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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밀착카메라] "언제 불날지 몰라" 폐기물 쌓인 '좀비 주유소'…취재가 시작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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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 구청 관계자 "치우라고 개선 명령하겠다"

주유소 정식 폐업에 수억 원…업주들 '정리 포기'

매년 700개 휴·폐업…폭발 위험에 환경오염 우려까지



[앵커]

전국 곳곳에 영업을 중단한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주유소가 늘고 있습니다. 폐업하려면 수억원이 들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두는 건데, 이걸 요즘 '좀비주유소'라 부릅니다.

문제는 이런 곳에서 언제 화재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건데,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3년 넘게 운영을 멈춘, 광주 외곽의 한 주유소.

폐기물이 빽빽하게 쌓여있습니다.

[인근 주민 : 교통량이 확 줄었거든요. 혁신도시 가는 저 도로가 새로 생기는 바람에 (영업을 중단한 것 같아요.)]

여기에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기 스쿠터가 잔뜩 녹슨 채 쌓여 있습니다.

한 20대 정도 되는데요. 고군산군도 관광 안내 팜플렛이 있네요.

전북 군산시 관광지에서 쓰이던 게 여기에 폐기물 처리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뭘 먼저 말씀드려야 될지 모를 정도로 온갖 종류의 폐기물들이 있는데요.

전기장판, 에어컨, 실외기, 세탁기, 또 PC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의자도 있고요. 안마의자도 버려져 있습니다.

병원에서 쓰이는 환자용 침대도 이렇게 있네요.

이쪽에 주유구가 있는데 휴업 중인 주유소에는 관할 소방서에서 이렇게 확인증을 걸어줍니다.

제가 이 주유기를 좀 살펴보면, 아직도 기름 냄새를 많이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옆에 가스레인지가 이렇게 있고, 또 소형 냉장고도 있습니다.

또 주변을 둘러보니까 식당에서 흔히 쓰이는 대형 가스레인지도 있고요.

관광지용 소형 전기 스쿠터 말고도 전기 배터리로 작동되는 온갖 탈 것들이 이렇게 놓여 있습니다.

배터리 화재 이슈가 많이 나잖아요. 여기에 이런 게 놓여 있어도 될까라는 염려도 듭니다.

주유소 허가를 하는 구청도, 안전 관리감독을 하는 소방서도,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광주광역시 남구청 관계자 : 7월경에 방문했을 때랑 상황이 다른가 보네요. 일단 저희가 방문해서 상황 보고 사장님께 치우라고 개선 명령하겠습니다.]

3년 전 휴업 신고 당시 지하 기름 탱크가 비어 있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안전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게 관할 소방서의 설명.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다릅니다.

[송창영/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 : 재난 안전이라고 하는 것은 항상 불확실성과의 싸움인데, 외부에서 어떤 화인에 의해 화재가 나면 내부에서 2차, 3차 폭발 위험성은 있는 거죠.]

도심에도 이런 곳이 적지 않습니다.

2년째 영업을 중단한 주유소 주변으로 무단 주차된 차와 쓰레기만 보입니다.

방치된 주유소 주변이 더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 게 누군가 가구를 버려놨고요.

탈수기 같은데 이런 가전제품도 버려놨습니다.

이쪽에도 역시 깨진 유리, 페트병, 생활 쓰레기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느껴지실지 모르겠는데 음식물 쓰레기 악취도 납니다.

바로 옆에 영어학원과 오피스텔 등이 있어 불안하다는 주민이 많습니다.

[인근 주민 : 아무래도 여기가 방치돼있으니까. (쓰레기를) 그 주위에 놓고 가더라고. 언제 불날지 몰라요. 그래서 항상 걱정이죠.]

동행한 전문가는 쓰레기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경고했습니다.

[송창영/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 : 배관이라든가 탱크 내에 유증기가 아무래도 있을 수 있고 그것이 오랫동안 배출을 하지 않다 보니까 그게 폭발 팽창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위험할 수 있고요. 지금 만약에 여기에 부식에 의해서 누유가 되고 있다면, 여기에 토질 오염이나 수질 오염은 눈으로 보듯 뻔하지 않겠습니까?]

친환경차가 늘고, 경쟁도 심해지면서 해마다 700개 넘는 주유소가 운영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이중 상당수가 '방치의 늪'에 빠지고 있습니다.

정식 폐업 후 땅을 개발하려면 규정대로 기름 저장 탱크를 철거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해야 하는데, 여기에만 수억원이 들기 때문입니다.

개발 이익이 보장된 일부 입지 좋은 주유소만 '방치의 늪'을 피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의 한 신축 대단지 아파트 근처.

올 상반기까지 주유소였던 자리에, 지금은 10층 상가 건물 공사가 한창입니다.

[상가 분양 관계자 : 2607세대 아파트가 새로 신규로 입주하고 하니까 상업용지, 여기 상가 좀 관심 있는 분도 꽤 있었죠.]

반면 한적한 국도변 주유소 터는 사려는 사람 자체가 없습니다.

[휴업 주유소 소유주 : 매각이 안 되니까 플래카드 써 붙였죠. 경기가 얼마나 나쁜데, 누가 돈 주고 몇십억 주고 사려고 하겠어요?]

이른바 '좀비 주유소'가 속출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정부가 폐업 지원책을 만들어야 한단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왜 주유소만 해주냐'는 반론도 있어서, 여러 주체가 머리를 맞대 빨리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흉물처럼 남겨진 이런 주유소.

앞으로 더 그 수가 늘어날 거라는 게 전문가의 예측입니다.

단순히 보기에 안 좋다는 게 문제의 전부가 아닙니다.

환경오염의 우려도 크고 폭발 사고 가능성도 있는데 이걸 그냥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작가 강은혜 / 영상취재 이경 / VJ 장준석 / 영상편집 김영선 / 취재지원 홍성민]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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