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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24는 알고 있었다…EU '중국 전기차' 규제, 한 달 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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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경제의존도 높아 처음부터 "실질적 제재 어렵다"…
EU·중국, 관세 관련 추가 합의 및 관세율 조정 임박한 듯

머니투데이

러시아의 수입차 딜러사 직원이 지난 6월 모스크바의 쇼룸에서 중국 지리그룹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생산한 왜건 모델 '001'의 인포테인먼트를 직접 보여주는 모습. 2024.06.14.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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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유럽연합)의 대중국 전기차 징벌적 관세 전선에 균열이 감지된다. 중국 내에선 개전하자마자 EU와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EU의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높은 데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일찌감치 유럽 현지에 전기차 생산기지를 건설해 양산이 임박한 점에서 이미 유럽이 지고 시작한 싸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5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독일 방송사 n-tv가 보도한 베른트 랑게(Bernd Lange) 유럽의회(EU의 입법기관) 국제통상위 의장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과 EU가 중국산 전기차 수입 관세를 철폐하는 문제에 대해 해결책 마련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월 30일 최대 45.3%의 관세 부과가 발효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EU의 집행기관인 집행위원회가 의결, 집행한 중국산 전기차 추가관세 부과는 미국의 중국산 전기차 규제에 발맞춘 초강력 수입금지 조치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의 대중국 무역 압박이 강력하고 실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일종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나 EU의 상계관세 조사 시점에서부터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됐었다. EU의 대중국 경제의존이 너무 크다는 게 이유다. 유럽 주재 한 경제기구 전문가는 당시 "7월 유로2024 결승전 경기장 광고판이 온통 중국 브랜드 광고로 도배됐었다"며 "경제적 무역적 의존도를 감안할 때 EU의 대중국 규제는 미국에 대한 보여주기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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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AP/뉴시스] 스페인(8위)의 라민 야말이 9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의 푸스발 아레나에서 열린 유로 2024 준결승전 프랑스(2위)와 경기 후 MVP에 선정돼 트로피를 들고 셀카를 찍고 있다. 뒤에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비보'의 로고가 보인다.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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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공고해보였던 장벽엔 심각한 누수가 감지된다. 중국 관영 CCTV 계열 소셜미디어계정 위위안탄톈은 최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과 EU가 지난 2~7일 5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으며, 전기차 관세 문제와 관련해 기술적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8일 EU 집행위원회 발표와 일맥상통한다. 집행위는 "상계관세의 대안이 될 가격 약정에 대해 가능한 합의안을 놓고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합의 내용에 대해 어떤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중국은 이미 축제분위기다. 중국국제무역협력연구원 주미 수석연구원은 "유럽에서 전해지는 소식이 사실이라면 이는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메시지로 간주될 수 있다"며 "대화와 협의가 양측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EU가 물러서는 배경엔 역시 경제적 이유가 있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등 EU를 주도하는 국가들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독일의 대중국 수입은 전체의 13% 수준이다. 특히 독일 산업의 핵심인 모빌리티 면에서 중국과 관계 악화는 독일엔 타격이다. 2022년 기준 이른바 독일 3사(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매출의 약 40%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프랑스의 경우 직접적인 무역 규모는 독일에 비해 크지 않지만 산업의 근간 중 하나인 명품의 최대 시장이 중국이다. 프랑스 명품산업의 핵심인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그룹은 작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30%가량을 냈는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시장이라는 게 거의 대부분 중국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기업은 EU가 대중국 전기차 징벌적 관세 부과를 결정한 이후 중국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독일 폭스바겐의 중국 현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다. 벤츠와 BMW의 매출도 각각 13%, 30% 빠졌다. 또 LVMH그룹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 줄었는데, 베인앤컴퍼니는 "중국 시장의 침체가 직접적 원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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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신화/뉴시스] 올라프 숄츠(오른쪽 두 번째) 독일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중국 베이징을 산책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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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이들 국가는 중국의 공략 지점이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9일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중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났다. 이 자리서 "EU의 중국 전기차 관세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이견을 줄이자"고 말했다. 왕원타오 산업부장(장관)이 앞서 프랑스와 독일 장관을 만나 물밑 조율한 데 이어 시 주석까지 직접 나선 셈이다.

중국이 이미 관세장벽을 일부 넘고 있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었다. 중국 최대 자동차 수출기업 중 하나인 체리는 지난 23일 스페인 전기차기업 EV모터스와 공동 생산한 첫 전기차 Ebro S700을 바르셀로나공장에서 출고했다. 이 공장은 원래 일본 닛산 공장이었는데, 닛산이 빠져나간 자리를 중국이 채웠다. 일단 내년 전기차 2만대 생산이 목표다.

관세는 중국산 부품 비율에 따라 책정될 수 있지만, 협력업체도 동반 진출하는 관행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스페인산 중국전기차는 관세 장벽을 이미 피했다. 호르디 에레우(Jordi Hereu) 스페인 산업관광부 장관은 출고 기념식에서 "양국 기업이 스페인에서 이런 협력 사례를 더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유럽연합 집행위 중국산 전기차 징벌적 관세 부과 투표에서 기권했었다.

중국과 EU 간 전기차 관세전쟁이 제대로 불을 붙기도 전에 사그러든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구상하는 대중국 압박 전선의 구상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EU 간 경제협력을 차단하기 위한 다른 대안이 마련될 가능성도 높다. 훠젠궈 WTO(세계무역기구) 연구회 부회장은 환구시보에 "트럼프 집권으로 EU가 미국과 무역 분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시점에서 중국과 갈등을 벌이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며 무역 긴장을 조속히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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