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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트럼프 눈에 들려면 TV 출연해야...요직에 '유명인' 잇따라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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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눈에 띄기 위해 방송 출연도

민주당 “美, 세계 최초 핵무장한 TV쇼 전락” 비판

조선일보

영국 신문들이 1면 헤드라인으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소식을 보도했다. 타블로이드 신문 더선(The Sun)은 트럼프가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 출연해 유행시킨 말인 'You're fired(당신 해고야)'를 패러디해 'You're rehired(당신 재고용됐어)'를 제목으로 달았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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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고용됐어(you’re hired).”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00년대 진행하고 제작했던 TV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서 가장 많이 즐겨쓰던 표현이다. 올해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주말에도 백악관과 내각 주요 인사들을 지명하면서 정부 구성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트럼프가 2기 요직에 TV 출신을 잇따라 발탁하고 있다. AP 등은 “관료를 상당 수 중용했던 1기와 달리 이번엔 트럼프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측근들을 기용하면서 TV에서 마주쳤던 인사들을 최우선 순위로 ‘캐스팅’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실제 주요 인사들의 TV 출연 영상을 보고 지명 여부를 최종 판단하고 있다고 미 악시오스는 전했다.

트럼프가 지난 12일 국장장관 후보로 지명한 피트 헤그세스(44)는 영관급 장교(예비군 소령) 출신으로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지만 군 조직을 이끈 경험은 전무하다. 나이도 트럼프 1기 첫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해병대 장성 출신)가 지명됐을 때보다 스물두 살 어리다. 다만 그는 2014년부터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 방송의 진행자로도 8년째 일했다. 이를 계기로 트럼프와 가까워졌고, 1기 때는 보훈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되기도 했었다.

18일 지명된 션 더피(53) 교통장관 후보자도 폭스뉴스 진행자였다. 하원의원 출신의 그는 지명 직전까지 폭스비즈니스의 프로그램 ‘바텀라인’의 공동 진행자로 일했었다. 트럼프 2기 초대 주이스라엘 대사로 지명된 마이크 허커비(69) 전 아칸소 주지사도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폭스 쇼 ‘허커비’를 진행했었다.

다음 날인 19일 트럼프는 미국 보험청(CMS·메디케어·메디케이드센터) 수장에 유명 건강 프로그램 ‘닥터 오즈 쇼’의 진행자인 메멧 오즈(64) 박사를 지명했다. 오즈는 2004년 오프라 윈프리 쇼 건강 코너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 2022년 종영할때까지 ‘닥터 오즈 쇼’ 13년간 진행했다. 미국 ‘쇼 닥터’의 기원이자 가장 유명한 TV스타 중 한 명이다.

상무장관에 지명된 월가의 억만장자 하워드 러트닉(63)은 2008년 트럼프가 대중적 인기를 얻은 계기가 됐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했었다. 복지부장관에 지명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70)도 방송가의 단골 출연자로 유명하다.

트럼프는 실제 지명자를 발표할 때마다 ‘TV 출연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는 헤그세스에 대해 “폭스뉴스에서 8년간 진행자로 일했으며, 그 플랫폼을 이용해 우리군과 참전 용사들을 위해 싸웠다”고 했다. 는 더피에 대해선 “폭스 뉴스의 스타였으며 MTV 리얼리티 프로그램 리얼 월드 출연 경력도 있다”고 했고, 오즈에 대해선 “그는 닥터 오즈 쇼를 진행하며 주간 에미상을 9번이나 수상했고,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했다”고 했다.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의 임시 상황실에서 내각과 행정부 후보들의 TV 출연 영상을 검토하면서 그들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 선거 슬로건) 메시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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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폭스 앤드 프렌즈의 진행자였던 피트 헤그세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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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트럼프는 1기 때도 TV 출연자들을 중심적으로 기용해왔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래리 커들로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헤더 나우어트 전 국무부 대변인, 메르세데스 슐랩 전 백악관 전략커뮤니케이션 팀장 등 1기 인선 상당수가 폭스방송의 단골 출연자들이었다.

이렇다 보니 트럼프 2기에 합류하기 위해 잠재적 후보군에 든 인사들이 일부러 TV 출연에 나서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으로 지명된 브렌단 카 FCC 위원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 전 NBC 방송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출연한 점을 문제 삼으며 인지도를 높였다.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도 트럼프가 즐겨보는 폭스뉴스에 자주 출연하고 같은 방송에 자신 명의의 기고문을 게재해는 등 재무장관직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민주당에선 전문성이 아닌 TV 출연 여부가 인선의 주요 요소가 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짐 하임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최근 소셜미디어 글에서 “미국은 세계 최초의 핵무장 리얼리티 TV 쇼가 되고 있다”며 “법무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팔각형 철창 안에서 서로 싸우면 어떨까요”라고도 했다. 트럼프가 종합격투기 UFC와 TV 등을 선호하는 것을 비꼰 것으로 해석됐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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