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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朝鮮칼럼] 지금 한국에선 우파가 ‘PC주의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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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완패한 미국 대선… 도덕성·민주주의·PC보다 국익·민생 앞세운 트럼프 선택

우리는 대통령과 각 세우면 이준석·안철수·한동훈도 좌파

교육감 선거·당원 게시판 사건도 민생보다 ‘좌파 척결’이 중심

정부·여당은 지금 뭐가 중요한가

미국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이나 다른 나라의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트럼프와 그의 당선에 대해 경악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가 있는 한국 민주당은 다르다. “이재명이 트럼프다. 그래서 좋다”는 쪽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은 이재명 위증 교사 1심 무죄판결 직후 “김대중 대통령님도, 트럼프도 살아 돌아왔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보수 진영은 “그래서 싫다”는 쪽이다. 민주주의의 위기, 포퓰리즘의 득세를 우려하며 이재명에 대한 법원의 적극적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아전인수 격인 데다가 양측의 전통적 주장과 전도된 느낌이지만 어쨌든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실제 삶과 거리가 먼 정치적 올바름(PC주의)과 이념 위주의 정체성 정치를 내세운 미국 민주당이 심판을 받았다”는 해석에는 이론(異論)이 없는 것 같다.

한국의 트럼프를 꿈꾸는 이재명 대표는 “세계 정세가 워낙 불안정하고 미래가 불확실하니 역시 세계 어느 곳을 가나 사람들 관심은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풀이했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역시 “뜬구름 잡는 PC주의 말고 솔직하게 ‘그냥 국익 추구하겠어, 눈치 보지 않고’ 이런 것들이 미국인의 마음을 설득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뜻을 같이했다.

트럼프 승리에 대한 더 우파적 해석은 “도덕성, 낙태권, 성적 소수자의 권리, 불법 이민자에 대한 관용, 페미니즘과 소수인종 우대 등 좌파적 정체성 정치가 보수정치에 의해 심판받았다”정도가 될 것 같다. 그래서 “기업 발목을 잡는 노조 편향, 친북 반일 성향의 철 지난 민족주의,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한국식 좌파 정체성 정치도 이제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기대 내지는 각오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미국 민주당이 주요 국정 기조로 삼았던 ‘다양성(Diversity), 공정성(Equity), 포용성(Inclusion), DEI’에 대한 반발이 거셌던 것은 맞다. 이와 함께 물가 등 경제 문제와 치안 불안에 대한 원성이 극에 달했지만 여당 후보 해리스는 “트럼프만은 안 된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트럼프는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주의를 내세워 기존 지지층인 백인 남성 외에 여성, 청년, 유색인종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민주당의 진보적 정체성 정치에 공화당의 보수적 정체성 정치로 맞선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공격은 히스패닉과 흑인의 일자리를 지켜주겠다는 공약으로 연결됐다. 부통령 후보 J.D. 밴스의 부인은 인도 이민자의 딸로 힌두교도였지만 “그래서 더 좋다”는 식이었다.

그렇다면 한국 정치도, 특히 다음 대선도 민생과 유리된 정체성 정치를 심판하는 장이 될까?

지난 4월 총선, 10월 서울 교육감 보궐 선거가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 명품 백 문제, 해병대 채 상병 이슈 등으로 그로기 상태에 처한 여당이 맞은 마지막 펀치는 대파 값으로 상징되는 물가 문제였다. 민생 문제인 줄 알았던 의대 정원 이슈는 명분과 자존심 문제로 탈바꿈했다. 여당은 민주주의를 지켜 달라 탄핵 저지선을 지켜 달라고 안간힘을 써서 겨우 그건 지켰다.

전교조 출신 퇴직 교사들을 특채한 진보 교육감에 대한 판결로 열린 선거에는 반전교조 투사를 자임한 전직 정치인이 보수 단일 후보로 나섰다. 부정선거론자, 군소 보수정당 지지자, 우파 유투버들이 합세한 선거 캠페인은 ‘정체성 정치’ 그 자체였다. 수월성 제고 방안이나 교권 회복의 실질적 프로세스는 온데간데없고 ‘좌파 척결’이 만병통치약인 양했다.

지금 민주당과 국민의힘 상황이 크게 다를까. 민주당은 약속 대련이 됐건 뭐가 됐건 금투세, 상법 등을 놓고 내부에서 갑론을박을 벌인다.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정체성을 대표하는 ‘배드캅’이고 이재명이 실용주의를 대표하는 ‘굿캅’이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이 정책, 민생 문제로 논쟁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여의도 당사 앞에는 부정선거 규명, 사전 투표 폐지를 외치는 ‘정통 우파’들의 집회가 붙박이다. 지난 몇 달간 여러 큰 이슈에도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지역구 밭갈이에 여념이 없던 중진들은 당원 게시판의 대통령 비난 글을 규명해야 한다고 들고 일어나 한동훈을 압박하고 있다. 대통령과 각 세우면 이준석도 안철수도 한동훈도 다 좌파가 된다. 지금 한국에선 좌파가 아니라 우파가 실용주의와 거리가 먼 PC주의자들 같다.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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