보여요. 윤 대통령도 그것 때문에 화가 나 있는 거 아닐까요? '내가 쟤한테 어떻게 했는데 나한테 이러느냐' 이런 정서가 있을 텐데, 저는 권력을 잡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봐요.
108석의 여당 대오가 흔들리지 않고 있어 현재로선 야당이 아무리 열망해도 탄핵은 기대난망이다.여당 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전부 아니면 전무'의 정치게임에서 필패로 이어지는 탄핵을 거부하는 데에는 (여권 내) 이견이 없는 듯하다. (책 270쪽)
"尹,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결국 꺾일 것"
프레시안 : "대통령이 절제하고 인내해야 한다. 그것이 의회의 탄핵권 남용을 제어하는 가장 강력한 방안이다. (264쪽)", "대통령 하기 나름이다. 탄핵을 할테면 하라는 식의, 어떻게 되든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겠다는 태도는 탄핵에 기름을 붓는 것이다"(273쪽), "탄핵을 무시하면 탄핵당한다"(274쪽)고 책에 쓰셨죠.
윤 대통령이 바뀌는 건 무망하다고 하긴 하셨지만, 아무튼 탄핵을 피하려면 윤 대통령은 지금 국면에서 뭘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지금 용산에서 나온 '후속 조치'라는 것을 보면 대통령 부부 휴대폰 번호 바꾸기, 대통령 순방에 영부인은 동행 안 하기, 대통령실 행정관 인사….
이철희 : 그게 무슨 조치예요? 그건 조치도 아니죠. 그건 얘기가 안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특별감찰관 백날 해도 의미없어요. 지금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카드가 뭐냐,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죠. 바꿔야죠. 하다못해 박근혜 전 대통령도 '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라'까지 양보했어요. 총리를 민주당이 추천하라고 하고, 실제로 그 총리한테는 임명제청권, 내각 구성권을 줘야 돼요.
그리고 본인은 탈당하고 중립내각으로 가서 일상적 행정과 나랏일, 해야 될 일을 챙기는 쪽으로 가고, 나머지 정치는 '알아서 하세요' 정도까지 가줘야 되고요. 또 하나 거기에 더한다면 필요하면 개헌도 해아죠. 그런데 '임기 단축'을 걸면 또 안 할 테니까 그냥 개헌이라도 해라, 실제로 빨리 야당 대표를 만나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되고요.
윤 대통령은 겁이 많은 사람이에요. 이대로 가면 퇴임 이후에 자기가 어떤 꼴을 당한다는 걸 알 거예요. 그리고 윤 대통령만큼 검찰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없어요. 뻔하잖아요. 자기가 (검찰에서) 사람을 어떻게 다뤄봤는지 알잖아요. 그럼 자기가 그 대상이 된다? 희생양이 된다? 끔찍하겠죠. 그러니까 저는 꺾일 거라고 본다. 안 꺾이면, 끝까지 고집 피우면 그야말로 진짜 파국이고 본인이나 본인 부부에게 재앙같은 사태가 올 거예요. 그걸 모른다면 진짜 바보인 거고요. 야당 대표를 이렇게 하고,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 손대기 시작했는데 자기가 멀쩡할 수 있을 거라고 보겠습니까?
검찰도 추가 기소, 이런 건 좀 그만해야 하고요. 이 대표 '법카' 추가 기소는 심한 정도를 넘었죠. 미치지 않은 이상 어떻게 이렇게 해요? 야당 대표, 그냥 야당 대표도 아니고 본선에서 붙어서 채 1%포인트 차이도 안 났던 사람을 승자가 이렇게 조진다? 이건 정치보복이죠. 자기가 그렇게 보복해 놓고, 자기는 안 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바보가 어디 있나요.
尹정권 위기, 이재명 '사법리스크'…정치적 교착상태 돌파구는?
ⓒ프레시안(권호근) |
프레시안 : 이 대표 추가기소 얘기가 나온 김에, 지난 15일 나온 이 대표 선거법 1심 판결이 지금 대통령 탄핵 관련 논의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이철희 : 25일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여당 예상대로 나온다면 여당은 똘똘 뭉치겠죠. 그럼 108석이 깨지기 어렵죠. 8석이 이탈해야 탄핵소추가 가능한데 그게 무망한 상황으로 가는 거고요, 야당도 공세를 세게 하면 '이재명 대표 구하기 아니냐'는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대목이 있겠죠. 문제는 그렇다고 해도 여당의 흠,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잘못이 사라지느냐, 그건 아니죠.
프레시안 : 정부·여당도 '김건희 리스크' 해결이 난망하고, 야당도 당대표 사법리스크로 발목이 잡힌다면 교착상태인데, 그러면 그저 이 상태 그대로 흘러가게 되는 건 아닐지?
이철희 :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를 보면 우리 국민들이 (정치인을) 봐주는 것 같지만 잘 안 봐줘요. 매섭게 해요. 임시정부 때 이승만 대통령이 탄핵됐죠, 결국 이승만 대통령 쫓아냈죠, 박정희 대통령도 물론 김재규가 총으로 쏘긴 했지만 국민들 저항이 굉장히 심했잖아요? 또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어떻게 됐습니까? 다 감옥 갔잖아요. 민주주의에 대해서 굉장히 냉정하고 매정하신 국민들이에요. 나라를 이끈 사람들에 대한 평가도 예외가 없어요.
