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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세계 3대 음악회사 보고서 첫 줄에 등장한 '아파트'...로제가 바꾼 K팝 성공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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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미국 음악 네트워크 적극 활용
②'K팝의 팝송화'로 군무 대신 코러스
한국일보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오른쪽)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지난 22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K팝 시상식 '2024 마마 어워즈'를 통해 '아파트' 첫 합동 무대를 선보였다. 공연은 사전 녹화로 촬영됐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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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3대 음악 회사 워너뮤직그룹의 4분기 실적 발표장. 로버트 카인클 최고경영자는 K팝 그룹 블랙핑크 멤버인 로제가 미국 팝스타인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노래 '아파트'의 흥행을 강조했다. '아파트'의 성공 사례는 '빌보드 '글로벌200' 1위'란 문구와 함께 성과 보고서 보충 자료 왼쪽 상단에 가장 먼저 소개됐다. 워너뮤직그룹의 올해 실적 발표에 아시아 가수가 언급된 건 로제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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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뮤직이 최근 공개한 올해 4분기 성과 발표 참고자료.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가 주요 성과로 기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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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BTS와 다른 세계 시장 공략

이 진풍경은 싸이, 방탄소년단(BTS)과 다른 로제의 세계 시장 공략 방식 덕분에 벌어졌다. 싸이가 유튜브를, 방탄소년단은 강력한 팬덤을 미국 주류 음악 시장 진출의 지렛대로 각각 썼다면 로제는 현지 음악 네트워크를 처음부터 적극 활용했다.

과정은 이랬다.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난 로제는 지난 9월 워너뮤직그룹 자회사인 애틀랜틱 레코즈와 계약을 맺었다. 마스를 비롯해 세계적인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 등이 속한 곳이다. 로제는 회사를 통해 마스와의 합동작업을 제안했다. 그 과정에서 세 곡을 마스에게 합작 제안 곡으로 보냈고, 마스는 그중 '아파트'를 선택했다. 같은 소속사인 덕분에 두 사람의 협업은 급물살을 탔다. 마스는 '아파트'의 작사, 작곡 및 편곡에도 참여했다. 다니엘 라모스 감독과 함께 가볍게 춤추며 노는 촌스러운 'B급 콘셉트'로 '아파트' 뮤직비디오 제작 방향도 잡았다. 복잡다단한 세계관의 화려한 뮤직비디오, 빈틈없는 '칼군무', 폭발하는 사운드의 하드코어 음악, 즉 K팝 콘텐츠의 3대 특징을 '아파트'에 찾아볼 수 없는 배경이다. 'K팝의 팝송화'가 로제와 마스가 합작의 시너지 효과를 낸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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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테인먼트를 나온 블랙핑크 멤버 로제는 음악적 홀로서기를 미국 애틀랜틱 레코즈를 통해 했다. 브루노 마스와 콜드플레이 등 영미권 유명 가수들이 있는 곳이다. 더블랙레이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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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로제의 '아파트' 흥행은 K팝에서 출발해 미국 팝 음악적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공개된 '아파트'는 2020년 9월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가 신설된 후 2주 연속 역대 가장 높은 스트리밍(온라인 재생·2억 건 이상)으로 정상에 올랐고, 일본 오리콘차트에선 방탄소년단 '퍼미션 투 댄스'(2021) 이후 3년 3개월 만에 해외 가수로는 처음으로 2주 연속 스트리밍 차트 1위를 차지했다. K팝 간판 스타(로제)가 미국 음악 네트워크를 만나 새로운 흥행 공식을 쓴 것이다.

한류 간판 아이돌을 주축으로 한 '탈(脫)K팝'은 요즘 속속 시도되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은 지난해 낸 솔로 앨범 '골든'의 수록곡을 모두 영어로 노래했다. 한국어로 가사의 메시지를 강조하기보다 영어 노랫말과 대중적 멜로디를 부각해 더 많은 해외 음악 청취자를 사로잡으려는 전략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한 대중문화 콘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서 "미국 기반계 음악시장에서 더 많은 팬을 얻기 위해선 좀 더 가볍게 팝의 일환으로 K팝이 소비되는 게 필요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선 외양과 내포, 즉 양쪽에서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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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왼쪽)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지난 22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K팝 시상식 '2024 마마 어워즈'에서 함께 걷고 있다. 마스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왼쪽)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지난 22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K팝 시상식 '2024 마마 어워즈'에서 함께 걷고 있다. 마스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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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는 왜 일본까지 왔을까

K팝이 팝송화되면서 공연 양상도 확 달라졌다. 22일 일본 교세라 돔 오사카에서 열린 K팝 시상식 '2024 마마(MAMA) 어워즈'에서 로제와 마스가 사전 녹화로 선을 보인 '아파트' 무대엔 노래에 화음을 넣어주는 코러스 가창자들이 등장했다. 전문 댄서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코러스 가창자들은 모두 마스가 데려왔다. 로제와 마스의 '아파트' 무대는 오사카 한 골목의 소극장에서 진행됐다. 모두 K팝 아이돌 공연에선 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로제와 마스의 '아파트' 첫 무대는 애초 지난달 마스의 브라질 공연에서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비가 쏟아져 무산됐다. 마스는 당시 브라질로 와 준 로제에 대한 보답으로 일본에서 열린 MAMA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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