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내일 일본 나가타현 사도섬에서 열리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했습니다. 야스쿠니 참배 전력이 있는 우익 인사가 일본 대표로 참석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부는 오늘(23일) 언론 공지를 통해 "정부는 추도식 관련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24일 예정된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 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추도식 이전에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측은 오는 25일 별도로 추도식을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도광산 추도식은 일본 사도광산에서 강제노역한 조선인들을 기리는 행사입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반대하지 않는 대신,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가 참석하는 추도식을 매년 열기로 약속받은 바 있습니다.

이 추도식이 이번에 처음 열리게 됐는데, 일본 측은 야스쿠니 참배 전력이 있는 우익 차관급 인사를 대표로 보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해당 인사는 아이돌 그룹 출신의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입니다. 2022년 참의원(상원) 선거에 당선된 초선의원으로 고 아베 전 총리와 같은 파벌 출신입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참의원 선거 출마 때부터 극우성 발언을 반복한 바 있습니다. 당시 마이니치 신문과 인터뷰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한국 정부가 보다 양보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언행을 해온 인사가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를 추모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진정성 없는 추도식'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런 논란에도 우리 정부는 이쿠아니 정무관 참석을 사실상 수용했고,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가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날 오후 입장을 바꿔 우리 측 인사는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