그만큼 무섭게 심판하는 국민들인데, 이 국민들에게 '대충 시간 지나면 잊혀질 거다', '좀 지나면 지쳐서 안 하겠지', '봐주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제가 장담하건데 완전한 판단 미스일 겁니다.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오히려 더 가혹하게 심판한다고 저는 봐요.
프레시안 : 그럼 이 적대적 공생관계에 어떤 돌파구가 있을까요?
이철희 : 계기가 있을 수 있죠. 지금도 저는 계기가 주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착상태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민주당 지지층이나 이재명 대표 지지층은 굉장히 억울하고 많이 격앙될 수밖에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립·중도이거나 온건한 국민의힘 지지층이 볼 때는 '이재명에 대한 공포'가 좀 희석되기 시작한 거죠. '이제는 다음 정부가 이재명한테 가는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줄 수 있죠. 그러면 훨씬 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진영 논리, 정치적 양극화 때문에 '지키자'고 하고 있고, 그리고 저쪽은 워낙 '기승전 이재명'이었잖아요? 이재명이 거의 악마, 나라 완전히 거덜낼 사람처럼 돼있는데, 이제 그 양반이 권력을 안 잡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하면 이 (보수진영의) 프레임의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겠죠. 그러면 더 정상적으로 국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러면 윤 대통령이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봐요.
둘이 맞물려 있었는데, 흔히 학자나 언론인들이 '적대적 공존'이라고들 했는데 한 쪽이 이제 그렇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다, 그러면 반대쪽에 대해서도 더 가혹하게 '그럼 너도 심판받아' 이렇게 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여권이 뭘 믿고 저렇게 이재명 대표 때리기만 하는지 제 셈법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프레시안 : 그런 상황이라면, 최악의 경우에 대한 가정이기는 하지만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가 없다고 대선을 안 치를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그러면…
이철희 : 그 얘기하면 혼나요. 죽어. (웃음) 저는 '노 코멘트'고요, 대법원까지는 무죄추정 원칙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봅니다.
야권의 대표적 전략가를 만난 김이라, 현재 민주당 지도부가 정세 대응을 잘 하고 있는지, 2016년 당시 야당 지도부와 현재의 차이는 어떤 점이 있다고 보는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민주당에 어떤 '컨틴전시 플랜'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묻고 싶었지만 이 전 수석은 당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그의 저서에서는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일부 찾을 수 있었다. "(박근혜) 탄핵에 이르는 과정에서 한국의 진보세력은 히스테리나 급진주의를 표출하지 않았다. 정당 지도자들이나 시민사회 활동가들 모두 폭력 등 과격한 행동을 선동하는 대신 그들이야말로 혼란을 수습하고 질서를 회복할 수 있는 세력이라는 믿음을 얻는 데 주력했다. (…) 탄핵을 성급하게 밀어붙이면 실패하기 쉽다. 노무현 탄핵이 실패한 원인이다. 국민이 제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그 직에서 물러나게 하려면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끔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고, OK 사인을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신중함이 '탄핵 정치'의 요체다. 서두르면 망치고, 무리하면 망한다."(274~275쪽)
탄핵의 일상화도 경계했다. 그는 "탄핵이 최고의 화풀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툭하면 탄핵이고 걸핏하면 탄핵이다(234쪽)"라며 "탄핵의 일상화는 역효과가 매우 크다. 탄핵의 일상화로 인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정치는 양극화되고 황폐해졌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핵은) 잘못을 바로잡는 수단이긴 하지만 거대한 탄핵 효과로 인해 의도치 않게 민주주의에 해악을 미칠 수 있다"며 "정치적 양극화, 정치 보복의 악순환, 혐오 민주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 병폐들"이라고 우려했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철희 : 요즘 상황을 보면 저도 생각이 좀 복잡해지는데요, 윤석열 대통령 담화와 기자회견을 보면서 저도 좀 힘들었거든요. 지켜보기 그래서 1시간 정도 보다가 껐는데, 그때 내린 결론은 '대통령 하면 안 될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있구나'라는 것, 그래서 '저 분을 저 자리에 계속 두면 해가 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뭐 성질대로 하면 저도 한 사람의 시민이기도 하고 확 어떻게 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국회의원도 했고 청와대 수석을 했던 사람의 입장으로서, 그리고 박근혜 탄핵 때 원내에서 한 표를 행사했던 사람으로서 조금 더 큰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우리 국민의 관점, 국가적 관점에서 어떻게 해야 이게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까 고민해야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탄핵을 하고 싶은 분들, 지금 당장이라도 쫓아내고 싶은 분들은 제 얘기가 성에 안 차실 거고요, 또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도 '아니 왜 걸핏하면 탄핵이야' 이렇게 얘기하실지 모릅니다만, 우리의 경험, 한 분(박근혜)은 탄핵을 당해서 결국 쫓겨났고, 한 분(노무현)은 국회에서 쫓아내려 했지만 국민이 막아줘서 실패했던 두 사례를 잘 보고 지혜롭게 이 '탄핵정치'의 국면을 헤쳐나가면 좋겠다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끝)
▲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이철희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메디치미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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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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