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상도
매경이코노미 ‘대예측 2025’ 저자가 본 내년 산업 기상도는 어떤 그림일까. ‘맑음’ ‘흐림’ 등 날씨 형태로 풀어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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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 조선·건설·게임
저금리·히트작에 ‘웃음’
대예측 저자들은 내년 조선, 건설, 게임·엔터, 스마트폰·PC, 증권 분야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언급했던 조선업 실적은 내년 이후까지 계속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 선박 가격 인상, 계속되는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외국인 노동자 숙련도 상승 등 호재가 많아서다. 더불어 조선 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 연료 중심 정책에서도 수혜가 예상된다. 한국 조선 업체가 강점을 보이는 LNG·LP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이사는 “한국 조선사들에 트럼프 집권의 의미는 한국 조선업 성장 사이클이 더욱 연장된다는 것”이라며 “한국 조선업은 LNG선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어 수주 기회가 극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건설 산업 전망도 밝다. 서울·수도권 정비사업이 본격화되고 원가율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서다.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지속적으로 언급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크다.
게임·엔터 분야 역시 기대주다. 엔터 분야에서는 K팝을 이끄는 쌍두마차 BTS와 블랙핑크 컴백으로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게임 산업 역시 대형 업체가 몇 년에 걸쳐 개발해온 주력 게임을 대거 공개하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계속되면서 스마트폰과 PC, TV 등 IT 기기 역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에선 내년 삼성전자를 비롯해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다수 업체가 다양한 폴더블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폴더블폰 형태 다변화 전략과 AI 서비스 확대, 글로벌 금리 인하 효과를 반영하면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시장 예측을 웃돌 가능성도 충분하다. 내년 PC 시장에서는 노트북 교체 수요 역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하반기는 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 발생한 폭발적인 교체 수요 이후 약 4년 만에 도래하는 PC 교체 주기”라며 “여기에 PC에 적용될 AI 서비스 수요까지 고려하면 PC 교체 수요가 예상을 웃돌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는 금리 인하 수혜주로 분류된다. 금리 인하에 따라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더불어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서 평가이익 확대 등 거래 수익도 기대해봄직하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상황에서는 거래 손익 기여도와 IB 실적 회복세를 통한 증권사의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흐림: 반도체·바이오
석유제품, 친환경 정책 ‘변수’
‘흐림’ 산업군으로 반도체, 석유제품, 바이오가 꼽혔다. 반도체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견제 강화로 언뜻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칩스법 지원이 줄어들어 예상보다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은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트럼프 당선 후 이전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트럼프 당선 후 한때 주가가 4만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석유제품 시장 역시 호재와 악재가 분분한 산업으로 꼽힌다. 업계는 올해 글로벌 정유시설(CDU) 순증설, 이른바 ‘치킨게임’으로 몸살을 앓았다. 업황 악화로 롯데 화학 계열사는 수년간 적자에 처해 있다. 내년부터는 이런 치킨게임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완공된 나이지리아 당고테, 중국 유롱 공장이 가동률을 높이고 있어 업황 악화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이 본격화하면 향후 예정된 증설이 수요를 감당하기에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를 고려하면 글로벌 석유제품 시장의 빡빡한 수급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바이오 산업에 관한 전망도 엇갈린다. 일부 바이오 업체는 높은 기술력만 내세우다 이익을 못 내 주식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반면 글로벌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한 곳은 수혜주가 될 수 있다는 논리.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추진, 중국과의 의약품 거래를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중국 기업의 입지가 축소됨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한국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이 글로벌 수주 물량을 확대할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대예측에서는 신약 개발사 중에서도 글로벌 트렌드에 맞아떨어지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거나 개발 중인 기업만 증시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나쁨: 보험·자동차
내수 부진 직격탄
이번 대예측에서 내년에 다소 어려워질 산업군으로 자동차, 보험, 식음료, 대형마트 등이 꼽혔다. 대부분 내년 내수 경기와 연관돼 있다.
사실 자동차는 올해 ‘밸류업’ 붐, 수출 호조 등으로 주목받았던 섹터라 ‘의외’의 전망이라 할 수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파트장은 “내년부터는 주요 자동차 업체 생산 물량이 계속 늘어나며 글로벌 자동차 재고가 증가하는 가운데 2025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 증가율은 1%대로 낮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업체가 판매 인센티브를 늘리고, 소비자가 세그먼트 내 더 저렴한 옵션을 선택함에 따라 자동차 평균 판매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높은 연구개발비와 업계 전반적인 임금 인플레이션 등이 이어지면서 자동차 업체 수익성과 현금흐름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논리다.
‘티메프’ 사태를 맞았던 이커머스 산업 역시 새해에는 ‘숨 고르기’ 국면에 접어든다는 것이 이번 대예측 주요 논지다. 이커머스는 코로나19 때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미래 성장률을 앞당겨온 후유증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커머스 시장은 현금 유동성과 재정건전성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버티컬 플랫폼업계에선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식품, 음료·주류 시장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김정욱 애널리스트는 “HMR 등 식품 부문은 소비자 저변이 크게 확대됐지만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군으로 포지셔닝된 측면이 있는 데다 인구 감소마저 뚜렷한 내수 시장에서 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료·주류 산업 역시 올해 장기간 폭염으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며 판매량이 줄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무리한 ‘1+1’ 행사를 했다가 매출이 줄어들고 수익성도 떨어졌다. 가격 인상 카드 역시 모두 소진한 상황이라 내년에도 성장률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예측에 담긴 전망이다. 대형마트 역시 같은 이유로 ‘고난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 시기에 ‘빨간불’이 켜질 금융 섹터도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산업이 보험업이다. 통상 금리 인하는 보험사 자본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상황이 바뀌었다.
조아해 애널리스트는 “IFRS17 도입 후 자산뿐 아니라 부채의 금리 민감도도 자본에 반영되는데, 새 회계기준에서는 금리가 하락할 경우 자본이 감소하는 구조를 띠게 되므로 보험사에는 불리한 대외 환경”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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