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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팀 알퍼의 영국통신] 英 스타머 내각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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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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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영국 노동당 정부는 우울한 100일을 맞았다. 언론에서는 키어 스타머 총리의 시작을 '악몽'으로 평가했으며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서 10월 말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스타머는 역대 영국 총리 중 취임 후 100일을 기점으로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응답자의 26%만이 스타머를 지지했으며 60% 정도가 그의 업무수행능력을 비난했다.

이러한 평가는 스타머와 그의 내각이 만든 결과이긴 하지만 전적으로 그의 잘못만은 아니다.

영국 최초의 노동당 정부는 불과 100년 전인 1924년에 출범했다. 그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주의가 곳곳에 뿌리를 내리며 국가가 운영하는 유토피아에 대한 꿈이 신선하게 느껴지던 시기였다. 부유한 자본가들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며, 그들 계급을 소멸시키는 것을 꿈꾸던 열렬한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노동당이 설립됐다.

1차 대전 후 전쟁의 참화로 영국이 휘청거리고 있을 때, 이런 노동당의 메시지는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2차 대전 중 독일의 폭탄 공격으로 부유했던 영국이 빈털터리가 되자 사회주의자들의 꿈은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다. 1945년 영국 현대사의 가장 큰 영웅인 보수당의 윈스턴 처칠을 누르고 노동당의 클레멘트 애틀리가 압도적 승리를 거두게 된다.

하지만 1945년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유럽에서 멈출 줄 모르던 사회주의 확산은 1970년대에 정점을 찍고 마침내 1980년대 사라지기 시작했다.

애틀리와 스타머 사이 노동당에서는 해럴드 윌슨과 토니 블레어만이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영국인들이 스타머를 어떻게 평가하든지 간에 그는 블레어가 어떻게 보수당을 이길 수 있었는지를 알아차릴 만큼은 영리했다. 블레어의 '신노동당'은 당의 사회주의적인 과거를 씻어내고 중도주의로 옮겨가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듣고 싶던 말에 솔깃해진 유권자들은 블레어에게 세 번이나 표를 던진다. 하지만 블레어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에너지도 넘쳤다. 블레어가 사임하고 재무장관이던 고든 브라운이 취임하자 노동당의 축은 바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3년 후 그가 선거를 이끌자 노동당은 참패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모든 제도, 이미지,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한 노동당에서 그 요소들을 빼면 노동당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찾기 어렵고 보수당과 차별화 요소 또한 찾기 힘들어진다.

사회주의적 요소나 블레어와 같은 매력이 없다면 영국인들은 노동당에 빠른 속도로 환멸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대중을 자석처럼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이나 유머감각을 서둘러 갖추지 못한다면 스타머는 임기 후 수십 년간 광야에서 노동당을 이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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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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