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년 누적 이자보상비율 5배 이상 유지' 조항…4.3배 수준
"유동성 위기는 과장"…투자비 급등 사실이나 재무 지표 양호
롯데그룹 본사 롯데월드타워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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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진 롯데그룹 위기설이 그룹의 “사실무근이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 발표에 다소 잠잠해진 21일, 롯데케미칼은 과거 발행한 회사채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만기 전에 원리금 회수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기한이익상실 원인 사유가 발생한 회사채는 2013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발행한 14개 회사채다. ‘3개년 누적 이자보상비율(EBITDA/Interest Expense)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을 충족하지 못했다. 일반적인 조항은 아니지만, 견고했던 이익 창출 능력을 담보로 회사채를 발행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케미칼의 9월 말 기준 3개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이자비용의 4.3배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이에 롯데그룹과 롯데케미칼은 “10월 기준 롯데케미칼의 활용 가능한 보유 예금 2조 원을 포함,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 원을 확보하고 있다”며 “그룹이 즉시 활용 가능한 예금도 15조4000억 원에 이른다”며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또 다음 주 중 사채권자와 협의해 내달 중 특약 사항을 조정하기로 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의 재무 지표는 나쁘지 않다. 부채비율은 통상 200%를 초과해야 재무구조가 부실하다고 판단하는데, 9월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은 75.4%에 불과하다. 자본 대비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36.1%에 그친다.
다만 업황 불황으로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5조2000억 원)와 롯데에너지머리얼즈 인수(2조7000억 원) 등 대규모 투자로 차입 부담이 빠르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2022년 무차입 경영 기조가 깨진 이후 순차입금은 2년 만에 7조2000억 원 수준으로 늘었다.
업황 회복이 더뎌지면서 롯데케미칼은 수익성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투자 리스크를 분산하는 자산 경량화(에셋 라이트)와 운영 효율 극대화, 투자 리스크 관리 전략 등을 통해 잉여현금흐름 4조9000억 원을 개선, 내년 차입금 규모를 5조7000억 원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을 청산했고, 해외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1조3000억 원의 유동성 확보를 추진 중이다.
경기·증시 침체 때마다 롯데케미칼 위기설은 늘 불거졌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 기업회생신청)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를 맞은 롯데건설에 6000억 원 가까이 지원했는데, 문제는 롯데케미칼 역시 재무 부담이 큰 상황이었단 점이다. 이에 지난해 국내평가 3사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일제히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2023~2024년 투자를 집중해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재무 부담이 커졌지만, 부채비율이나 현금흐름 측면에서 보면 유동성 위기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김민서 기자 (viajeporlun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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