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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친절한 경제] "한국에만 있는 '특이 요인', 가계 빚더미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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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3분기 가계대출 규모가 또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가계빚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소식 계속 전해 드리게 되는데 이게 얼마나 빠른 건가요?

<기자>

한국의 가계빚 규모는 지난 5년간 매년 연평균 1.5%씩 증가하는 수준으로 커져왔습니다.

국제결제은행이 비교해 놓은 GDP 대비 가계빚 비중이 큰 나라 10개 선진국 중에서 홍콩 다음으로 두 번째로 빠른 속도입니다.

가장 심각했던 시기가 2021년 3분기입니다.

이때 우리나라의 가계빚 규모가 국제결제은행 집계로 GDP의 99.2%까지 커졌는데요.

이후에 조금씩 낮아져서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GDP의 92% 수준까지 내려온 걸로 추산되기는 합니다.

최근 3년 동안 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빚을 좀 갚는 모습이 더러 나타난 것도 작용했지만요.

사실 이 기간에 우리나라 GDP가 늘어나는 속도가 가계빚 증가속도보다 빨랐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계빚이 약간 작아 보이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결제은행이 집계하는 43개 나라 중에서 우리는 다섯 번째로 가계빚 규모가 큰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의 가계빚 늘 심각한 문제라고 했지만 사실 10년 전 정도까지만 해도 43개 나라 중에서 따져보면 15위 수준이었습니다.

중간보다는 빚이 좀 많은 편이네 싶은 정도였는데 급속도로 순위가 올라가면서 2022년 기준으로 5위까지 왔습니다.

<앵커>

이렇게까지 빠르게 급증한 건 우리나라만의 이유가 있는 거겠죠?

<기자>

그렇다는 겁니다. 한국의 가계빚이 이렇게까지 비대해지게 된 이유, 첫 번째로 전세자금대출이 지목됐습니다.

[이혜인/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 OECD에서 발표한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 지수'라는 게 있는데요. 주요국이랑 비교해 봤을 때 우리나라는 2015년도에 비해서 2023년까지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소득 대비해서는 하락한 걸로 나옵니다. 이런 점도 봤을 때,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 대출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통상 생각하는 것과 달리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요인만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사실 우리나라는 가계빚 급증을 막기 위해서 사려는 집의 가격 대비해서 대출받을 수 있는 돈의 규모, 즉 LTV 규제는 주요국 중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두 번째로 엄격하게 해왔다는 게 우리금융연구소의 분석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가계빚에서 집을 사려고 낸 대출의 비중은 60.2%입니다.

주요국 평균보다 낮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의 가계빚은 대출을 우리보다 훨씬 더 쉽게 많이 내주는 나라들처럼 커져온 걸까, 2016년 이후로 연평균 20~30%씩 급증한 전세자금대출이 한국 가계빚을 이렇게 막대하게 만든 큰 원인 중에 하나라는 게 우리금융연구소의 진단입니다.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내줘온 전세대출이 급증하면서 전체 가계빚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에는 5%에 그쳤는데 2022년에는 14%까지로 단기간에 크게 확대돼 왔다는 겁니다.

최근에 대출규제에 있어서 전세자금대출이 포함되기 시작했는데요.

한국의 가계빚 전반을 훑어봤을 때 역시 전세대출의 급증세가 우리나라가 10년 만에 국제적으로도 가계빚이 가장 큰 나라 중에 하나가 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전세대출도 그렇고 자영업자가 유독 많은 것도 영향이 있다고요?

<기자>

한국의 가계빚에서 진짜 위험은 자영업자들이 져온 가계빚에 있다는 게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진단입니다.

한국은 이른바 선진경제 중에서 자영업자 비중이 유독 높은 나라에 속하고요.

가계빚에서도 자영업을 꾸리기 위한 대출이 20% 정도를 차지합니다.

자영업자들이 사업자 대출을 내기도 하지만 그냥 가계빚을 내서 그 돈으로 근근이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실제 가계빚에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건 주택 관련 대출보다 이 자영업자 대출 쪽에 집중돼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내수 부진이 이어지거나 더 심각해진다면, 우리나라 가계빚의 약한 고리가 이쪽에서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주택시장의 안정과 함께 내수 시장의 온기를 되찾아야 한국 가계빚의 진짜 뇌관을 제거할 수 있다.

여기에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숙제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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