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대항마 ‘퍼플렉시티’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
최근 재계 민감한 이슈 중 하나다. 그래서 다양한 생성형 AI 플랫폼에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라는데 실제 상황은 어느 정도야?’라고 동일 질문을 해봤다. 대부분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대여섯 줄의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한 곳은 유동성 위기설 발생과 영향, 롯데그룹의 대응, 실제 재무 상황, 장기 과제까지 자세한 답변을 내놨다.
‘총자산: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 37조5000억원, 부동산 가치: 56조원,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 15조4000억원, 특히, 롯데케미칼은 4조원의 가용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라고 구체적인 수치도 정리해준다. 관련 자료 출처도 명시해서 바로 찾아볼 수 있었다.
질문했던 11월 21일은 롯데그룹이 유동 자금 상황을 밝혔던 때다. 실시간으로 정보가 반영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한 주제의 질문에만 답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애슬레저 맞수 ‘안다르’와 ‘젝시믹스’를 두고 최근 실적과 장단점 분석을 의뢰했다. 그러자 곧장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표로 만들어 알아보기 쉽게 비교해준다. 그뿐인가. 장단점도 각 브랜드별로 꼼꼼히 알려준다. 역시나 출처도 밝혔다.
이제 생성형 AI는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다만 각 AI마다 장단점이 뚜렷해지면서 용도, 사안에 따라 활용법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이 중 학술용 혹은 자료조사용으로 뜨는 AI가 있다. ‘퍼플렉시티’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가 지난 9월 4일 열린 SKT-Perplexity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SK텔레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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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렉시티 어떤 회사?
오픈AI 출신이 나와 창업
퍼플렉시티는 2022년 8월, 오픈AI 출신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CEO와 AI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미국의 인공지능 기반 검색 엔진 제작사다. 주력 사업 모델은 대화형 검색 엔진. 사용자 질문에 AI가 빠르고 직관적인 답변을 제공하며 검색 결과를 요약하는 것이 강점이다.
퍼플렉시티 경영진은 기존 링크 기반 검색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회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스리니바스 대표는 최근 SK AI 서밋 연사로 나서 “생성형 AI가 잘못된 답을 내놓는 사례를 바로잡고 질문에 대한 출처 인용, 보고서형 답변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차별화했다”고 소개했다.
퍼플렉시티의 핵심 사업 모델은 AI 기반 검색 서비스다. 그래서 앱을 켜면 여타 AI 앱과 달리 질문창 외에 특정 관심사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탐색하기’ 탭이 따로 있다. 누르고 들어가보면 네이버처럼 테크&과학, 금융, 엔터 등 카테고리별로 새로운 정보가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콘텐츠도 제공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보다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질문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스리니바스 대표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관련 정보가 무엇이든 가장 유용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제공한다”며 “예를 들어 엔비디아 주가 분석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싶다면 전문가 수준 차트를 제공하고 최신 뉴스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주는 식”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퍼플렉시티는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다. 올해 1월 엔비디아, 제프 베이조스 등으로부터 7360만달러를 투자받아 기업가치 5억달러 이상을 인정받았다. 올해 여름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했고 최근 10월에도 또 투자를 받으면서 11월 말 기준 기업가치가 80억달러(약 11조원)가 됐다. 추가 투자 유치와 상장도 준비 중이다.
안다르와 젝시믹스를 비교해달라고 했더니 표로 일목요연하게 제공하는 퍼플렉시티. (퍼플렉시티 제공) |
어떤 점 다를까
학술 논문 검색 ‘학문모드’ 눈길
일단 사용하기 편하다. 웹에서도 잘 작동되기 때문에 앱을 굳이 깔지 않아도 된다. 채팅창에서 곧바로 물어보면 된다. 무료로는 4시간마다 5개 질문을 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출처를 제공하는 ‘프로’ 기능은 유료다.
더불어 기본 채팅창에서 ‘모드’를 누르면 다양한 질문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전체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웹모드’, 게재된 학술 논문에서 검색 가능한 ‘학문모드’, 방정식을 풀고 수치 답변을 찾아주는 ‘수학모드’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
최근 취재를 위해 자료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해외 연구 사례를 찾아봤는데 퍼플렉시티는 꽤 유용했다. 학문모드를 켜고 ‘우체국이 은행대리업을 할 수 있을까? 해외 논문이나 사례 연구 자료가 있니?’라는 질문을 하자 ‘많은 국가에서 우체국이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우체국 은행(postal banking) 또는 우편 저축 시스템(postal savings system)이라고 한다. 이 시스템은 특히 금융 소외계층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해외 사례로 일본, 프랑스, 영국, 인도 사례를 차례차례 나열해줬다.
더불어 은행대리업의 이점을 연구 결과 중심으로 정리해줬다. 우체국이 은행을 대리하면서 금융 포용 효과(농촌 지역과 저소득층 등 금융 소외계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효과적), 경제 발전(개발도상국에서 우체국 은행은 저축 증진과 경제 발전에 기여), 디지털 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뒤따른다.
‘첨부’ 기능도 꽤 쓸 만하다. 한 스타트업 회사 소개서가 PDF 형태로 있었는데 이를 첨부하고 창업자, 주요 사업 모델, 매출액, 전망 순으로 2000자 분량으로 써달라고 했더니 곧바로 요약을 해준다.
더불어 최근 한국 콘텐츠를 보강하는 등 접근성을 부쩍 높였다는 것이 퍼플렉시티 측 설명이다.
유료 서비스를 무료로 쓸 수 있는 방법도 있다. SK텔레콤 고객이라면 퍼플렉시티 프로 기능을 1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참고로 SK텔레콤은 퍼플렉시티에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더불어 AI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논란도
1년 새 15배 밸류 급등 ‘갸우뚱’
다만 이런 퍼플렉시티에도 일부 논란이 따라붙는다. 과대평가, 콘텐츠 저작권 침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뉴스코퍼레이션은 퍼플렉시티에 콘텐츠 무단 사용 책임을 묻기도 했다.
퍼플렉시티 채팅창을 통해 ‘퍼플렉시티를 둘러싼 논란은 무엇?’이라는 질문을 해봤다. 스스로도 과대평가 논란이 있다고 답했다. ‘연간반복매출(ARR)이 5000만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80억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에 대해 과대평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퍼플렉시티는 올해 초 5억2000만달러였던 기업가치가 10개월 만에 15배 이상 급증했다. AI 붐 과열 논란, 구글, 오픈AI 등 대형 기업들이 AI 검색 시장에 진출하면서 퍼플렉시티의 시장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 등도 진솔(?)하게 털어놨다.
물론 말미에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퍼플렉시티는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향후 AI 검색 시장의 판도 변화와 퍼플렉시티의 실적이 주목받을 전망’이라는 애교성(?) 멘트도 잊지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꽤 객관적인 ‘자아비판’에 신뢰가 갔다.
스리니바스 대표는 “저작권 관련해서 언론, 학술지 등과 제휴를 강화할 예정이며 ‘예산이 이것밖에 없는데 어떤 TV를 살 수 있느냐?’와 질문에 답하는 쇼핑, 채팅창 옆 광고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보강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6호 (2024.11.27~2024.1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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