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트럼프 추방 명령… 재미 한인 최대 17만명 쫓겨날 수도 [뉴스에 안 나오는 美 대선 이야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트럼프와 해리스의 ‘건곤일척’ 대결의 흐름을 미국 내부의 고유한 시각과 키워드로 점검한다.
<14> 대통령 사면권과 불법 이민자 추방
한국일보

25일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그의 임기 중 마지막 칠면조 사면행사를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美 대통령, 광범위한 사면권
불법 이민자 대거 추방 임박
한국으로 추방 불똥 튈 수도

28일은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 번째이자 재임 중 마지막으로 백악관에서 칠면조를 사면할 예정인데, 이 전통은 1987년부터 시작됐다. 칠면조는 미국의 ‘추석’인 추수감사절에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고기로, 가족들은 이날 음식을 함께 먹고 미식축구 TV 중계를 시청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사면받은 행운의 칠면조는 농장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낸다. (칠면조 사면에서 보듯이) 미국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사면권은 탄핵을 제외한 모든 연방 형사 범죄에 적용된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 중 하나이지만 드물게 행사된다.

이번 추수감사절이 미국의 몇몇 가족에게는 사면권을 통해 감옥에 있는 친인척을 석방시키거나, 전과 기록을 없앨 수 있는 기회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퇴임 전 사면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부인하고 있지만, 마약 사용과 총기 소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그의 아들이 포함될지 여부도 큰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도 취임 당일인 내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 관련자들을 사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추수감사절,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식을 치르자마자, 1,0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 이민자(트럼프는 2,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를 대상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추방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추방 프로그램은 강화된 시민권 박탈 프로그램과 맞물려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시민권 취득 과정의 불법이 발견되면 시민권을 박탈하는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해당자들의 미국 내 출생 자녀에 자동 부여된 시민권도 함께 박탈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그래픽=김대훈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불법 이민자 추방은 미국 역대 모든 정권에서 이뤄져 왔다. 바이든 행정부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4년간, 150만 건 추방’과 같은 규모로 진행 중이다. 트럼프는 70년 전 아이젠하워 행정부의 대대적 추방 프로그램을 모델로 삼고 있다.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웨스트포인트 동기(1915년 졸업)인 조셉 스윙 예비역 장성이 주도했는데, 그는 1954년 한 해 110만 명의 멕시코인을 추방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추방 작업에 군대를 활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런데 국내 문제 해결에 미군을 투입하는 것과 관련, 법적 충돌이 예상된다. 군대 투입을 허용하는 법과 금지하는 법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군대를 투입하더라도, 반대자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실제 집행이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 구금 시설 부족과 법적 작업을 진행할 판사 인력 부족 때문도 문제다. 현재 미국 법원에는 370만 건의 미처리 소송이 쌓여 있다. 일부에서는 추방 프로그램 가동에 3,00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 미국인이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지지하지만, 일단 시작되고 나면 여론이 뒤바뀔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 뉴욕, 시카고, 워싱턴DC 등 불법 이민자가 많은 지역의 민주당 정치인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하지 않을 것이다. 가톨릭 교회도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가톨릭 신자인 불법 이민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것이고,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 반대한 50%에 가까운 미국인들도 불쌍한 이웃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불법 이민자 추방은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 한인사회의 불법 이민자가 한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 미국에 불법 체류하는 아시아인은 17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한국은 인도, 중국, 필리핀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17만 명가량으로 추정된다. 17만 명 가운데 일부라도 강제 송환된다면, 윤석열 정부는 충격 완화를 위해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

추방 프로그램은 미국 경제에 부작용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건설, 농업, 호텔·레스토랑에 고용된 불법 이민자들이 사라질 경우,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4.2%~6.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7~2009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GDP 감소(4.3%)와 유사하다. 트럼프의 수입품 관세 부과와 맞물릴 경우, 미국 경제를 다시 인플레이션 수렁에 빠뜨릴 수도 있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 구금 작업이 시작돼 이들이 해당 일자리에서 자취를 감출 경우, 미국의 생활 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폴 공 미국 루거센터 선임연구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