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가 회계법인들의 동계감사 인턴제도를 활용해 미지정 회계사(실무수습처를 아직 찾지 못한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도 최소 1년 실무수습을 거쳐야 등록 회계사로 정식 업무를 할 수 있는데 합격자는 늘어난 반면, 회계법인의 인력수요는 급감해 미지정 회계사가 급증한 터다.

한공회는 문제해결을 위해 회계법인들과 논의를 거쳤고 빅4(BIG4·△삼일 △삼정 △안진 △한영) 등 대형법인들은 실무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인턴제도는 임금이나 업무가 제한돼 있어 미지정 회계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렵지만 이들의 연수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
한공회 자체연수 기초로 법인 실무 경험까지…업계 준비중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회계업계, 유관기관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10.31/사진=뉴스1(금융위원회 제공)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6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공회는 회계법인들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공회에서 계획중인 자체 연수 프로그램을 포함해 이 경력을 지렛대로 향후 미지정 회계사들의 정식 취직을 돕는다는 개념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최근 한공회에서 이번 겨울방학 시즌 등을 활용해 미지정 회계사들을 인턴으로 채용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원래 아르바이트생 개념으로 보조업무들을 시켰는데, 미지정 회계사들이 인턴으로 채용되면 그런 업무를 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회계법인들은 일시적으로 업무가 늘어나는 동계 감사시즌에 회계사를 지망하는 학생들이나 공인회계사 1차시험 합격자들을 인턴으로 채용해 보조업무에 가까운 일들을 맡겨 왔다. 이를 활용해 미지정 회계사들이 2~3개월 정도의 법인 근무 경력을 쌓게 하고 해당 근무기간은 정식 수습기간으로 인정하면 문제해결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한공회는 회계법인들의 수요를 파악한 후 금융위원회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
올해 채용 마무리 시점서 현실적 대안…한계점도
━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7회 회계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10.31. /사진=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달 금융감독원, 국책은행, 일부 공공기관 등의 채용이 끝나면 사실상 올해 신입회계사 채용은 마무리된다. 미지정 합격자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빠듯하다. 회계법인들은 전향적인 태도지만 합격자들이 얼마나 지원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 인턴은 단순 보조업무인 만큼 법인에 정식으로 소속된 수습 회계사들이 경험할 감사업무와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수습과 인턴의 업무가 같더라도 정규직이나 아니냐는 인사문제 때문에 급여도 격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빅4 회계법인들도 이를 고민하고 있다.

또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사 시험 합격자들에게 일반 학생인턴과 같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학생 인턴들과 같은 일을 하게 되는데도 임금을 더 지불하면 그 자체로도 법률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 21일 공인회계사 자격·징계위원회(자격·징계위)를 개최해 2025년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 예정인원을 지난해보다 50명 감소한 1200명으로 결정했다. 회계업계의 경기 전망, 올해 합격자들의 수습기관 미지정 사태 등을 감안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학계 등에서는 최소선발 예정인원 감소 방향은 환영하지만 감소폭은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